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울 레이터, 상상력을 자극하다[도서]

글 입력 2018.09.0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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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를 작성하며 처음 사울 레이터에 대해 접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성공에 대한 그의 무욕이었다. 사진가라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꿈을 꿔보았음 직도 한데 그는 드러나지 않은 채 지내는 것이 일종의 특권이라고 이야기했다. 성공이라는 목표를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보아도 그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컬러 사진의 선구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성공에 관심이 없었다니. 사울에 대한 묘한 시기심이 일으면서도 그의 사진이 더욱 궁금해졌다.



제한된 프레임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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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의 사진집, All about Saul Leiter가 도착하고 궁금했던 그의 사진들을 감상했다. 사울의 사진들은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재미있었다.

특히, 그는 프레임을 잘 이해한 사진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 대한 식견이 짧기에 프레임이라는 용어가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는 사각형의 사진 안에 존재하는 사울만의 또 다른 프레임이 피사체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프레임은 피사체 주변에 가려진 부분에는 무엇이 있을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옆을 보며 서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그가 사랑하는 부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의생각이 덧입혀진 생각에 나의 상상을 더하다 보니 꽤 두꺼운 사진집을 순식간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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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의 사진뿐만 아니라 그의 사진들을 담아낸 사진집, All about Saul Leiter도 그처럼 여백을 잘 이용하고 있다. All about Saul Leiter는 사진들을 빽빽하게 담아내기보단 중간중간 흰 종이에 사울의 말들을 담아낸 부분들이 존재한다. 빽빽하게 담긴 사진들보다 흰 여백과 인상적인 그의 말들이 잠시 보는 사람에게도 쉬어 가고, 생각할 수 있는 틈을 마련해준다. "감춰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을 깨달아가면서 사진의 역사는 바뀐다"라는 말은 특히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다.

그동안, 나의 사진은 이미 보여진 것과 많이 알려져 있는 것들만을 담아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항상 주변에 존재하지만 감춰져 있던 것들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나름의 자기반성을 해볼 수 있었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라는 수식어가 부여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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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사진의 선구자', '영화 <캐롤>에 영감을 준 사진가'. 사울 레이터라는 이름 앞에 오는 여러 수식어이다. 그의 사진을 보지 않고, 이러한 수식어만을 들었을 때 상상했던 사진들은 실제 그의 사진들과 사뭇 달랐다. 컬러 사진의 선구자라는 수식어는 색감이 화려하고 쨍한 사진들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의 대단한 능력을 칭찬하기 위한 수식어였지만 사울과 그의 사진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부여하는 장치로 작용한 셈이었다. 순간이지만 내가 갖게 된 편견을 생각해보며, 사울이 드러나지 않은 채 지내는 것이 특권이라고 이야기했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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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주한 사울의 사진들은 과하지 않았다. 화려하고 다양한 색감보다는 오히려 흑백 사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흰색과 검정이 사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과하지 않으면서도 부족하지 않게 색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때문일까. 조금 뜬금없지만 그의 사진들은 '중도(中道)'를 떠올리게 했다. 동양의 사상과 전혀 상관없는 서양인의 사진을 보고 이를 떠올린 것이 조금 우스웠지만 극단적인 것을 피하고 무난하다는 느낌을 설명하고 싶었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사울의 사진들은 재미있고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그가 가진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일상적이지만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며 한동안 잊고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상기할 수 있었다. 너무 흔하기에 보지 않고 지나쳤던 부분을 조금 새롭게 바라보는 것. 그의 생각과 시선을 본받아 산다면 굳이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매일이 새롭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오늘은 바쁘게 걸어가느라 지나쳤던 거리를 카메라를 들고 조금은 천천히 걸어보려고 한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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