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농인의 삶을 이해하기 - Deaf & deaf [도서]

글 입력 2018.07.3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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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의 삶을 이해하기
Deaf & d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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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처음 수화를 접했던 기억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을 듯이, 학교 수련회에 가서 노래로 수화를 배운 것이다. 그 이후에는 한동안 수화를 잊고 살았다가, 대학에 오고 다시금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에서는 농인도 포함되었는데, 우리 사회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시도해 보기 힘든 현실에 문제점을 느끼게 되었다. 소위 ‘글로벌 시대’라고 말하며 영어나 제2외국어 등은 배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 있는 농인들의 언어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농인에 대해 다룬 Deaf & deaf라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농인을 이해하기


1. 농인의 언어를 이해하기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이자, 수화와 농인을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바로 수화가 하나의 언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음성 언어가 가능하지 않아, 이를 보충하는 개념이 아닌 수화를 수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화가 언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 수화를 사용하는 농인 역시 특정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로 이해할 수 있다. 책에서는 수화를 음성언어와 조음기관, 기본위치, 조음공간, 구성요소, 감정표현 등에서 비교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음성언어와 수화는 표면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상당히 유사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면 무언가 도와주어야 한다, 배려해야 한다, 혹은 이 사회와 적절히 융화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느낌이 먼저 들고, 사회의 인식 역시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그들을 위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러한 생각은 상당히 시혜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청각장애인과 건청인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이 아니라, 건청인과 그들의 지배적인 문화를 우위에 놓는 것이다. 따라서 책에 소개된 사회문화적 관점에서의 청각장애에 따르면, 청각 장애인이라는 용어보다 농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곧, 농인은 장애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수화를 언어로서 사용하는 소수 집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지금껏 미처 시도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게는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 생각의 주체를 나의 범위에서, 타인의 범위로 넓혀 가는 과정이었다.


2. 농인의 생애를 이해하기

수화를 사용하는 농인 역시 음성 언어를 사용하는 건청인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발달 단계를 겪는다. 그러나 농인과 건청인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로 인해 발달과정 전반에 걸쳐 약간의 차이가 나타나며, 이러한 차이는 농인의 생애과정 중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아기의 농인은 방대한 정보 중 청각 외 다른 감각기관의 정보만 받아들이게 되며, 발달과정에서 한계가 나타난다. 따라서 어떤 농인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발달과정에 있어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을 가지기도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적, 정서적 어려움은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전 생애를 걸친 발달과정에 있어 나타나게 된 환경적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농인이 특수한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단계상 나타나는 차이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인이 발달에 있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청각장애 학교에서는 농 아동의 수준과 맞지 않은 일반학교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발달상의 차이를 존중하지 못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인을 단순히 청각에 문제가 있는 장애인으로 인식하는 단편적인 시각을 농인의 환경을 고려한 총체적인 시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환경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교육과 복지 차원에서의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것이다.


3. 농인의 문화를 이해하기

농인들은 청각이 아닌 시각에 기초하는 독특한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행동과 생각하는 과정에 있어 농인들이 서로 공유하는 ‘농 문화’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미술이나 공연 분야는 시각적인 측면이 굉장히 강조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농인들이 많은 재능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운보 김기창 화백 역시 한국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화예술 분야에 특히 더 관심이 갔기 때문에, 농인들의 문화예술 활동 역시도 흥미롭게 다가와 농인의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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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농인의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NGO단체인 은평구의 문화반창고소리:D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이 단체는 농인과 청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한다. 단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수화 연극인 ‘치고 받고 놀래’인데, 창작 시나리오에 더해 수어 번역을 병행하면서 청인과 농인이 함께 즐기는 공연을 만들어 나갔다. 농인들이 강점을 보이는 공연적인 특성에 더해, 공연의 이야기 역시 이해할 수 있도록 수화와 음성언어를 병행하였다는 점에서 농인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들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에 이렇게 농인의 문화를 존중하고, 더불어 농인과 건청인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소통을 지원하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희망적이었다.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이야기되고, 더 많이 보여야 한다는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며, 문화예술이 농인과 농인 외 집단을 이어줄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며


책을 읽으며 농인의 언어, 농인의 생애, 그리고 농인의 문화라는 세 가지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농인에 대해 가진 여러 가지 편견이 조금이나마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자연스럽게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이러한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농인의 언어와 농인의 삶에 주목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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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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