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
싱글 라이프를 정리하고 예비신부 신분이 되면서 짐정리 할 일이 많았다. 쌓아놓은 짐들을 정리하면서 마음의 짐을 하나둘 정리한다는 기분일까? 그 와중에 제일 마지막으로 들고 온 물건은 바로 ‘화분’이다.
에코백에 정성스레 가져온 화분 하나, 첫 직장 생활 기념으로 사올 때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잎을 내고 제자리를 지키던 ‘산호수’. 작지만 앙증맞은 산호수 화분만은 내 신혼집에 들고 들어왔다. ‘강원도 출생이라 숲과 나무를 좋아해요’라는 농담은 지나치지 않다. 제 아무리 도심에 살아도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을 걷는 건 연어가 강으로 회귀하듯,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무에 관심이 많고 남들보다 이름을 좀 많이 아는 편이다. 지나다가 아는 나무를 마주치면 옛친구 만나듯 반갑고, 또 자주 드나드는 카페 앞에 씨를 뿌린 오동나무도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작지만 큰 행복, 소확행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가까이 있음을 나무에서 느낄 수 있다.
하나 더, ‘나무’하니 생각나는 게 있다. 내 사람에게 처음 준 선물은 다름아닌 다육식물이다. 나무와는 살짝 멀다고 느낄 법도 하지만, 사실사철 초록빛은 내뿜는 이 다육식물은 각자의 이름을 새긴 머그컵에 선물로 담아 첫 커플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 지금은 둘이 함께 한 화분에서 자라나고 있으니 우리의 사랑도 다육이도 함께 쑥쑥모드인가보다.
산호수와 다육식물, 두 친구에게 별명을 하나 붙여주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의 아이가 태어나면, 또 다른 나무와 함께 새롭게 사랑을 싹틔우고 싶다. 우리가 함께 물을 주고 사랑으로 보담은 나무를 조곤조곤 말해주고 함께 귀기울이는 날이 그리 멀지 않길.

유령나무, 빵나무, 목졸라나무, 다이너마이트나무, 거꾸로나무, 금화나무
이름 자체에서 호기심이 일어나는 이 나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나무들일까?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정답은 ‘예스’다. 조앤 K. 롤링 ‘신비한 동물사전’에 나올법한 이 판타지스러운 나무들은 실제 지구에 살고 있는 나무다. 이 나무들의 별명을 지어준 이는 바로 작가 베르나데트 푸르키에. 지구 상 가장 신비하면서도 수상한 열여섯 나무들의 편지를 모은 과학 그림책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는 산책을 하다 만난 지은이의 위트 넘치는 교양과 지식들이 똘똘 뭉친 그림책이다.
이 책은 2014년에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해마다 선정하는 ‘정원에서 읽기 좋은 책’ 상을 받았을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한 책이기도 하다.


어느 새벽, 새 한 마리가 목졸라나무의 싱싱하고 새빨간 열매를 먹었어요. 그리고 다른 나무로 날아가서 똥을 쌌어요. 이렇게 다른 나무의 나뭇가지 위에서 나는 싹이 텄지요. 허공에서 뿌리가 자랐고 덩굴이 뻗어 내려가서 땅에 닿았어요. -14쪽 〈목졸라나무〉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 나뭇가지들은 잎이 거의 달려 있지 않아서 마치 뿌리처럼 보여요. 초록섬의 전설에 따르면 내가 너무 거드름을 피워서 신이 나를 거꾸로 심었다고 해요. -18쪽 〈거꾸로나무〉
나무에 소시지가 열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배가 고플 때 냉장고를 뒤지지 않아도 되겠지요. 마당으로 나가서 주렁주렁 달린 소시지를 떼어 먹으면 되니까요. -22쪽 〈소시지나무〉
나는 3,000살까지 살지만 100살 무렵부터 키가 더는 자라지 않아요. 그 대신에 몸통 아랫부분이 자꾸만 굵어지지요. 죽은 뒤에도 내 몸은 여간해서 썩지 않아요. 수백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답니다. 껍질이 갑옷처럼 나를 단단히 감싸기 때문이에요. 적갈색 껍질은 최대 30센티미터까지 굵어지고, 끈적한 수액이 없어요. 바로 이 껍질이 해로운 곤충, 곰팡이, 산불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지요. -32쪽 〈거인나무〉


저마다의 색다른 이야기를 담은 나무들은 어떤 말을 건넬까? 그저 내 곁에서 스치기만 했던 이름 모를 나무들에게 숨을 불어주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어지는 가을날이다. 노오랗게 빨갛게 단풍이 들어 낙엽되어 이별하기 전, 이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고자 한다. 나무가 속삭이는 이야기, 조금은 사라진 동심을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를 바라보며 말이다. 그리고 늘 든든하게 내 곁을 지켜준 산호수에게도, 커플 다육이에게도 책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주고 싶다. 둘만의 예쁜 별명도 지어주면서.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
- Bizarbres mais vrais -
원제 : Bizarbres mais vrais
글 : 베르나데트 푸르키에
그림 : 세실 감비니
역자 : 권예리
펴낸곳 : 바다는기다란섬
분야 : 그림책
규격
양장본 / 232×310×10mm
쪽 수 : 36쪽
발행일
2018년 8월 31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961389-1-2(77480)
문의
바다는기다란섬
010-4299-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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