[Opinion] 138분, 퀸(Queen)에게 빠지기 위해 충분한 시간 [영화]

글 입력 2018.11.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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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분, 퀸(Queen)에게 빠지기 위해 충분한 시간



‘퀸알못’인 나는 친구를 만나 볼 영화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우연히 시간이 맞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게 되었다.


퀸이라는 밴드가 시대를 뒤흔든 명밴드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서야 내 머릿속에 한 켠에 박혀 있는 추억의 곡들이 퀸의 노래였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을 정도로 난 그들에 대해 무지했다. 그랬던 내가 몇일 째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퀸의 노래로 빼곡히 채운 것을 보면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퀸에 푹 빠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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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한 평생 고민한 프레디 머큐리



주인공은 공항에서 수하물을 나르는 노동자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비록 그는 이민자 출신 집안의 가난한 노동자였지만, 음악에 대한 신념만은 확고했다. 음악의 꿈을 키우던 그가 보컬을 구하던 로컬 밴드에 들어가게 되면서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으로 밴드 ‘퀸’을 이끌게 된다. 사실 보컬 자리를 얻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의 놀림을 받는 심각한 부정 교합에 혈통을 중요시하는 영국에서 아시아계라는 인종적 콤플렉스가 있었다.


이어 프레디가 마주하게 된 자신의 또 다른 문제는 성 정체성이었다. ‘세상의 소외된 실패자들을 위한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사로잡으며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르던 퀸으로 승승장구하기 이전에, 로컬 밴드의 보컬 자리를 구했던 당시 ‘메리’라는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프레디의 평생의 뮤즈가 되어줄 것만 같았던 그녀였지만, 프레디는 그녀 앞에서 자신이 양성애자인 것 같다고 고백을 한다.


영화에서는 프레디 머큐리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역할로 나오는 비열한 매니저로 ‘폴 프렌터’가 등장하는데, 실제로도 그는 악명높은 인터뷰로 인해 퀸의 팬들에게는 악명 높은 사람으로 통한다고 한다. 그가 없었다면, 어쩌면 조금 더 오랫동안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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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스타가 보인 ‘인간적인’ 모습



천재 아티스트의 삶을 힘들게 만든 퀸의 매니저 폴로 인해 프레디는 외로워져만 갔다. 그의 조금은 다른 성적 취향으로부터 온 고립감, 새로운 예술에 대한 갈망 등이 원인이었는데, 그럴수록 마약에 의존하고 더욱 문란한 사생활에 빠지며 ‘인간’ 프레디 머큐리의 삶은 더욱더 고독 해져만 갔다. 하지만, 힘든 순간에 마음을 다잡게 만든 메리 덕분에 주저 앉았던 프레디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하고 필요한 것을 깨달은 그는 자신이 어울리던 곳으로 돌아간다.


프레디 머큐리가 퀸 활동으로 얻게 된 엄청난 성공은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그 뒤를 따르듯, 상대적인 공허함과 소외감이 그를 괴롭혔다. 무대 밖 모습에서도 완벽한 프레디 머큐리일 것 같았지만, 그 또한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간임을 알게 되었을 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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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가득 채운 전율과 소름의 LIVE AID 공연 실황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밴드의 결성 – 인기를 얻음 – 잠시 결별, 해체의 위기 – 재결합’ 이라는 과정이 답습되기 때문에 이 영화가 평이 하다는 평도 있고, ‘영화-퀸=0’ 이라 할 만큼 이 영화에서 퀸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영화 자체의 힘은 부족했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단점들로 꼽힐 수 있는 이런 요소들은 절대 흔하지 않은 파란만장한 프레디 머큐리의 삶, 그리고 퀸의 명곡들이 흘러나오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에 압도되는 듯 하다. 역시나 압권이었던 마지막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LIVE AID 공연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1985년도의 LIVE AID 공연 영상을 찾아보니, 영화에서 그 당시 프레디의 패션 아이템이나 제스처까지 모두 재현하려고 한 흔적이 보였다. 공중에서 롱 샷으로 스타디움을 훑는 순간 나는 실제 공연 현장의 관중으로 와 있는 기분이었고, 관중들이 앞쪽부터 뒤쪽까지 파도타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영화의 포스터가 ‘120분간의 클라이막스’라는 카피를 쓴 것이 꼭 들어맞는 순간이었고, 영화를 보는 관중들은 이 장면에서 모두 하나가 된 모습으로 숨 죽여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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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뭐해, ‘Queen, your Majesty’



영화를 보기 전 퀸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던 나였는데, 영화를 보고도 몇일 째 여운이 가시질 않고 있는 걸 보니 이 영화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었나 보다. 에이즈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고 어쩌면 마지막 공연이 될 수도 있었던 프레디 머큐리가 LIVE AID에서 보여줬던 최고의 무대는 그의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보여줬다, 바로 퀸은 영원히 빛날 보석같은 존재라는 것을.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Don’t Stop Me Now’ 등 모두에게 익숙한 멜로디인 퀸의 노래들이 영화 내내 귀를 즐겁게 하고, 가슴 뛰게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나처럼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을 몰라도 된다. ‘프레디 머큐리’라는 시대의 아이콘의 이름을 영화를 보며 처음 접해도 괜찮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 ‘Queen, your Majesty’를 외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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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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