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판소리 오셀로의 궁금한 조합 [공연]

인간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이 깨지는 과정 두가지를 어떻게 대비할지 기대되는 작품
글 입력 2018.08.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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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오셀로, ‘판소리’라는 접하기 어려운 장르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의 조합은 정말 낯설게 다가왔다. 딱 봤을 때도 오셀로를 판소리로 만든 문화예술 작품이겠거니 생각은 들었지만 한번에 감이 잘 오지 않았다.
 
판소리는 살면서 딱 한번 접할 기회가 있었다. 의외로 한국의 전통 장르라고 불리는 예술은 참관할 기회가 별로 없다. 내 고향인 경상남도 통영은 문화재가 많은 도시라, 전통예술을 체험할 기회가 많았는데도 그렇다. 어릴 때부터 탈춤으로 유명한 통영오광대를 매년 보기도 했고, 세병관이나 충렬사 같은 문화재를 만날 기회가 많아서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을 때도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서촌과 같은 옛 건물들이 많은 곳이었다. 막상 서울에 사는 친구들은 그런 전통적인 곳을 ‘관람’할 생각보다는 맛집을 가거나 오락 등 액티비티를 체험하고, 인생샷을 남기는 게 목적인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문득 고향이 그리워질 때라던가, 서울의 큰 건물 속에서 사는 게 힘들어질 때쯤 주말마다 혼자서 북쪽으로 떠나곤 했다.
 
2015년의 가을이었다. 그날도 나는 서울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북쪽으로 떠났다. 그날은 탑골공원을 관람했는데 그 안에서 한복입기 체험 같은 것을 하길래 15분 입으면서 5천원에서 만원 사이의 돈을 지불했던 것 같다. 혼자 입는 거라 그 이상 입기는 부담스럽기도 했고, 한복을 빌려입는데 보통 얼마쯤에 가격이 형성되어있는지 몰라서 비싼 돈을 주고 한복을 입으며 걸어다니며 사진도 찍고 놀았다. 갈색으로 물들였던 새내기 시절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다시 염색을 해야 할 정도로 검은 머리가 많이 자랐을 때였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앳된 얼굴을 하고 노란색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고 활짝 웃고 있다. 혼자 놀러갔기 때문에 주변의 관광객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던 것 같다.

탑골공원 주변에 운현궁이라는 곳이 있다. 옛날 흥선대원군의 개인 별장 같은 곳이다. 우연히 들렀던 운현궁에서 흥선대원군의 삶을 다룬 판소리를 들었다. 난생 처음 접하는 판소리라서 늘어지듯이 말하는 목소리가 익숙하지 않았고, 그 창을 하는 사람이 잘 못하는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들리지가 않았다. 성량이 풍부하지 않아 대낮의 공기 속에 살포시 사라져버리는 목소리에, 내가 잘 모르는 한국의 역사, 흥선대원군의 삶이 담긴 이야기를 듣자니 지겨워졌고 힘들었다. 처음 접하는 판소리였건만 재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고, 흥미를 모두 잃어버렸다. 그 뒤로 따로 판소리를 찾으려고 한 적은 없고, 우리나라 전통극에도 관심을 잃어 예술 문화는 그저 전시만 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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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열 / 사진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그래서 사실, 이번 ‘판소리 오셀로’도 들을까 말까 되게 망설였다. 밴드부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남자친구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더니 창은 별로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확실히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인데도 접근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장르라 판소리를 즐기는 사람을 주변에서 잘 본 적이 없다. 내 나이대의 사람이 갑자기 주말에 판소리를 보러 간다고 한다면 굉장히 마니악한 취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 같다. 나는 특히 몇 년전 판소리에 실망을 했던 기억 때문에 더더욱 거부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한 것에 불과한 거기도 하다.

그날, 창을 하던 사람의 컨디션 상태가 나빴을 수도 있고, 그날의 공기가 지나치게 무더워 그 사람의 말소리가 공기 중에서 증발해버린 것일수도 있고, 이야기 자체를 흥미롭게 배열하지 못한 구성의 문제일수도 있는데 그런 점들은 고려하지 못하고 판소리라는 장르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내가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글을 써낸다 할지라도, 별 거 없는 건축물을 만들어낸다 할 지라도, 나는 그 장르에 대해서 일단 시작을 한다면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것. 그게 바로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완료와 제출에만 의의를 두고 끝마친다면 내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장르를 처음 접할 누군가가 그 장르 자체에 관심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란, 나 혼자 만들고 나 혼자 만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글을 읽을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 노래를 들을 누군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그것이 문화로 의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2018_정동극장_창작ing 시리즈_판소리 오셀로_포스터.jpg
 

또, 처용의 이야기와 오셀로의 이야기를 대비해서 극을 구성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가지긴 했다. 처용은 고등학교 때 한창 국어 영역에서 처용가로 많이 접했던 내용인데 처용을 시기한 악귀가 그의 아내와 동침을 하였지만 처용이 넓은 인품으로 노래로 슬픔을 승화했다는 내용이다. 오셀로는 아내가 자신의 부하와 동침을 했다는 소문을 듣자 아내를 죽이고, 죄책감에 자신도 죽게 되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아트인사이트 소개글에 ‘판소리 오셀로’를 동양과 서양의 대비로 바라보던데 글쎄, 이것을 동양과 서양의 생각 차이로 일반화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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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열 / 사진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동양에서도 오셀로처럼 행동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테고 서양에서도 처용처럼 행동할 사람도 있을거니까. 자신의 아내에 대한 믿음과, 믿음이 깨졌을 때 인간은 과연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할 지 그 태도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 흥미롭다. 평생의 연을 맺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나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할 지 상상을 하는 것도 흥미진진하고 정말로 부인 또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다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생각해볼 만한 가치도 있다. 외도를 자신의 감정으로 극복하려고 한 사람과 극복해내지 못하고 복수를 하는 사람, 그 둘을 대비시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한번 볼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어서 문화초대를 신청했다. 과연 어떤 극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판소리 오셀로
- 2018 정동극장 창작ing 첫 번째 -


일자 : 2018.08.25(토) ~ 09.22(토)
 
*
09.07(금) ~ 09.09(일)
공연없음

시간
화-토 8시
일 3시
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4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주관
(재)정동극장, 희비쌍곡선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80분




문의
(재)정동극장
02-751-1500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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