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화가적 감성으로 일상을 바라보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글 입력 2018.08.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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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드 헤인즈 감독의 '캐롤' 中


2015년도에 개봉한 영화 '캐롤'을 본 적이 있는가?

케이트 블란쳇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관객들은 물론, 기자와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오갔던,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다. '동성애'라는 사랑의 유형을 다루기도 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도 했던 영화.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라는 배우의 연기도 돋보였고 무엇보다도 토드 헤인즈 감독의 미장센과 색감이 정말로 아름다웠던 영화였다. 토드 헤인즈는 말한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사울 레이터 그는 대체 누구인가?

소개하기에 앞서 내가 이 책을 원하고 바라게 된 건, 단순히 그의 사진에서 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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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사울 레이터


바로 보이는 위의 사진이 바로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는 사진이었다

새하얀 눈 위로 수많은 발자국이 있지만 빨간 우산을 쓴 소녀 홀로 지나가고 있다. 어쩌면 정적으로 보이고 차분하지만 빨간 우산이 눈에 띄는 사진. 마치 내가 어느 골목길 위에서, 한 주택의 베란다에서 겨울날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보는데, 추운 겨울의 사진을 보는데 이유 모를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상한 사진. 이 사진만 보고 바로 문화 초대 신청을 하였고, 선정이 되지 않더라도 이 책을 살 것이라 생각했다.

어렸을 때, 미술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그림에는 그리는 사람이 보인다고. 자기도 모르게 그리는 사람을 담아낸다고, 그 그림이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하셨다. 사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사진의 작가는 분명 소소하고, 순수한, 조용한 감성을 소유한 작가일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가르침을 주기보단
그저 바라보고 싶었다."




사울 레이터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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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는 1923년 독실한 유대교 집안에서 태어나 랍비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저명한 탈무드 학자였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유대교 율법 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의 속에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율법 학교를 중퇴한 후 화가가 되기 위해 23세에 뉴욕으로 떠났다.

하지만 화가로서의 뉴욕 생활은 쉽지 않았다. 뉴욕에서 만난 친구이자 화가인 푸세트 다트의 제안으로 사진에 입문하였고 그 길로 그는 패션 포토그래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는 패션 잡지인 '하퍼스 바자', '에스콰이어', '엘르',  '보그' 등은 물론 '라이프' 같은 시사 잡지에도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실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함께 일한 편집자들은 스튜디오 촬영을 좋아했다. 편집자들이 왜 스튜디오를 편하게 여겼을까. 거기서 점심 약속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로 나가면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거리에서 작업하는 게 좋았다."


그는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을 담기보다는 금방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을 담길 원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보이는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세상에 설교하지 않고 오로지 순수하게 관찰하는 사람으로 남고자 했다.



그의 사진, 그의 창, 그의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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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레이터의 사진에는 거울과 유리창이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거울이나 유리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듯이, 피사체를 평가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마치 “나는 염두에 둔 목적 없이, 그저 세상을 바라본다”라는 그의 말을 표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전에 부산의 문화예술 회관에서 하는 라이프 사진 전시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유명한 사진들과 역사적 순간들을 기록해 남기고, 라이프 만의 시사적 사진의 철학을 고스란히 전해주던 전시회. 그때 본 사진과 사울 레이터의 사진은 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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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 속에는 유명한 사람이나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 속에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지나가는 사람들, 풍경, 눈, 모두가. 스쳐 지나가고, 우연적인, 꾸며내지 않은 있는 그대로가 주인공이다. 다만 사진 속에 그의 화가적인 감성이 더해질 뿐이다.

그는 평범한 일상 속에 삶의 핵심이 들어 있으며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러한 점들이 그의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시처럼, 그림처럼 차분히 마음속에 들어와 강한 여운을 준다.


"나는 내가 사는 동네를 찍는다. 친숙한 장소에서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늘 세상 반대편으로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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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들 중에 흥미로웠던 사진은 '틈'을 이용한 사진 3개이다. 과감하지만 안정된 사진. 틈새로 세상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의 사진.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아 많은 것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사진첩에는 이러한 사진이 많을 것 같다. 공간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을 아는 사진들이.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된다. 책 속에는 얼마나 나를 편안하게 할 사진들이 많은지. 그리고 그가 보는 세상은 어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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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터의 컬러 사진들은 우리에게
거의 모든 도시에서 나타나는
시각적인 걸작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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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 All about Saul Leiter -


원제 : All about Saul Leiter

지은이 : 사울 레이터

옮긴이 : 조동섭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사진집
사진 에세이

규격
148*210

쪽 수 : 312쪽

발행일
2018년 7월 31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5581-149-8 (03660)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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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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