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50억 년의 우주를 담은 연극 - 우리별 @한양레퍼토리씨어터

50억 년의 우주를 담은 연극
글 입력 2018.09.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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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년의 우주를 담은 연극"

우리별
- 지금까지 보지 못한 형식의 연극이 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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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티켓을 받으러 갔는데, 티켓부스에서 어릴 적에 자주 먹었던 불량식품 '아폴로'를 주었다. 그냥 '기획사 측의 성의표시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감사히 받았다. 그리고 이 연극이 끝나고 나서 나는 이 아폴로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으며, 차마 신나게 먹을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연극 속 '아폴로'는 주인공 지구와 그 옆집에 사는 단짝 친구 달님이와의 첫 교류였다. 지구가 달님이에게 아폴로를 건네준 이후로 이 둘은 매일 매일 붙어다니며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 둘이 어릴 적부터 생을 다 할 때까지 함께 보낸 그 길고 긴 시간이,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이 이 아폴로에 담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아폴로를 삼키지 않고 끝까지 잘 보관하고 있었던 달님이처럼 소중하게 꼭꼭 간직하고 싶었다.

내년은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표면에 인류 최초로 발을 디딘 지 50주년이 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아폴로 이후 최초로 달에 민간인을 보내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테슬라 계열사인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가 최초로 민간 관광객을 태운 상업용 달 여행용 우주선을 발사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지구와 달님이는 다시 친구가 되어 함께 붙어있게 될 시간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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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은 사라진 것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먼 과거부터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많았다. 별빛에서 시적 영감을 얻기도 하고, 미래를 점치기도 했다. 별빛을 관찰하는 천문학은 인류 문명과 역사를 함께 해왔다. 그렇다고 별빛이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마도 우리 인간은 별빛에서 묘한 흥미를 느끼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이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밤하늘을 수놓는 무수한 별빛은 현재이면서 동시에 과거이다.
   
예를 들어 어떤 별이 지구에서 약 1,000광년이 떨어져 있다고 가정을 해본다면 이는 빛의 속도로 1,000년을 가야 할 만큼 멀리 존재하며  우리가 보는 별의 밝은 빛은 실제 그 별에서 1,000년 전에 출발한 빛이다. 그러니 지금 밤하늘의 별들은 아주 오래된 과거의 모습인 것이며, 어쩌면 밝게 빛나는 별 중 지금은 사라진 것들도 있을지 모른다. 무심코 우리가 마주하는 별빛이 몇 백만, 몇 백억 년 전의 긴 여행을 마치고 나를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그 작은 별빛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진다.


지금부터 약 4초 뒤에 조명이 꺼집니다.
4, 3, 2, 1.


4초의 암전 후 극의 시작, 4초의 인터미션, 4초의 암전 후 극의 마지막. 너무나도 짧은 이 '4초'를 미리 시간을 관객들에게 예고해준다. 그리고 정말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4초의 암전이 찾아왔다. 오히려 4초라는 구체적인 시간을 알려주니 더 그 짧은 순간에 집중하게 되었다. 많고 많은 시간 중 사소하게 보았던 4초에 이렇게 집중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눈을 깜빡 하면 지나가버릴 그 짧은 정적 사이에 '4초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예측 불가능함을 느꼈다.

이번 연극 <우리별>은 한 소녀의 삶을 지구의 탄생과 죽음에 비유해 풀어나가고 있다. 지구가 소멸하기까지 50억년이라는 가늠할 수도 없는 시간을 그리고자 했던 기발하고도 무모한 이 연극은 별의 탄생 이야기를 통해서 한 존재의 생성과 사라짐을 보여주며 찰나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음악과 무대장치, 그리고 무대조명이 아름다웠고 이 모든 것이 다 어우러져서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반짝이는 원 밖의 학생과 선생님은 저만치에서 원 안을 계속 바라본다. 망원경으로 지구를 좇고 눈으로 좇는 것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며 시간의 속도를 거슬러 결국은 지구에게로 간다. 속도가 상대적이듯 결국 시간 또한 고정 불변의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따라 지구를 만나러 가는 그 학생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그 학생은 원 안으로 들어온다. 지구에게 남은 삶의 마지막 시간에 지구를 만난다. 그가 원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았던 것 처럼 지구의 마지막을 또 다시 바라보게 된다.

찰나를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과 그 긴 시간을 달려 결국 마주했을 때, 기뻐하는 그 학생을 보면서 뭉클함을 느꼈다. 우리 주변에서 지나가는 찰나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며, 찰나의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깨치는 순간 우리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찰나가 모여 순간을 만들고 순간이 모여 인생을 만들고 인생이 모여서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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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BIRTHDAY TO ME! HAPPY DEATHDAY TO ME!


원작은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시바 유키오의 대표작 『우리별』이다. 연극은 '랩'을 기본으로 한 일본 원작의 언어 묘미와 매력을 잘 살려 번역했으며, 신명민 연출가가 해외 작품을 국내 정서에 맞춰 각색했다. 특히 모든 대사가 노래의 가사이며 감각적인 비트와 랩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대사는 계속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매일이 반복적인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재치있게 표현한다. 언어유희를 잘 살린 음악극이었다. "HAPPY BIRTHDAY TO ME!" 지구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구가 죽는 순간까지 하하호호 웃으면서 보고 있으면 어느 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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