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조선의 악녀, 장녹수 앞에 붙일 또 다른 이름에 대하여 '궁: 장녹수전' [무용극]

조선의 모든 힘이 장녹수의 치마 속에서 끝없이 피고 진다
글 입력 2018.09.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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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나간 역사 속에서 불행한 과거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잘못된 원인을 살펴보고, 역사적 교훈을 상기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행하고 참담한 역사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독불장군식 독재를 일삼는 최고통치자와 그 옆에 빌붙은 권력 실세들이 권력을 전횡한 역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대만 달리할 뿐 똑같이 자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500년 조선의 역사도 예외는 아니며, 2018년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리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이러한 만행들은 안타깝게도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당대를 뒤흔들며, 나라를 뒤엎었던 장씨 여인들이 있었다. 조선 왕조 시대에는 연산군 때의 장녹수, 숙종 때의 장희빈이 있었으며, 현대에 들어서는 전두환 정권 때의 장영자가 있었다. 200년마다 한 번씩 장씨 여인들이 나라를 뒤흔들며, 시국을 어지럽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에서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무용극 <궁:장녹수 전>에서는 그 중에 한 명인 장녹수의 삶을 작품으로 담아내며, 파란만장했지만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그녀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궁:장녹수 전>은 역사 속 실존 인물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로 알려진 ‘장녹수’ 에 대한 해석을 과감하게 시도한 작품이다. 무용극 <궁:장녹수 전>은 춤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장녹수와 연산의 관계를 중심으로 기녀로서가 아닌 예인 장녹수의 삶을 그려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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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장녹수에 대한 기존의 평가와 달리, 조선 최고의 예인이었다는 장녹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폭군이자 광기의 왕으로 알려진 연산군의 곁에 장녹수가 있었음을 안다면, 그리고 독재정치로 종말을 향해 치닫던 한 시대의 역사에 동조하며, 그야말로 비선실세였던 장녹수에 대해 안다면, 그녀에 대한 어떠한 새로운 해석도 그리 쉽게 용납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악랄하고 포악한 군주였던 연산군의 독재시대에서 권력과 지위를 등에 엎고,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장녹수에 대한 평가가 있음에도 그녀를 조선 최고의 예인으로 해석하기에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 타락한 군주, 연산군이 흥청을 끼고 노는 것을 한탄한 백성들이 이를 조롱하고 비판하는 의미에서 ‘흥청망청’ 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연산군의 흥청망청 시대에서 그가 저질렀던 폭정은 왕권을 볼모로 한 독재의 강권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연산군 개인의 인생에서 친모였던 폐비 윤씨의 사건은 그의 트라우마로 남아 안타까운 일일수도 있겠으나 한 나라의 군주로서 12년의 재임시절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앗아가며, 폭정을 일삼았던 연산군의 옆에 함께했던 인물이 장녹수라는 것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므로 <궁: 장녹수전>에 대한 작품 해석에서 인물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를 결코 반영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없다.


 

5장_폐비윤씨와연산군.jpg
 


피바람이 불었던 두 번의 사화를 겪어내고, 훈구와 사림의 치열한 대립과 궁중 세력 간의 관계 속에서 비참한 시대를 살았던 민생은 곪을대로 곪아 있었고, 핍박과 억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백성들의 삶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 장녹수전>은 장녹수 개인에 대한 평가는 잠시 접어두고, 조선 최고 예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는 인간 장녹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장녹수 개인적으로는 짧지만 화려하고, 강렬했던 삶을 살았겠으나, 조선 전기의 역사에서 그녀로 인해 뒤흔들린 시대적 상황을 바로 본다면, 장녹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긍정적인 평가로 받아들여지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궁: 장녹수전>에서 필자는 예인 장녹수를 통해 그녀의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기대하기보다는 우리 문화의 전통성과 예술적 가치를 느끼며, 한국무용을 조금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자리이길 바란다. 무언 무용극이다보니, 본 공연은 오직 춤을 통해서 드라마가 있는 무용극을 연출한다. 이번 공연은 전통 기방 문화와 민가의 놀이문화 그리고 궁중 연희의 모습까지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우리 전통 무용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이번 공연은 한국적 흥과 풍류를 맛보며, 다양한 전통문화의 예술성을 만끽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2장_기녀들과 녹수의 장고춤.jpg
   


무언의 대화가 때론 그 어떤 말보다 분명하고, 뚜렷하며, 강렬한 여운을 남기곤 한다. 이것이 예술세계에서 가장 극대화되는 순간이 짧지만 강렬한 춤사위가 인상 깊은 무용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몸짓에서 터져 나오는 춤은 몸의 균형을 흐트러뜨리거나 절제하면서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오직 몸의 언어로 나타낸다. 공통적인 감정을 나누고, 내면의 감성을 폭발시키는 춤의 힘은 대단하다. 길고, 복잡한 말이 아닌 깊은 호흡을 이끌어가며, 부드럽고도 강렬한 몸짓으로 대화하는 몸의 언어는 어쩌면 가장 진솔하고, 진실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일인지 모른다.

 

그러므로 <궁: 장녹수전>이 무용극이라는 데서, 우리의 전통 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대감과 설렘은 크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우리 전통무용의 당위성과 예술성을 장녹수를 통해 그녀에 대한 삶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시대의 희생양과 같은 ‘불행한 여인’ 이라는 동정어린 시선을 낳을 수도 있음에 경각심을 갖고, 본 공연을 관람하길 당부 드리면서, 작품에 대한 해석이 이뤄지길 바란다.






궁: 장녹수전
- 세련된 전통공연의 탄생! -


일자 : 2018.04.05(목) ~ 12.29(토)

시간
화-토 4시
일, 월 공연없음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VIP석 60,000원
R석 50,000원
S석 4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48개월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75분




문의
(재)정동극장
02-751-1500





궁 장녹수전_web_국문_최종.jpg
 

  

[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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