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울 패션 페스티벌(SFF) 2018 : 잠들어 있는 ‘과감함’을 깨우며

<서울 패션 페스티벌 2018> 리뷰
글 입력 2018.11.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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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할로윈파티는 이태원이 아니라 잠실에서 열렸다. 지난 27일 잠실 체육관에서 진행된 2018 서울 패션 페스티벌(SFF)은 때마침 찾아온 할로윈을 맞아 한층 더 대범하고, 기괴하고, 또한 더욱 멋있고 짜릿한 할로윈 축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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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페스티벌은 보통의 페스티벌과 달리 아티스트의 무대 중간중간에 디자이너 브랜드의 패션쇼를 진행한다. 이번 SFF에서는 D-ANTIDOTE / D.GNAK / GREEDILOUS / O!Oi 이렇게 네 브랜드가 각자의 개성과 멋을 뽐냈다. 처음 보는 패션쇼이기도 하고, 또 패션 페스티벌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패션쇼가 아닐까 싶어 가장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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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패션쇼는 확실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런웨이에 올라온 옷들은 일상에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입는 옷과는 달랐다. 그나마 조금 익숙한 브랜드인 O!Oi의 옷도 매장이 아닌 런웨이에서 모델이 입은 모습으로 보니 어딘가 낯설고 새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낯설음의 원인은 ‘패션의 완성’에 있는 듯하다. 일상에서의 패션이 상대적으로 기능성을 중시한다면, 패션쇼의 패션은 하나의 작품이다. 옷뿐만 아니라 모자나 신발, 헤어와 메이크업 심지어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귀걸이 하나까지도, 모든 것이 오로지 시각적인 미감과 디자이너의 의도를 위해 세심하게 지정된다. 그 모든 요소가 조화된 패션은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결성을 갖게 되고, 그런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패션을 보며 나는 즐거운 낯설음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SFF의 패션쇼가 나의 기대를 다 채워주지는 못했다. 분명 패션 페스티벌임에도 패션쇼보다 디제잉과 가수의 무대가 더 주목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디자이너가 초인이 아닌 이상 브랜드 당 10분 이상 쇼를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고, 그에 비해 가수나 디제이는 한 사람만으로도 4-50분은 충분히 끌어나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가수가 나오면 열심히 관람하다가 패션쇼로 넘어가면 슬슬 자리를 뜨는 게 아쉽고 실망스러웠던 건 어쩔 수 없었다. 특별히 누가 잘못했다기보다는, 앞으로 패션쇼에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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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의 실망은 전혀 깊지 않았다. 왜냐하면 런웨이 위의 패션쇼만이 패션 페스티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사실 이 점이 패션 페스티벌의 가장 핵심일 수도 있다 – 바로 관객 한명 한명이 모델이자 스스로의 패션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이다. 비록 런웨이를 걸어보진 못하지만, 모델 못지않게 개성 넘치고 멋있는 패션으로 꾸미고 온 관객들이 한가득이었다. 밖에서는 부담스러운 시선을 받기 마련인 패션도 오직 패션 페스티벌에서만큼은 용인되다 못해 오히려 평범한 수준이 된다.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메이크업과 과감한 옷, 번쩍거리는 악세서리를 하고 다녀도 나보다 더 튀는 사람이 있는, 많이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할로윈 파티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옷을 입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합법적 패션 일탈의 명절이 바로 할로윈 아니던가. 역시 할로윈을 컨셉으로 한 패션 페스티벌에도 멋있는 ‘관종’들은 많았다. 귀신이나 좀비 분장은 지극히 평범한 패션이다. 환자복을 입고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있거나 해리보터 코스튬을 입고 마법 지팡이를 들고 다녀야 좀 꾸몄네 싶고, 심심찮은 비율로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마리오와 루이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심지어 가오나시까지 출몰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코스튬을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m&m 초콜릿이 되어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 패션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페스티벌이었다.

그리고 이에 맞춰 포토부스들도 여럿 준비해 두어 공들인 패션을 아깝지 않게끔 해주었다. 사진을 안 찍고 지나갈 수는 없게끔 할로윈 컨셉에 맞춰 재치 있고 귀엽게 꾸며진 부스들도 있었다. 인기 많은 포토부스 앞에서는 몇 십분 동안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한편 폭스바겐에서 마련한 포토존에서는 찰리 채플린과 유령신부, 가오나시랑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 사진 찍고 나면 귀여운 호박 케이스에 초콜릿을 담아 선물로 주는 것도 즐거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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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티스트 이야기도 빼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제시, 선미, 사이먼 도미닉, 승리 등 파티라면 빠질 수 없는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할로윈 밤을 뜨겁게 불태웠다. 할로윈인 만큼 아티스트들의 코스튬도 가지각색이었는데, 특히 쌈디의 교복 가방과 승리의 해리포터 코스튬이 귀여워서 기억에 남는다. 마법 지팡이로 관객석을 향해 자꾸 주문을 외치며 깐족거리는(?) 승리를 보며 ‘역시 승리…’ 싶었다. 최근 발표한 ‘셋 셀테니’뿐만 아니라 뱅뱅뱅이나 굿 보이 등 예전 빅뱅 노래도 불러줘서 새삼 추억을 되새기며 뛰어 놀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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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디제잉과 EDM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EDM이라는 장르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한 터라 처음에는 그냥 유명한 디제이가 틀어주는 클럽 음악이겠지 싶었는데, 직접 음악을 들어보고선 생각이 달라졌다. 뭐랄까, 이태원에서 통상 나오는 팝송 믹스보다 덜 진부하고 더 세련된 느낌이랄까? 잠실 체육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그리고 보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클럽이 된 것 같았다. 무려 한 시간 남짓 EDM만 틀어주는데도 전혀 지루하거나 물리지 않았고, 오히려 춤을 멈추지 못하게끔 끊임없이 관객들을 추동하는 마성의 음악이었다. DJ ISAAC 때 너무 신나서 방방 뛰어 노는 바람에 정작 승리 나올 때는 완전히 체력 소진해버렸다는 후일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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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두 번째 개최를 맞는 SFF는 아직 역사가 짧다. 그래서인지 콘텐츠나 음식 서비스 등 몇몇 요소에서 부족함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음에 또 열린다면 기꺼이 가지 않을까 싶다. 그곳에 넘쳐흐르던 뜨거운 열기와, 고막을 울리는 음악과, 괴상한 사람들의 괴상한 옷들이 벌써 그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보다 발전된 페스티벌로서의 SFF를 만나볼 수 있기를, 나 또한 한층 발전된 ‘과감함’을 장착하고 이 축제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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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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