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경애를 배웁니다, < 경애의 마음 > [도서]

글 입력 2018.09.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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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경애(敬愛)의 마음을 배워나가며 스스로 단단해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2014년 첫 번째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로 신동엽문학상을, 2016년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김금희의 첫 번째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 화재 사건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경애와 같은 사고 현장에서 단 한명의 소중한 친구를 잃은 상수가 만나며 시작되는 소설로, 한 가지 독법으로 해석할 수 없을 만큼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수작이다.

연인과 이별하고 씻는 일조차 할 수 없는 깊은 무기력에 빠진 경애가 그 잔인했던 여름 내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연애를 상담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심상한 솔루션을 답신으로 보내주곤 했던 연애상담 페이지 ‘언니는 죄가 없다’의 운영자 ‘언니’를 경애는 몇 년 뒤 회사에서 만나게 된다. 반도미싱 영업부의 팀원 없는 팀장대리로, 낙하산이라는 오욕을 견디는 상수가 퇴근 뒤 밤에는 ‘언니’라는 이름으로 이중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 회사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만나게 된 경애와 상수 사이에는 사실 그들도 모르는 연결고리가 또 하나 숨겨져 있었다.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에서 소중한 친구를 잃은 두 사람. 경애는 동시에 그 사고의 생존자이기도 했다. 그 연결고리를 알지 못한 채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점점 더 특별한 애틋함으로 다가가게 되는데…….

(인터넷 교보문고)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 나는 딱히 대답으로 내세울 만한 작가를 뽑아내지 못했다. 읽으면서 무척 좋았던 작품은 참 많은데, 그렇게 되면 좋아하는 작가가 너무 많아질 것 같은데……. 그 목록을 모조리 읊을 바에야 하하 전 딱히 없어요, 하고 그냥 둘러댄다. 그러는 편이 낫다.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은 못 해도, 신간 소식이 들리면 되도록 챙겨 보겠다 마음먹게 만드는 작가들이 있다. <너무 한낮의 연애>를 통해 알게 된 김금희 작가가 그중 한 사람이다. 거기에서 김금희 작가만의 위트를 발견했다. 진지함과 유머를 은은하게 섞어두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유머 때문에 진지함을 망치지도, 진지함 때문에 유머를 놓치지도 않는 절묘함이 있다.

올해 출간된 <경애의 마음>에서도 그 위트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사소한 부분에서 웃음이 났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책을 끝까지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대체로 김금희 작가의 유머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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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문장을 읽고 웃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흐억어억 웅앵웅초키포키, 번뇌의 설명에 동원된 속세의 물건, 서로 꽁싸오한 상황이라는 말의 조합…….

그러나 앞서 말했듯 김금희 작가는 위트 있다. 절묘하다. 진지함의 균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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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소설을 읽을 때에는 작품과 멀찍이 떨어져서 읽곤 했다. 장편 소설은 애초에 몰입이 안 되므로 웬만하면 손이 잘 가질 않았다. 소설 속 인물은 소설을 덮으면 내 현실에서는 사라지는 존재였다. 소설은 소설 속 인물이고, 나는 그냥 나고. 이건 소설일 뿐이고 나는 현실을 산다.

<경애의 마음>을 덮고 난 후,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상수와 경애, 그리고 여러 등장인물들을 상상해보게 된다. 소설과 그 감상에 또다시 연장선을 그은 기분이랄까. 그런 점에서 김금희 작가는 소설 밖에 있는 독자를 소설 안으로 슬그머니 끌어당기고, 소설의 흐름 속에 잡아두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경애(敬愛)의 마음을 배워나가며 스스로 단단해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경애의 마음> 도서 소개에서 발췌한 것이다. 어떤 분이 쓰셨는지 감탄스럽다.  정말 맞는 말이다. 경애의 마음을 배워나가며 스스로 단단해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경애의 마음>이다.

경애의 마음을 배워나가며 스스로 단단해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다면 내가 배워갈 수 있는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경애의 마음으로 사는 것’과 연결 지어 떠오르는 문장을 고르다 보니 아래의 문장 하나가 남았다. 이를 남기며 글을 마친다.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27p)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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