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영화 "캐롤"로 바라보는, 사울 레이터 [도서]

#신스탑3로 보는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글 입력 2018.08.1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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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
(Saul Leiter, 1923~2013)
미국 펜실베니아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화가


우리 집 책장은 창고다. 아 그렇다고 정말 창고는 아니다. 약간의 비유로서 어릴 적 오빠와 내가 읽었던 책과 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도 모호한 물건들이 잠자고 있다. 우리가 간혹 정말 간혹 “이것을 써볼까?” 하며 열지 않는 이상 잠자는 숲속의 책장이었다.

난 그 책장에 고이 모셔있던 필름카메라를 꺼냈다. 엄마·아빠가 디카가 나오기 전 쓰다 디카가 나오자 책장에 전시되었던 그 필름카메라. 필름으로 재충전시키고 다시 데리고 나와 이제 내게 되었다. 한강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개도 찍어보고. 아장아장 콩콩 애들도 찍어보고. 덜컹거리는 지하철도 찍어보고. “가만히 있어 하니-” 아르바이트 하는 곳 고양이도 찍어본다.

사진에 관심 아닌 관심을 두던 나에게 사울 레이터의 사진집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사진작가라니. 그의 뒤로 붙는 수식어들은 참 엄청나더라. “60년 만에 세상에 알려진 천재 포토그래퍼”, “컬러사진의 선구자”, “뉴욕이 낳은 전설” 당연히 그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난 그를 확 알지 못하겠더라. 그에 관한 글을 읽으며 “음- 이런 사람이군” 교과서 외우듯 뇌로 외워볼 뿐이었다. 그러던 중 한 문장을 발견했다.

“<캐롤>은 사울 레이터를 오마주 한 영화다.”

정확히는 그의 촬영기법을 오마주 했다한다. 그 문장을 읽은 뒤 <캐롤>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가 가슴으로 들어왔다.



영화 “캐롤”로 보는 사울 레이터


*이 글은 영화 “캐롤”에 대한 리뷰보단 사울 레이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입니다.*

<캐롤>은 캐롤과 테레즈, 두 여자의 이야기인 여성 퀴어 영화다.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사울 레이터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떤 흔적인지, 지금부터 영화 속 신을 멈춰가며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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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스탑
: 1950년대를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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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흑백사진을 기억하는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기쁨을 상징하는 사진으로서 우리에게 익히 유명해졌다. <캐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50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아이젠하워 시대의 1950년대 미국은 풍요의 시대였다. 때문에 소득분배의 상당한 평등화로 중산계급의 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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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롤" 스틸컷-


영화 “캐롤”의 주인공 캐롤 역시 중산층 중에 한 명이었고. 재산과 남편과 딸을 가진 누가 봐도 남부럽지 않은 화목한 가정을 꾸린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남편과 이혼소송 중이었으며 딸의 양육권 문제로 싸우는 중이었다. 그런 나날 중에 캐롤은 백화점에서 일하는 테레즈를 본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온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발견한다. 거짓말처럼 시간이 멈추고 둘만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둘은 서로에게 매료된다.

*

감독은 이러한 1950년대를 표현하기 위해 비비안 마이어와 사울 레이터의 사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사실 1950년대는 컬러사진보다 흑백 사진을 선택했다. 특히 매그넘의 포토그래퍼들이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컬러보다는 흑백을 선택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라는 매그넘의 가치. 레이터 또한 그러한 가치에선 같았지만 어떤 걸 보냐는 달랐다. 레이터는 역사적 순간이 아닌, 일상적 풍경에도 ‘결정적인 순간’이 있음을 알았다. 그는 일상적 풍경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컬러사진으로 포착했다.

매그넘 : '매그넘'은 크다란 뜻을 가진 라틴어로, 창립 시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라는 가치를 내걸었으며 20세기 포토저널리즘을 대표해왔다.



2#신스탑
: 거울과 유리창과 차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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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롤>엔 유리창과 차창이 자주 나온다. 이는 캐롤과 테레즈의 미묘하고 불안한 사이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유리창과 차창”은 어떤 의미일까. 특히 두 주인공의 중요한 감정이 드러날 때 우리는 여지없이 유리창과 차창을 통해 그들을 바라본다. 미칠 듯이 넘치는 사랑, 외로움, 씁쓸함, 슬픔. 받아들여지는 그대로 느낀다.

영화의 초반과 마지막에 테레즈 때론 캐롤이 서로를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모습은 그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감정의 깊이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그저 거울과 유리창과 차창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고 생각할 뿐이다.

*

<캐롤>의 영화감독 토드 헤인즈는 사울 레이터의 사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위에서 말한 것처럼, 캐롤과 테레즈의 감정선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유리창과 차창을 자주 이용한다. 이는 감정은 물론이고 영화의 분위기까지 동시에 잡는다.

레이터의 사진을 보고, 영화를 보면 정말 그렇다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그것이 거울과 유리창일 것이라 짐작해본다. 레이터의 사진에도 거울과 유리창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염두에 둔 목적 없이, 그저 세상을 바라본다”라는 그의 말처럼 거울과 유리창을 통해 있는 그대로 피사체를 본다.



3#신스탑
: 찰나의 순간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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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는 남자친구한테 묻는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고,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남자친구가 말한다. “누구나 겪는 일이 아니잖아”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생각했다. 과연 그럴까? 아니, 캐롤이 친구한테 하는 말처럼 갑자기 변한 것이다. 큰 교통사고가 나서 변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잠을 자고 일어나니까 변한 것이 아니라,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 순간 바로 그 잠깐의 순간 바뀐 것이다. 특정 누군가가 겪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날 일이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이다.

영화에서 캐롤을 카메라에 담는 테레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처음엔 그저 눈이 펑펑 내리는 배경 속 캐롤이 아름다워서 찍는가 보다 했는데 두 사람이 교감과 사랑을 나눌수록 사진도 채워진다. 그건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는 단 한순간. 신기루처럼 부서질까 무서운 순간. 그 불안함 속에서 기억하고 포착하고 싶은 장치가 카메라가 아니었을까 한다.

*

사울 레이터 또한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을 담기보단 금방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을 담길 원했다. 우리에겐 너무도 일상적이라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이를테면 평범한 일상 속에 삶의 핵심이 들어 있으며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뉴욕의 길거리는 그의 주 촬영공간이었다. 참 광활한 공간이었다. 그 길고 넓은 길거리가 모두 스튜디오였다니. 때론 축복처럼 햇빛이 들고 비가 오고 눈이 온다. 수없이 변하는 환경에서 그의 무대는 펼쳐졌다. 길을 지나다니는 차들, 사람들이 그의 주인공들이었다.



사울 레이터의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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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사울 레이터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을 것이다. 레이터는 영화만큼이나 굴곡 있고 독특한 인생을 살았다.

레이터는 1923년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나 랍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10대 후반 예술이 그의 가슴에 싹틔웠지만, 탈무드 학자였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율법 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결국 화가가 되기 위해 율법 학교를 중퇴한 뒤 23살에 뉴욕으로 떠났다. 그렇게 패션 잡지인 <하퍼스 바자>, <에스콰이어>, <엘르>, 영국 <보그> 등은 물론 <라이프> 같은 시사 잡지에도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실었다.

그러다 그의 사진이 많은 사람들 앞에 빛을 보게 된 것은 독일의 유명 출판사 ‘슈타이틀’의 대표 게르하르트의 덕분이었다. 업무 차 뉴욕에 온 게르하르트가 한 갤러리에서 그의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된 계기였다. 그렇게 레이터는 60년 만에 세상에 알려졌고, 사진계를 그리고 컬러사진의 역사를 다시 썼다.

글로서, 영화로서 그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건 끝났다. 이제는 그의 진짜 사진을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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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 All about Saul Leiter -


원제 : All about Saul Leiter

지은이 : 사울 레이터

옮긴이 : 조동섭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사진집
사진 에세이

규격
148*210

쪽 수 : 312쪽

발행일
2018년 7월 31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5581-149-8 (03660)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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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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