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갤럭시 오디세이 展 은하철도 999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전시 속 우주를 맛보다.

글 입력 2018.08.2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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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나진상가, 전혀 전시 쪽과는 관련이 없을법한 동떨어진 곳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라는 전시 공간입니다. 분명 직접 찍은 실제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합성이라도 해 놓은 것처럼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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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또한 새로웠습니다. 지구에서 안드로메다를 왕복하는 기차 티켓처럼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마치 티켓을 사고 기차로 올라가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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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마츠모토 레이지의 대표 작품인 은하 철도 999가 눈에 띕니다. 은하 철도 999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작가가 기차를 타고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 철도의 밤' 과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읽으며 도쿄를 여행한 경험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두 개의 책이 어떤 내용이길래 은하철도 999를 상상해 낸 자극을 주었을까 생각해보면서 항상 999라는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이 들었는데 이곳에서 해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어른을 의미하는 1000이 되기 전, 미완성의 청춘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주로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작품에 어느 정도 연계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름이 같은 경우도, 캐릭터가 같을 수도, 여러 작품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를 레이지 버스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작가의 이름인 레이지, 그리고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버스를 합쳐 작품이 서로 이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그저 옛날 만화라고만 알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적인 부분이나 스토리관 등이 작가로서 존경스러운 부분이라고 느껴집니다. 특히 마츠모토레이지의 인터뷰 내용이 담긴 브라운관도 있는데 한국에서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인간적인 면모도 함께 느껴졌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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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옛날, TV로만 보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마치 누군가 살고 있고 실제로도 방금이라도 누군가가 TV를 보고 있던 것과 같이 생생하게 재현되어있는 이 공간에 나오는 만화는 바로 은하 철도 999 만화입니다. 전시장 곳곳에 영상이 많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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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제 잊을 수 없는 여행을 할 거야. 너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된 거야"라는 말과 의자가 보입니다. 이곳 구성으로 제가 마치 기차를 기다리는 정거장에 만화 속 주인공들과 함께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나의 여행의 시작을 항상 생각해본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여행의 시작이 바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는 시작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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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브라운관속 은하 철도 999 영상들이 보입니다. 과거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런 브라운관을 이용해서 TV를 시청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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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좋았던 부분은 바로, 이렇게 직접 만화 주인공처럼 되어 볼 수 있는 옷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철이가 되어보기도 하고 메텔이 되어보기도 하면서 주인공처럼 행동해 보기도 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동경하여 여행하는 철이(=호시노 테츠로) 철이의 이름은 일본어로 호시노 테츠로 라고 하죠. 호시는 일본어로 별이고 노 는 ~의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테츠는 철, 로는 길 즉,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을 별의 바다를 철길로 가는 소년이라는 뜻으로 지어주었다고 해요.

주인공의 이름까지, 작가만의 우주관에 걸맞은 이름으로 지었다는 것을 보아, 세심함 또한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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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곳은 바로 은하 철도를 오감 중 하나인 미각으로 느껴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기차에서 먹는 라면 가게엔 라면을 만드는 자판기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요괴 라면과 돈코츠라면 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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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요괴 라멘을 한번 먹어보았습니다. 가격은 5000원입니다. 조금 가격이 있는 편인데 요괴라면 맛은 봉골레 파스타 + 나가사키 짬뽕을 섞어놓은 맛이었습니다. 전시장에서 음식이라니, 상상할 수 없는 조화였지만 미디어아트 전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다양한 것을 체험해 볼 수 있게 계획한 것이 무척이나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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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직접 작가처럼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연필과 사인펜이 준비되어 있어서 내가 만화가인 것처럼 그림을 만들기도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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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광활한 세계는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시작되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과 재현해놓은 공간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쌓여있는 책들, 항상 책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고 참고하고 하는 작가의 모습을 얼핏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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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중앙에 위치해있는 이 기계 백작은 움직이는 기계입니다. 움직일 때 그냥 일괄적으로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센서가 있는 건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얼굴 부분이 움직였습니다. 기계 백작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무섭기도 하면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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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기계 인간인데 손이 막 춤을 추듯이 움직이는 로봇이었습니다. 전시장에서 최첨단 기계들과 함께하는 전시여서 그런지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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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우주를 재현해 놓은 방입니다. 가운데 동그란 구를 움직이면 구가 돌아가면서 벽에 보이는 우주의 모습도 돌아갑니다. 마치 내가 우주를 조종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주 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우주를 직접 느껴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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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직접 은하 철도 만화책을 구경 할 수 있는 만화방도 있습니다. 옛날에 만화방이 많았는데 다 사라지고, 지금은 만화카페가 많이 생겼죠? 옛날에 책을 빌려서 보던 추억이 새록새록 들기도 하면서 가운데 엄청 큰 만화책 모형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너무 커서 모형인 줄 알았는데 진짜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고 장마다 그림 모양이 다 달라 엄청 큰 만화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더 많은 작품, 전시공간들이 있지만, 이번 전시장을 구성한 사람은 이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를 직접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게 해주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기차에 탄 것과 같은 구성, 우주를 느껴볼 수도, 기계 인간을 볼 수도, 주인공이 되어볼 수도 있고 주인공이 체험했던 것을 느껴볼 수도, 80년대 감성과 미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로망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우주란 광활하고 신비한 공간입니다. 그곳에 주인공이 되어 참여해볼 수 있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박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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