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완벽한 만남 - 할로윈과 레드문

모든 조건이 들어맞은 완벽한 만남!
글 입력 2018.10.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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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과 레드문



까만 거 말고 보라색 하늘에 붉은빛의 달이 걸리는 것이다. 일상 말고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장난꾸러기 같은 날이 슬쩍 끼어드는 것이다. 나는 현실이 뭔지 모르겠다며 완전히 제쳐버리고 완전히 다른 판타지만을 노래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내게 일어날 것만 같은 오묘하고 미묘하게 다른 판타지를 사랑한다. 그러니까 현실의 밤하늘과 달은 여전하나 오롯이 작은 변화만으로 그 판타지인듯 아닌듯의 사이를 걷는 이미지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공연 이름의 반도 안 읽은 채 첫인상으로 포착한 두 단어의 만남은 내게 그렇게 매력적이었다.


머릿속은 안 그래도 이미 너무 많이 봐서 지루한 책꽂이 앞에 서 있는데 그 화려하고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책이 눈이 탁 걸린 것이다. 로코코적인 화려한 곡선의 장식이 프레임 지어진 까만 보라색 책을 한번 집어 들었더니 선명하기 그지없는 다홍색 잼이 흘러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 이건 달라, 그러니까 당연하게도 손을 뻗어 펼쳐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갈까 말까 쌓인 고민이 “에이 모르겠다”라고 외치기 전에, 기회의 책꽂이에서 그 멋진 것이 사라지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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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레드문 : 서울패션페스티벌 2018

[Preview] 완벽한 만남



그렇게 첫인상으로 할로윈과 레드문이라는 단어에 홀딱 반해버린 나의 유독 긴 이야기로 프리뷰를 시작해버렸다. 가끔 그런 게 있지 않은가, 아무것도 모르고 포스터와 이름만 봤는데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 그렇게 한눈에 빠져버린 것 말이다. 공연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하고 처음으로 그 공연에 대한 소개를 누르는 순간 펼쳐지는 분위기가 환상적인 포스터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버려서 그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자기소개를 하자면, 나는 할로윈이라며 뭔갈 해보지도 않았고, 레드문 따위에 관심을 가지기엔 너무 척박한(?) 일상에 바쁜 사람이었다. 대체적으로 많은 것이 귀찮은 나의 불행한 기질은 지금까지 다소 무미건조한 일상 탈출 경력을 남겼다(그러나 에디터가 된 이후 아트인사이트의 힘을 얻어 멋지게 갱신 중이다). 그러니까 사실 할로윈이 다가오던, 레드문이 뜨던, 페스티벌이 있던 그저 일상을 보내면 그만이었던 내게 페스티벌 소식이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할로윈과 레드문은 컨셉으로 페스티벌을 즐겨볼래?”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듣기만 해도 일단 두근거리는 ‘페스티벌’이라는 단어에 내가 사랑하는 판타지의 정의가 붙은 것이다.


그 지루한 책꽂이 앞에서 누군가가 나를 일상 좀 탈출해보라며 뻥! 하고 어디론가 밀쳐내 주길 무의식적으로 (매우 강력하게) 소원하던 내게 페스티벌이 찾아왔고, 숨겨진 나의 보루 “즉흥력”은 멋지게 발휘되고 말았고, 지금 이 프리뷰를 쓰고 있다.


지루한 책꽂이 앞에서 일상 좀 누가 깨뜨려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간절한 소원을 웅얼거리고 있던 내게, 나를 한눈에 반하게 한 이미지와 내가 사랑하는 판타지를 들고 나타난 즐기는 그 자체뿐인 페스티벌이, 신기하게도 더 극적으로 지겨운 시험 기간에 나타났고 이때 늘 나서길 망설이던 나의 즉흥력이 나섰다. 퍼즐이 맞춰지듯이 탁!탁!탁! 과정을 생각하니 정말 완벽한 만남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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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공연 정보



프리뷰 글을 위해서, 그리고 내가 갈 곳이니까 공연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데 단번에 감이 잡히지 않았다. “뭐 하는 공연이야?” 단순히 뮤직 페스티벌이라기엔 충분하지 않다. 공연의 이름처럼 패션페스티벌이라고 하기에는 이것도 다가 아니다. 일단 머릿속에서는 이 둘이 만났다는 것이 이해됐다. 나는 뮤직이 무엇인지 알고 패션이 무엇인지도 아는데 이 둘이 만난 건 어떤 모습인 건지. 런웨이와 퍼포먼스가 만난 무대는 어떤 모습일지, 나의 이런 상태는 또 다른 장르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릴 순간이 올 거라는 것을 말하는 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수많은 장르 사이에서 “오로지 그것만”을 하기엔 조금 지루한 것 같기도 하다. 반면 잠깐 뒤돌아서 “둘이 만나면 어떨까?”라고 외쳐보는 질문은 굉장히 흥미롭다. 그저 익숙한 것이 익숙한 것을 만나, 그것만으로도 새롭고 특별한 느낌을 뿜어낸다는 공식은 꽤 재미있는 공식인 것 같다. 그러니까 “패션 페스티벌을 하자”, “뮤직 패스티벌을 하자”라고 말하는 것보다 “런웨이와 뮤직페스티벌을 같이하자”라는 말이 더 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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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패션이든 음악이든 잘 아는 것이 없어 그것들에 대해 전혀 내세울 게 없는 나는 막연하다기보다는 그래서 넉넉하게 비어있는 “패션”과 “음악”이라는 나의 공간에 이번에 뭔갈 가득 담아올 것이라는 기대만 가득하다. 따로따로가 아닌, 그 경계가 아닌 그 둘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것에 곧 빠진다는 확정된 시간은 충분히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 패션과 음악이라는 경계가 무너진 페스티벌을 가기 위해 내 일상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당연한 공식은 이미 나를 설레게 하고 있다. 이런저런 공식들과 지금 나를 둘러싼 여러 조건이 마구 겹쳐진 내게 이번에 마음속에서 굴리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정말, 뭐랄까 가겠다고 마음먹기 전에 예상했던 것의 이상이다. “잘 모름”은 부정적인 걸까? 아니 정말 재미있다, 나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 지금 막연함이 내게 주는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은 생각보다 더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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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알못’이고 ‘음악알못’이라는 '엄청난 콜라보'를 이룬 내가 이 공연에 간다. 굳이 특별한 날 아니면 대충 눈에 보이고 잡히는 대로 입는 내가, 웬만해선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쉽게 변하지 않는 내가 간다. 이렇게 나를 표현하니까 새삼 너무 막혀있는 사람 같은데 일정 없다고 지금 굴러다니는 추리닝 바지와 어딘가에 걸려있던 후드를 대충 입고 카페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니 또 부정하기는 어려워서 참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지겨운 모습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정말 이제는 좋아하는 옷 좀 갖춰 입고 놀 때도 된 것 같다. 일상을 보내면서 나는 꽤 열심히 굴러왔지 않았나, 이쯤 되면 한 번쯤 탈주할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러니까 하여튼 얼른 나를 지루한 일상에서 해방시켜야겠다. 물론 시간이 10월 27일이라는 날로 나를 이동시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일어난 완벽한 만남을 위해 딱 눈감고 그때까지 조금 더 일상을 굴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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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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