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낯선 존재, 연극 < 이방인 > [공연]

글 입력 2018.08.1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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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연극 <이방인>



내가 처음 만난 <이방인>

알베르 카뮈.jpg
 

알베르 카뮈,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나는 우수와 반항이 묻어나는 얼굴부터 떠올린다. 머리를 잘 올려 빗고, 코트를 입고, 담배 한 개비를 물고, 지그시 시선을 던지는 모습.

깊이 있는 분위기를 뿜어내는 이 작가, 알베르 카뮈는 1942년에 소설 <이방인>을 발표한다. <이방인> 출간 이후, 그는 젊은 무명작가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작가가 된다. 불의의 사고로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약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알베르 카뮈와 그의 작품을 이야기한다.  현재까지 프랑스 국내에서 <이방인>은 총 733만여 부가 판매되었고, 매해 평균적인 판매 부수는 19만 부에 이른다.

소설 <이방인>의 내용과 그 의의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이방인>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이방인으로서 삶을 마감한 주인공 뫼르소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소외, 부조리한 사회, 무관심을 보여준다. 소외되고 부조리한 이 현실에서 살다 죽음을 맞는 뫼르소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찾은, 의미 있는 책이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소설 읽기에는 용감하게 도전한 적 있다. 한밤중,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조용한 방 안에 엎드려 소설 <이방인>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시작은 했어도 결국 끝을 보지는 못했지만…….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謹弔).’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첫 문장부터 충격이었다. 소설 첫 문단의 마지막 문장까지도 충격이었다.

전보를 받자마자 당장 차편을 마련했다거나, 슬퍼서 눈물이 났다든가, 충격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든가. 이는 흔히 비보를 접한 사람이라면 당연스럽게 보였을 반응이다. 뫼르소의 말과 행동은 달랐다. 덤덤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세상을 떠난 후 장례식에 방문했을 때 나는 어떠했는지를 떠올려 보았다. 확실히 나와 뫼르소의 반응은 달랐다. 뫼르소가, 이 소설이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받았던 충격이 계속해서 자리 잡고 있었다. 참고 읽다가 결국 책을 덮어버렸다. 1장이 끝나기도 훨씬 전이었다.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애를 썼다. 일부러 스탠드를 켜둔 채로 겨우 잠들었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왜 무서웠는지 정확한 이유를 댈 수가 없다. 그저 ‘죽음’이라는 사건 자체가 무서웠던 건지, 이어지는 뫼르소의 반응이 뜨악스러웠던 건지. 나도 그저 추측해볼 뿐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아침까지 이어졌고, 나는 눈을 뜨자마자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족들이 모두 무사히 지내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서는 <이방인>을 책 더미 속으로 후다닥 숨겨버렸다.

황당하긴 해도 실화다. 이게 뭔 상관이냐 어이없어 해도 좋고, 겁쟁이라 놀려도 좋고, 바보라고 놀려도 좋다. 책을 읽은 시간은 짧았지만, 이 짧은 순간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때문에 <이방인>에 대한 나의 인식은 편향적이다. ‘충격, 당혹감, 불안감, 두려움, 무서움, 그리고 낯섦.’



낯선 <이방인>을 다시 마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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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도 소설 <이방인>을 연극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오랜 고민하지 않았다. 단숨에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극단 산울림의 공연이고, 그때의 그 소설 <이방인>이다. 봐야만 했고,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극 <이방인>을 보기 위해 나는 한동안 덮어뒀던 소설 <이방인>에도 다시 도전한다. 이번엔 환경도 바꿔본다. 어두운 밤에 내 방 안에서 혼자가 아니라, 밝은 대낮에 혼자가 아닌 곳에서 책을 펴보고자 한다. ‘잠정적 중단’, ‘영원히 포기’란 없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인간 소외가, 억압이, 부조리함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들이 실존주의와 어떻게 연관되었고 어떻게 논의되었는지,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연극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무대를 구성하는지, 이 연극을 감상할 때 나는 어디에 중점을 두고 관람하고 싶은지, 연극에서 내가 발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이에 대해서 지금의 나로서는 이런저런 부족함이 많기에 대답을 주저하게 된다.

원작 소설과 연극까지 다 본 후, 나의 궁금증을 더 구체화하고자 한다. 내가 만든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지식도 부지런히 공부해본다. 충분한 숙성의 시간을 거친 후에는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 내고,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시간을 지내다 보면 이방인 뫼르소의 삶을 관찰하는 것에서 보다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나의 삶을 객관화하고 돌아보는 동시에, 나에게는 낯선 존재에게서 어떠한 통찰을 얻을 수도, 내가 몰랐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기꺼이 알아가는 방법을 이번 프리뷰를 통해 연습했다. 이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내가 직접 보게 될 낯선 <이방인>을, 이전보다 훨씬 더 기꺼이 마주보고자 한다.



돌아온 <이방인>, 문학의 언어를 무대의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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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방인> 시놉시스

알제의 선박 중개 사무소에서 일하는 뫼르소는 어느 날 양로원에 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고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다. 그는 예전 직장 동료였던 마리를 다시 만나 유쾌한 영화를 보고 해수욕을 즐기며 사랑을 나눈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뫼르소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레이몽과 친해진다. 레이몽은 변심한 애인을 괴롭히려는 계획을 세우고, 뫼르소는 레이몽의 뜻에 이끌려 이 계획에 동참한다.

며칠 후 뫼르소는 레이몽과 함께 해변으로 놀러 갔다가 그들을 미행하던 아랍인들과 마주친다. 그 아랍인들 중에는 레이몽 옛 애인의 오빠가 있다. 싸움이 벌어져 레이몽이 다치고 소동이 마무리되지만 뫼르소는 답답함을 느끼며 시원한 샘으로 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레이몽을 찌른 아랍인을 다시 만난 뫼르소는 자신도 모르게 품에 있던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데….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소설 <이방인>, 이를 극단 산울림이 연극 <이방인>으로 각색하여 공연한다. 2017년 신작으로 <이방인>을 공연한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로부터 호평받았던 작품이니 만큼, 올해의 공연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극단 산울림은 연극 <이방인>을 제작할 때 원작이 지닌 색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카뮈의 독창적 문체가 돋보이는 뫼르소의 독백을 충실히 살리는 등 원작의 색채를 유지하며 이를 무대 위의 요소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와 동시에, 극단 산울림만의 특색 있는 연극 <이방인>을 선보인다. ‘문학의 언어를 무대의 언어로’라는 말에 걸맞게, 원작 소설이 지닌 내면의 연극성을 찾아내어 이를 연극으로 그려낸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무대 언어들이 시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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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L'Étranger


일자 : 2018.08.21(화) ~ 09.16(일)
장소 : 소극장 산울림
시간 : 평일 20시, 주말 15시 (월요일 쉼)
전석 40,000원

관람 연령 : 만 15세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 105분

주최/주관 : 극단/소극장 산울림



자료 출처 : 산울림


[심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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