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gny World] 성인의 문턱

글 입력 2018.10.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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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yright@민정은



[성인의 문턱]

-풋사랑-



제3의 매력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스무 살의 풋풋한 연애가 그려져 있었다. 막 성인이 된 1학년 신입생 시절의 연애를 보는데, 그 귀엽고 깜찍함에 웃음이 났다. 나의 3년 전 추억이 떠올랐다. 나도 저렇게 서툴고 순진했을까. 솔직했을까. 사회 진출을 앞둔 취업생의 시각에서 돌아본 ‘성인의 문턱’은, 모든 것이 설레고 신기하기만 했던 감정이었다. 성인이라는 새롭지만 어색한 문턱에서, 나는 풋사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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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애는 감정 소모가 컸다. 그때의 나는 서툴기보단 바보 같았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기보다는, 화낼 걸 화내려고 하기보다는 참았다.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는 겁이 났던 것 같다. 성인으로서 맞이한 첫 연애에서 상처를 받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많이 받았고, 주기도 많이 줬다. 주변의 관계 때문에 마음이 떠도 떴다고 말을 못 했다. 바보 같았지만 그 '바보'도 나의 경험이었기에 지금 돌아본다면 괜찮다. 첫 연애 이후 "연애란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가치관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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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번째 연애가 왔다. 오래 보고 만난 지라, 서로의 성격과 취향을 알만큼 알아서 편했다. 마냥 좋았다. 학교도 같고 친구들도 같아 매일을 붙어 다녔다. 나를 이렇게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감동이 늘 들었다. 귀찮은 기색 없이 날 위해 움직여줬다. 사귄 후에도, 사귀기 전에도 그랬다.


한 번은 일이 있어서 홍대 근처를 간 적이 있었다. 도착을 하고 나서야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놓고 온 것이 떠올랐다. 돌아갔다가 오기에는 일정이 망가져서 자책을 하고 있던 때에, 사귀기 전이었던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무거운 소품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와야 했던 상황임에도 싫은 내색 하나 없었다. 약속 시간에 늦어도 화를 내지 않았다. 데이트 장소에 오다가 핸드폰이 꺼져 한 시간을 늦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남자친구는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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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2개월을 만났지만, 나의 실수에 그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법이 없었다. 나는 그의 실수에 화를 내고 짜증도 부렸는데, 그의 태도가 신기했다. 신기해서 감동이었다. 그로부터 이해를 배웠다. 그가 잘해주는 만큼 나도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랑받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를 알게 해줬다. 그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해주고 싶었다. 점점 더 내 감정에 솔직해졌다. 그런 사람이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날 대해줘서, 나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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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갈등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자잘한 실수를 이해해줄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다. 두 번째 연애를 하면서는 “좋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연애관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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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풋내기 연애는 이랬다. 풋사랑이라 함은 어려서 깊이를 모르는 사랑, 안정성이 없는 들뜬 사랑을 말한다. 나의 대학 초년생 연애는 물론 서툴고 어렸지만 그 속에 배움은 있었다. 연애란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며, 좋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연애에 솔직하지 못했던 내가 솔직해지는 경험을 했다. 나의 실수를 이해해주는 상대방의 모습에, 나 또한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풋내기가 ‘어린아이’라면, 이제는 ‘초등학생’ 정도의 연애관으로 접어든 것 같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대학 연애의 막바지에 있지만, 사회에 진출한 뒤 사회인으로서의 연애를 하게 되면, 그때는 어쩌면 또 이 풋내기 연애가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 Jeongny Wor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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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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