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박웅현과 사울 레이터의 공통점 : 見 [도서]

글 입력 2018.09.02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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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을 넘기는 동안 떠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책은 도끼다’로 유명한 작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박웅현이다. 그의 ‘볼 견(見)’ 강연에서 말하는 핵심과 사울 레이터의 생각이 일치한다. 사람들은 그냥 보고 그들은 들여다보았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각이다.

"시청하지 말고 견문하라" - 박웅현

"중요한 것은 장소나 사물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이다" - 사울 레이터


편리한 기술에서 벗어나 그 틈새를 비집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장 스마트폰을 끄고 주위를 둘러보려 해도 보이는 것은 흔한 풍경일 뿐이다. 책상, 스탠드, 휴지, 꺼진 스마트폰, 달력, 쓰레기통 등 특별하지 않은 사물들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 많은 것이 읽혀서 머리만 복잡해진다.

과연 나도 견문할 수 있을까? 그들의 새로움은 알겠지만 나의 새로움은 무엇일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를 보지 말고 사물 그자체를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걸까.

복잡한 머리를 털고 리뷰에 들어가겠다.



아무것도 아닌(Nothing)



“예술의 역사는
간과되고 무시되고 부적절하고
평범한 것들이 찬사를 받는,
위대한 것들의 역사다.”


새 물결이 도래하면 옛 물결은 밀려난다. 그러나 순순히 밀려나진 않는다. 새로움을 짓누르고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 애를 쓴다. 이것이 ‘예술적’으로 잘 드러나는 것이 회화와 사진 같은 이미지다. 주요 화풍이 있는 순간에도 그림자 안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이 태어난다.

사울 레이터는 50년대부터 컬러 사진을 찍었지만 이를 발표하진 않았고 그 사진들은 90년대 이후 한 큐레이터에 의해 밝혀진다. 당시에 하나의 예술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컬러 사진은 오늘날 ‘세상의 당연한 것들’ 중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가 찍고싶어했던, 의미를 담아내지 않는 사진은 한 때 개인의 스냅사진이었을지 몰라도 이제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이것을 의미하는 장르명이나 용어가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울 레이터가 인정받기 시작한 이상, 더이상 '그냥 사진'은 아니게 된 것이다.



시선과 애정


사울 레이터는 사진 계에서도 특이한 포토그래퍼였다. 갖추어진 스튜디오 대신 혼란한 거리 속에서, 장소와 모델의 연출 보다는 일상의 순간을, 무거운 의미를 담지 않고 찍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가 정말 거리 사진만 찍은 것은 아니다. 그는 패션 포토그래퍼로 유명했고 ‘하퍼스 바자르’, ‘보그’, ‘엘르’, ‘에스콰이어’ 등 우리가 알만한 패션지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럼에도 그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피사체를 보는 그 시선에 있다. 패션지에 실리는 사진을 찍든, 거리의 사진을 찍든 한결같은 어떤 미소가 보인다. 선명해도 어딘가 흐릿하고, 실루엣만 있지만 뚜렷한 느낌이 남는다. 지나치지 않고 뚫어지게 보게 되면 이렇게 애정이 생기나보다. 금방 사라질 아름다움을 찍는 그 순간에는 항상 미소 지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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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카르멘, 하퍼스 바자르, 1960  우 : 자동차, 1960)



세 가지 사진



01 뒷모습(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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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본다. 앞모습은 꾸며낸 표정과 자세가 나오기 쉽다. 뒷모습은 자연스러운 그 사람을 보여준다. 셜록처럼 정보추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편안한 모습, 굳고 긴장한 모습, 신경질적인 모습, 즐거운 모습을 느낄 뿐이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때 앞모습도 찍지만 꼭 뒷모습을 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얼굴이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그날의 감정과 분위기를 남기고 싶어서.


02 거울상(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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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상상하게 된다. 확실한 것은 확정적이기 때문에 반박하기 어렵다. 즉, 재미가 없다. 거울상과 같은 사진은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찍은 것인지 끝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거울에 비친 사람은 건물 안에 있는 것일까 밖에 있는 것일까. 문이 살짝 열려 있으니 미는 문일 때, 이 사람을 둘러싼 풍경은 내부여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도로와 상점이 보이는 것 같다. 이곳은 어디일까.

중절모를 쓴 남자는 진지하게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지만 의외로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거울의 사람과 일행이어서 그와 같은 것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03 몬드리안 분위기의 인부(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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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라는 조형적 요소를 떼어가는 인간의 뒷모습이 익살스럽다. 네모반듯한 벽면이 사라지고 무대 뒤편으로 끌려가고 있다. 방금 저 인부는 역사상 누구도 하지 닿지 못했던 이상의 너머로 들어갔다. 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이 위대한 풍경을 찍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사울 레이터에게 영광일 것이다.

흑백 영화가 컬러 영화로의 전환되는 시기를 상징하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오프닝이 떠오르기도 했다. 문이 열리고 흑백의 도로시가 컬러풀한 세상으로 나가는 것과 완벽한 조형이 한 순간 뚝 떼어져 나가는 것 모두 충격적인 순간들이다.



책 소개

도서명: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원제: All about Saul Leiter

지은이: 사울 레이터
옮긴이: 조동섭

분야: 예술·대중문화>사진집 / 에세이>사진 에세이
면수: 312쪽
ISBN: 979-11-5581-149-8 03660
판형: 148*210

정가: 20,000원

발행일: 2018년 7월 31일 
펴낸곳: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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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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