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의 결혼식은 나쁜 영화일까? [영화]

글 입력 2018.09.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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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선택에 있어서 허세가 있는 편이다. 상업영화를 싫어한다고 하면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블 영화들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고, 독립영화를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다른 독립영화를 찾아본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평점을 꼭 확인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영화에 대한 후기를 찾아본다. 그런 나에게 <너의 결혼식>이란 영화는 상업영화로만 느껴졌고, 믿고 신뢰하는 왓챠의 평점도 높지 않은 편이라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의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말에 9월 첫 주의 여유도 즐기고 친구와 오랜만에 시간을 보낼 겸 영화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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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난 후 우리 둘의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은데?’였다. 난 친구가 이 영화를 얘기했을 때 보기 싫다고 생각했으니 나의 입장에선 상당한 호평을 한 것이다. 영화는 생각보다 더 어른의 연애를 담고 있었고, 공감할 점도 많았다. <너의 결혼식>이란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영화 초반에도 나오듯이 이미 우리는 영화의 두 주인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린 그들의 고등학생 시절부터 성인 이후까지를 지켜볼 뿐이다.

영화가 진가를 발휘하는 부분은 풋풋한 고등학생 때를 지나 어른이 되어 주인공이 다툴 때이다. 우연이(김영광)는 승희(박보영)덕분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고, 승희는 꿈을 잃고 방황하던 때 우연이 덕분에 자신이 하고 싶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 덕분에 좋은 선택을 하고,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지치기 시작하면 그러한 사실은 뒤로 밀려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 너무나도 무력함을 느낄 때 보통의 사람은 남 탓을 하게 된다. 영화 속 우연이도 승희를 지키려다 다치게 되고, 그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학 동기들은 결혼해서 집도 사고 자리를 잡아가고 동갑인 여자친구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자기 혼자만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승희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르면서 심적으로 혼란스럽던 그는 친구에게 ‘내가 승희를 만난 걸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려워’ 라는 말을 하게 된다. 승희는 그 말을 듣게 되고 둘의 관계는 또다시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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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2년째 연애 중인 사람으로서 우연이 저 대사를 말한 의도가 공감이 안 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남자친구는 진로, 가족 등으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조언을 주고, 안아주기도 하고, 내가 새롭게 도전할 수 있게 용기를 준다. 남자친구의 존재 자체가 삶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고 그가 있기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남자친구지만 내가 내 스스로의 한계를 느낄 때, 좌절에 빠져있을 때 우연의 대사 같은 이기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친구를 3년째 알고 지낸 나도 알고, 10년 가까이 승희를 알아온 우연이도 알 것이다. 우리가 저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를 후회할 것이라고. 대학 동기인 남자친구가 없다면 내 대학생활은 텅 빈 것과 마찬가지인데, 우연에게 승희가 없다면 인생이 텅 빈 것과 같고, 지금의 우연이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우연이 승희를 부정(否定)하려던 건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둘은 그런 힘든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결국 사랑은 타이밍이다. 진로의 갈림길에 서 있는 나는 남자친구를 내가 좀 더 안정됐을 때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곤 한다. 우연이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 이유는 ‘결혼’이 사랑의 최종목적지라 생각했을 때 결혼까지 가는 길에 너무나 많은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10대의 연애가 어른의 연애가 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보여주는 어른 연애의 지침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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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도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그만의 공백이 있다. 그 공백을 채워나가는 건 관객들 본인의 경험이다. 많은 사람에게 <그시절,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좋은 영화로 남아있는 이유는 돌아갈 수 없는 학창시절의 나를 영화에 대입해보곤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첫사랑’이라는 안전한 소재와 안전한 배우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사려 한다. 또한 영화를 보고 있으면 <클래식>,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박보영의 전작들 등등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나쁜 영화가 아닌 이유는 첫사랑을 추억하는 데에서 그친 게 아니라 첫사랑이 만들어 준 지금의 나와 나의 추억에 감사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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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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