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떤 음도 맛있는 재료가 되는 곳, 이진아의 《진아식당》 [공연]

글 입력 2018.07.3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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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의 음악을 좋아한다. 《K-POP STAR》에서 그의 음악을 처음 마주했을 당시를 떠올린다. 재즈 음악의 화성이 자유자재로 녹아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들리는 귀여운 멜로디, 순수하게 전달되는 가사의 조화는 낯설었지만 친근했고 불편했지만 편안했다. 이진아는 자신의 음악적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3위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받은 것이 있다면, 호오가 강하게 갈리는 특이한 목소리였다. 꾸며내지는 않았지만 흔하지 않은 목소리였고 속삭이는 듯한 창법 역시 대중적으로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가수가 아닌 작곡가로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진아는 자신의 목소리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어떤 음도 맛있게 요리하듯 자신의 목소리도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7월 13일과 14일 양일간 열린 이진아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진아식당 Grand opening》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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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식당


《K-POP STAR》가 끝나고 새로운 기획사에서 둥지를 튼 그는 음반 <진아식당>을 발매하였다. 애피타이저, 메인 디시, 그리고 디저트의 3부작으로 이루어진 시리즈였다. 이 시리즈를 대표하는 곡은 단연 메인 디시 음반 의 타이틀곡 ‘Random’이 아닐까 싶다. 랜덤으로 음악 재생을 하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노래가 편견 없이 좋게 들리는 것을 보고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편견을 없애고 음악과 세상을 ‘랜덤’으로 대하겠다는 다짐을 풀어낸 노래이다. 그는 <진아식당>을 통해 여러 가지 음악적인 모험을 시도하며 자신을 채우던 편견에 도전했고 동시에 자신을 에우던 편견을 타파했다.


몇 개의 정보를 갖고서
마음대로 생각을 하는 걸
아무 선입견도 없이
널 듣고 싶은걸

- 'Random' 中


시리즈의 완결판이자 정규음반 <진아식당 Full course>의 타이틀곡 ‘Run’은 힙합 프로듀서 그레이(Gray)와 함께 작업한 EDM 계열의 재즈-힙합곡이다. 부드러운 팝재즈를 주로 선보이던 이진아가 <진아식당>의 완결작으로 힙합과 EDM을 접목시킨 재즈를 선보이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이진아는 세 번의 음반 발매를 하면서 거침없이 파격을 시도하고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작년에도 단독 콘서트를 열었는데,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 때의 이진아보다 훨씬 성장한 이진아를 기대한 이유이다. 1년 동안 그는 수많은 음악을 요리하며 다양한 음악적 재료를 다룰 수 있는 ‘재즈 셰프’로 성장했다.



진아식당 Grand Opening


공연은 마치 식당에 온 듯한 잡음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진아라는 셰프가 운영하는 진아식당에 관객들이 손님으로 초대받았다는 설정이다. 시작을 연 첫 곡은 ‘마음대로’. 《K-POP STAR》 예선에서 선보이며 중후한 재즈와 잔잔한 멜로디로 그의 음악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노래이다. ‘Grand Opening'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세션이 어우러진 화려한 연주로 포문을 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피아노 한 대와 담담히 울려 퍼지는 목소리뿐이었다. 마치 그가 《K-POP STAR》에 처음 등장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곧이어 선보인 곡은 데뷔 음반에 수록된 ‘별 한송이’로 역시 화려하기보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만이 함께하는 발라드곡이었다. 꾸밈없이 순수한 마음을 담은 그녀만의 재즈는 식당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먼저 열며 처음의 진심을 간직한 채로 성장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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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세션이 곁들여진 화려한 재즈 퍼레이드는 서서히 공연에 스며드는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대학 시절부터 같은 밴드의 일원으로서 음악을 함께 했다는 드럼과 베이스(콘트라베이스) 세션, 그리고 기타, 키보드, 코러스 세션은 식당을 이끄는 셰프의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하며 다채로운 재즈의 면면을 보여주었다. ‘배불러’나 ‘냠냠냠’과 같이 발랄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이 녹아있는 팝재즈와 ‘Ordinary Days’나 ‘계단’처럼 모든 세션이 존재감을 발하며 화려한 사운드를 장식하는 신나는 재즈는 관객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했다. 또한 ‘어디서부터’나 ‘별것도 아닌 일’처럼 어딘가 우울한 감성이 배어 있는 느린 템포의 재즈 역시 공연을 이완시키며 서정적인 감성으로 공연장을 적셨다.

《K-POP STAR》 본선 경연에서 커버 곡으로 선보인 산울림의 ‘회상’, god의 ‘길’을 다시 듣는 것도 또 다른 묘미였다. 두 곡을 선보일 땐 더욱 성숙해진 기량과 함께 당시의 긴장감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샘김과 정승환은 피처링으로 참여함과 더불어 관객의 고민을 노래로 해결해주는 이벤트를 통해 공연의 재미를 더했다.



편하다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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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의 흔적이 많이 보인 공연이었다. 동시에 그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공연이기도 했다. 재즈와 대중가요를 다루는 태도,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를 활용하는 방식, 대중들의 호오…. 재즈를 하면서도 가요를 만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진아에게 언제나 숙제처럼 주어지는 고민이었다. 이진아는 주저앉지 않고 그 고민을 노력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었고 음악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역을 확장해가며 재즈를 기반으로 한 가요의 무한한 스펙트럼을 증명했고,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발현했다. 그를 음악으로 옭아매는 기준들은 다양하고도 엄격했지만, 그를 자유롭게 한 것 역시 음악이었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는 그 모든 기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 기준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자의 해방감이 느껴졌다.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이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 사랑하게 되리

- '편하다는 건 뭘까' 中


‘편한 음악’을 고민하는 그의 생각은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목표에 가닿는다.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파다한 재즈 음악과 친숙한 가요를 접목시킨 이진아는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그만큼 클래식한 재즈와 한국의 팝 음악을 동시에 다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음을 사랑할 줄 알았기에 불편하고 어긋난 화음으로도 편안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편견 없이 ‘랜덤으로’ 음악을 대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그의 무한한 가능성의 씨앗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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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식당>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 <진아식당 Full course>의 마지막 트랙이자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 ‘우리, 시작’은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새로운 소속사에 정착한 후 처음 발매한 음반 시리즈 <진아식당>의 마지막 앨범이 발매된 지는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 아티스트로서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격이다. <진아식당>은 음반도 공연도 막을 내렸지만, 아티스트 이진아의 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그가 또 어떤 재료를 가지고 재즈를 요리할지 기대된다. 어떤 요리를 하든 간에 진심을 빼놓지 않는 아티스트이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진심이 모든 리스너에게 전해지는 그 날까지 그의 자유로운 날갯짓은 계속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안테나뮤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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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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