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날, 모든 순간’의 기록 -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시각예술]

글 입력 2018.10.3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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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알못’인 나지만 왠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전시는 잘 선호하지 않게 된다. 아무래도 작품 감상과 이를 통한 작가의 의도를 파악(비록 미술 까막눈이긴 해도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쓰는 편이기 때문에)하기에는 집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이런 대중성이나 흥행성을 아예 노골적으로 노린 나머지, 모두 관람하고 나오는 순간 주제가 무엇인지는 정말 ‘1도 모르겠는’ 전시들이 심심치 않게 열리고 있는 것을 직접 체감하다 보니 일단 SNS나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는 전시를 보면 개인적으로 기대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 전시 또한 오픈 직후부터 SNS 타임라인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많이 노출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과연 주제 전달이 명확한 전시일까, 하는 의문감이 들었던 것 중 하나였는데 얼마 전 기회가 되어 드디어 관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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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는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전시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의 구성 요소들인 햇빛, 눈, 비, 안개 등의 자연현상을 주제로 ‘날씨가 말을 걸다’, ‘날씨와 대화하다’, ‘날씨를 기억하다’의 세 가지 챕터가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보는 전시’와 ‘느끼는 전시’를 골고루 섞어 놓았다는 점이다. 사진 전시이긴 하지만 날씨라는 소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은 바로 날씨를 감각으로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시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속, 관람객이 직접 공간을 가로막은 나무 벽을 밀고 날씨의 순간들과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같은 주제이지만 작가의 시선에 따라 모두 다른 색을 내뿜는 날씨에 관한 사진들이 비교적 깔끔한 구성으로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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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첫 번째 섹션인 ‘날씨가 말을 걸다’에서 특히 내가 눈여겨봤던 작품의 작가는 올리비아 비, 그리고 루카스 와작이었다. 올리비아 비의 작품은 주로 ‘사람’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날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날씨와 함께 담겨있는 것이 그녀가 담아내는 사진의 특징이었다. 한편 루카스 와작의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눈이 펑펑 오는 폴란드의 일상 풍경을 담아낸 네 가지 사진이었다. 우산을 쓰고 눈을 맞는 사람, 김이 가득 서린 유리창, 그리고 눈이 오는 가운데에도 무언가를 바삐 차에 실으며 제 할 일을 다 하는 사람들. 머지 않아 맞이할 겨울 풍경에 괜히 마음이 설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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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천둥 번개가 가지는 에너지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으로 재해석해 둘 이상의 관람자가 서로 손을 마주대면 번개가 치는 영상이 나오는 비디오 아트, 식물을 매개로 햇빛과 그림자의 속성에 주목한 설치 미술 작품도 첫번째 섹션의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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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섹션인 ‘날씨와 대화하다’로 넘어가면 전시는 첫 번째 섹션보다 더욱 오감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단 이 섹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들이다. 시종일관 깨끗한 구도와 원색적인 색감이 ‘파랑색’을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는 그녀의 작품은 수영장이라는 인공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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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을 비롯한 파랑색의 공간이 끝나고 나면 ‘안개’와 ‘빗소리’의 공간이 이어지며 이 때부터 청각과 촉각이 본격적으로 이 전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안개를 실제로 실내 공간에 구현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직접 피부로 안개의 습하고 눅눅한 특징을 느끼게 한 것과 ‘빗소리’의 파트로 넘어가면서 부터는 실제 녹음된 것으로 보이는 빗소리를 큰 볼륨으로 끊임없이 재생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지점에서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는 ‘날씨’라는 소재가 가진 특별함을 가장 잘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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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첫 번째와 두 번째 섹션이 날씨의 ‘순간’ 그 자체에 보다 집중했다면, 마지막 섹션인 ‘날씨를 기억하다’에서는 그 날씨의 순간을 겪는 사람들의 ‘기억’, 그리고 날씨에 대한 ‘기록’에 집중한다. 일상의 상황, 일상의 사물에 날씨가 깃든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앞선 챕터에서 느꼈던 날씨에 대한 ‘침잠’의 순간들을 각자의 기억으로, 혹은 기록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끝으로 전시는 다시 한 번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라는 물음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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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볼 때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는 개인적으로 기대 이상의 전시였다. ‘날씨’라는 소재가 가지는 특성을 잘 살린 동시에 깔끔한 구성이 좋았고, 전시 내내 BGM으로 흘러나온 스페이스오디티의 OST 음악도 전시에 최적화된 느낌을 받았다.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주제 전달이 명확했던 동시에 난해한 전시도 아니었기 때문에 30만 관객 돌파라는 디뮤지엄 전시 사상 최대 흥행의 이유가 납득되기에 충분한 전시였다.


하지만 이 전시의 아쉬운 점 또한 분명했다. 역시 흥행을 염두에 둔 포토존과 같은 공간을 중간중간 배치해 두었다는 점이다. 특히 첫번째 섹션에서 다음 두번째 섹션으로 이어지는 브릿지 구간에 타일과 거울로 구성된 통로 구간은 ‘날씨’라는 주제에 부합하기 보다는 마치 관람객들의 전시 ‘인증샷’을 남기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보였고, 중간중간의 설치 미술 작품들 앞에서도 사진을 찍으려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원활한 관람이 어려워졌던 순간이 몇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는 결론적으로 대중적인 주제 선정과 주제 전달, 그리고 흥행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성공한 꽤 영리한 전시임이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편 그동안의 경험들로 인해 대중적으로 흥행한 전시에 대한 무조건적인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던 나를 이 전시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이번 디뮤지엄에서의 긍정적인 경험이 다음 번, 그리고 다다음번 전시에서도 이어지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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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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