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스러지지 않도록, 연극 < 그 개 >

지금을 사는 이유
글 입력 2018.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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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연극 <그 개>

예술감독 김광보
작 김은성
연출 부새롬




그 개_최종포스터.jpg
 

분명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것에 자극을 받지 않을 때가 있다. 오히려 자극은커녕 특별한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일들 말이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일상, 사람을 대할 때의 특정한 태도 등 이러한 현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를 그렇게 무디게도 만든 그 일들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돌연 풍파에 쓰러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서울시극단이 올 10월 선보이는 창작극 <그 개>는 소시민의 삶을 다양한 양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고충을 안은 채 그저 현실을 살아간다. 불행과 행복을 오가며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들은 무대 아래 관객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른 척, 아닌 척 생각을 멈추고 살다가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정통으로 맞닥뜨렸을 때, 과연 우리는 얼마나 태연하게 버틸 수 있을까.

연극 <그 개>를 관람하면, 왜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익숙한 것에 명백한 이유를 부여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요했던 바다에 갑작스러운 태풍이 닥칠 때, 내 행동의 이유이자 근원이 단단히 위치해 있다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방향을 잡을 테니 말이다.

은연중 잠식하여 자신을 움직이는 의미가 확실하지 않은 행동들, 그것이 모인 일상과 삶은 위험하다. 설령 누군가가 우리에게 “삶에 대한 노력을 강요받는 사람들”이라 칭할지라도, 생각을 전환하여 “삶을 살기 위한 마땅한 노력”을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연극 관람에 앞서 다소 우려되는 점은,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그들 전원의 무게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인물 수에 비례해 늘어난 서로 간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울시극단은 우리 사회와 시민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을 꾸준히 올려왔으며, ‘시민연극교실’을 비롯한 실제 우리의 모습을 담으려는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이에 그들이 의도했던 만큼의 이해와 전달이 다양한 인물과 양상을 통해 오히려 어떤 작품보다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세종] 서울시극단_그개_장면시연 1_하해일(이지혜) 외.jpg
 
[세종] 서울시극단_그개_장면시연 6_보쓰(유원준) 장장강(윤상화).jpg
 





<시놉시스>


"괜찮아, 우리 모두는 유기견이야."


저택의 운전기사인 아빠와 둘이 살아가던 중학생 해일은 우연히 유기견 무스탕을 만나 우정을 키우고, 분홍 돌고래 핀핀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리며 비밀스런 속내를 도화지 위에 펼쳐나간다.

그 무렵 위층에 이사 온 선영 가족을 만나게 되고, 난데없이 욕을 뱉는 틱 증상에도 애정과 위로를 보여주는 선영의 믿음에 해일은 웹툰 작가의 꿈을 점점 키우게 된다.

그러다 해일은 아빠를 대신해 장강의 반려견 보쓰를 산책시키러 저택에 드나들던 중, 장강과 아빠가 없는 빈 저택의 정원에 영수와 별이, 해일과 무스탕이 드론을 날리러 가는데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기획 노트>


서울시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10월 5일(금)부터 21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창작극 <그 개>를 선보인다. 2016년 서울시극단의 <함익>에서 '햄릿'을 재해석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가 김은성의 신작이다. 동아연극상 희곡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차범석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현대사의 비극과 실존적 고민이라는 동시대적인 이야기를 치열하게 파고드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김은성이 <로풍찬 유랑극장>, <썬샤인의 전사들> 등 다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온 연출가 부새롬과 의기투합했다.

창작극 <그 개>는 열여섯 살 중학생 해일과 유기견 무스탕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소외된 이들의 위태로운 삶을 작가 특유의 화법으로 덤덤하게 그려낸다. 틱장애를 갖고 왕따로 외롭게 지내는 해일과 저택의 운전기사인 아빠 상근, 저택에 살고 있는 제약회사 회장인 장강과 그의 기념백서를 집필하는 에세이 작가 현지, 해일이 사는 빌라로 이사 온 화가 선영과 그녀의 남편 영수는 얼핏 보면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들의 곁에는 불행이 너무도 가까이에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말도 없이 떠나버린 엄마를 그리워하는 해일과 갑질을 일삼지만 정작 가족들에게 외면 받는 장강, 오른 건강보험료에 전전긍긍하며 해촉증명서에 골머리를 썩는 선영과 영수 등 비정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과 처연함은 애초에 어둡고 심각한 우리의 현실이기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친구가 없는 해일은 분홍 돌고래 핀핀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리며 비밀스런 속내를 도화지 위에 펼쳐낸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해일의 무스탕과 장강의 반려견 보쓰 역시 연극의 특성상 극적으로 표현된다. '그 개'의 사고로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인 이들에게 시련이 닥치고, 결국 극은 삶에 대한 노력을 강요당하면서도 너무도 쉽게 행복과 불행에 휘둘리는 우리가 과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남긴다.

주인공 해일 역은 이지혜 배우가 연기하며 해일의 아빠이자 장강의 운전기사 상근 역은 유성주 배우가, 그리고 장강 역은 윤상화 배우가 맡아 열연한다. 그밖에 김훈만, 박선혜, 신정원, 안다정, 장석환, 유원준 그리고 2018년 서울시극단 연수단원 등이 참여해 섬세한 연기 앙상블을 펼친다. 그동안 <썬샤인의 전사들>, <연변엄마> 등에서 연출 부새롬과 호흡을 맞춘 제작진(무대 김다정, 조명 최보윤, 영상 정병목, 작곡 황현우, 음향 임서진 등)이 합류해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주 가는 북악산 등산로에서 덩치 큰 흰 개를 만났다. 아직 눈이 맑고 털이 고왔다. 버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유기견으로 보였다. 한참동안 따라오던 개는 오지 말라며 인상을 쓰던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저택 정원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높은 벽 너머로 뛰노는 아이들의 머리가 살짝살짝 보였다. 집 안에 트램펄린이 있는 거야? 좁은 문틈 사이로 다가가 엿보려는 순간 사납게 짖는 소리에 깜짝 놀라 물러섰다. 그 날, 개 두 마리를 접한 경험에서 이 작품은 시작됐다.

­- 작가노트 중에서





그 개
-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

일자 : 2018.10.05(금) ~ 10.21(일)

시간
평일 - 오후 8시
토 - 오후 3시, 7시
일 - 오후 3시
화 - 공연없음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A석 20,000원

주최
(재)세종문화회관

주관
서울시극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120분

문의
서울시극단
02-39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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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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