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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에, 디자인 잡지 ‘CA’를 만났다. CA는 1998년에 창간하여 이번 7/8월에 239번째 호를 맞이한 꽤 역사가 깊은 잡지다. 요즘 다양한 분야의 종이 잡지를 경험하고 모으는 데에 취미가 생긴 나로서는 이런 디자인 잡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유감이었다.

디자인 매거진인 만큼 표지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첫인상은 조금 어수선하다고 느꼈다. 글자와 사진의 배치가 올드해 보이는 감이 있었지만, 이번 호의 특집기사인 ‘서핑’과 ‘서프보드’ 디자인의 속성과 이미지를 생각하면 납득하게 되는 디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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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잡지의 콘텐츠는 표지에서 받은 첫인상을 완전히 무마해버릴 만큼 영감을 주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WHAT’S UP” 섹션에서 디자인 가구. 정원 디자인, 글꼴 디자인, 영상제, 전시, 그리고 작가의 작업실 소개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이슈를 소개한 것과, “SHOWCASE” 섹션에서 실제 디자인 작업을 간단한 배경설명과 함께 제시한 것에서부터 이 매거진의 내공이 엿보였다. 범죄 식물학자 마크 스펜서의 브랜딩과, 한글과 라틴 문자의 하이브리드 서체 ‘한틴’의 사례는 참신한 발상이 돋보였다.

이처럼 최근 디자인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탄탄한 구성을 통해, 디자인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툴(tool)’이자 ‘개념(concept)’ 자체의 전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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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호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PROJECT” 섹션이었는데, ‘선거를 알기 쉽게 <전국투표전도 2018’, ‘셰익스피어스 글로브 리브랜딩’, ‘온라인 데이팅 앱의 참신한 변신’ 기사는 디자인 접근 방식, 영감을 얻는 소스, 컨셉 디자인 등등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런던의 ‘셰익스피어의 글로브’ 극장의 리브랜딩을 위해 고심하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배경에서 영감을 얻어 빨강, 검정, 흰색의 일관적인 색상을 사용하고, 글로브극장이 원형인 것을 모토로 실제 극장 건물에 사용된 목재를 구해 ‘원’이면서도 20개의 면으로 이루어지고 나무의 결이 살아있는 독특한 심볼을 만들어 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로고를 만든 것이 놀라웠고, 디자인에는 순간의 영감뿐 아니라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조사가 뒷받침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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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퍼 문화와 서퍼보드 디자인을 다룬 특집기사는 내게는 생소한 주제였지만, 서핑의 자유롭고 청량한 이미지, 그리고 비주류 문화로서 가지는 특성 자체가 매력적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서퍼보드를 디자인하며 실제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흥미로웠으나, 이 문화가 디자인 아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뚜렷이 와닿지 않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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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디자인만큼 전문적이면서도 일상 곳곳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분야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에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디자인을 공부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미지를 통한 즉각적인 소통이 SNS 등을 통하여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요즘, 참신하면서도 무게를 담은 좋은 디자인을 보고, 알아야 할 필요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나 역시도 이를 공부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터라,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세계와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잡지가 매우 반갑다.

CA는 그것이 다루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분야의 특성답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을 가능성을 가진 잡지다. 그래서 239호까지 꾸준히 발간되고 있는 것이리라. 이 잡지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시각에 관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비단 시각 예술 전공자나 애호가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창조’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굉장한 영감을 준다. 이번 CA 7/8월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창조적인 일의 속성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프로젝트도 있다는 점이고,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들조차도 주관적인 코멘트나 부정적 의견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런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성공에 대한 척도를 재정의하는 일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에 초점을 맞추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VOICES” ‘디자이너의 워라밸’ 매튜 트위들(Matthew Twi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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