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도 누군가의 테이프에 담길 수 있다 [문화 전반]

루머의 루머의 루머, 그리고 아티스트 종현
글 입력 2018.07.2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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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먹어 십자가 네 개 붙어있어 맹신해 Yes, #Hashtag
이름에 붙어서 침대에 늘어져 보는거 Search Search
박혀있어 방구석에서 늘어져있어

쟤랑 걔랑 사귄데 난 별로 관심없는데 난리 났어 가만히 있어도 물어 뜯을 걸 갖다줘
고맙지 뭐 걸레짝 되면 또 딴 얘깃거리 갈아타면 되지 뭐 심심했는데 잘 됐어
와플먹어 너도 한번 씹어 악플 먹어 쟤랑 걔랑 사귄데 그렇다 카더라

내 친구의 사촌의 선배의 친구의 사돈이 봤대 그렇다 카더라
도가 텄어 다들 도가 텄어 남 얘기하는 거

걔가 성격이 거지같대 그래 보여 아니 그냥 태도가 별로야 눈빛이나 주머니 손 꼽은거 다 맘에 안들어
가만히 있어도 물어뜯을 걸 갖다뭐 고맙지 뭐 걸레짝 되면 또 딴 얘깃거리
 
대단한 무당 납셨어 눈빛만 봐도 척척 와플먹어 너도 한번 씹어 악플먹어
걔 쉴드쳐서 뭐해 알아서 잘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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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사는 샤이니 종현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앨범 Poet&Artist에 수록된 와플(#Hashtag)이라는 곡의 가사이다. 이 노래를 듣고 처음 느낌은? 어 좋은데, 노래 좋다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듣다 보니, 그리고 이 앨범을 사서 펼쳐 본 순간 만난 가사지에서는 이 노래를 마냥 ‘좋은 노래’라고는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담겨있었다. 종현이 자살로 세상을 떠난 지, 반년이 지나간다. 하지만 나에겐 그가 특별했기에 쉽게 잊을 수가 없다.

난 학창시절, 정엽의 푸른밤의 애청자였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정엽은 라디오를 떠났고, 그 자리를 샤이니 종현이 채웠다. 처음엔 선입견이 가득했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SM타운 아이돌 샤이니, 그리고 그중 제일 좋아하는 멤버였던 종현이었지만 과연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그 희노애락을 정말 휘황찬란하고 멋진 삶을 사는 아이돌이 이해해줄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생각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나 보다. 그의 시작은 평탄하진 못했지만, 그의 노력 덕분에 ‘많이 늘었다’라는 얘기가 나오게되고, 푸른밤 종현입니다는 매일 밤 나의 12시를 지켜주는 라디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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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 후, 정말 많이 울었다. 종현이 라디오를 진행했을 당시, 난 인생에서 ‘홀로 견뎌야 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우울증으로까지 번질 뻔했다. 하지만 어두운 밤, 씻고 침대에 누워 라디오를 켜면 누군가의 사연을 위로해주는 종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속에 박혀서 날 위로해주고 지탱해줬다. 웃기지, 매일 날 일으켜준 건 당시 친구도 가족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에겐 그가 특별했다. 그가 떠나고 라디오를 전부 다시 들었다. 나의 문자 사연이 나오는 부분에선 울다가 웃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 곡을 듣고 나는 그에게 위로만 받았지 반대로 그에 대해 알려고 했던 적이 많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여초(여성 커뮤니티)의 공격 대상이었던 것을 그가 떠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한 때 내가 좋아했던 배우를 한 순간에 ‘일베’라고 몰아간 것들도 그들이기에, 어떤 방식으로 그들이 루머를 생산해냈는지 알기에, 종현이 받을 상처는 감히 짐작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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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는 그를 괴롭히는 루머에 대해 싸웠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돌 혹은 배우들은 악플러를 고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지만, SM타운은 대대로 악플러를 잘 고소하지 않기로 유명했고 결국 아티스트들이 정면돌파를 하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나도 수십년간 누군가의 ‘빠’였고, ‘덕후’였다. 여러 루머와 악플에 대해, 나와 반대편에 서서 내 연예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사실 팩트가 뭔지 말을 해줘도 못 알아듣는다. 아니, 못 알아 듣는 척을 한다. 오로지 그들에게는 상대편 연예인을 까내리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그래서 애초에 상대하면 안 된다. 내 속만 터지니, 하지만 내 연예인이 받을 상처 때문에 그들과 싸워보는 것이다. 난 종현이, 그 트위터인과의 대화에서 조곤조곤 팩트를 설명하는 그 답장이 너무 안타까웠다. 눈물이 났다. 그래, 역시나 그 상대편은 끝까지 팩트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런 거야, 종현아. 네가 말해줘도 이미 넌 이미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없었던 거야.

그를 보면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떠오른다. 로빈 윌리엄스는 <굿 윌 헌팅>, <잭>, <죽은 시인의 사회>와 같은 영화에서 대사들로 사람을 위로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2014년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우울한 사람을 가장 많이 위로한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 질수 있다는 것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누군가 자살을 했다. 그럼, 사람들은 이유를 찾는다. 왜? 뭐 때문에? 하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순 없다 ‘그’의 삶이었고, ‘그’의 선택이었으니. 오히려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우리가 경계해야할 '루머를 만드는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종현이 남긴 앨범 속 3번째 트랙이, 즉 루머(Rumor)가 그 수 많은 이유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도 어디선가 어느 연예인을 까내리고 있진 않은가, 사실을 외면하고 이유없이 공격하고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누군가의 테이프, 트랙 속 사람들 중 일부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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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 얼마 전 미뤄왔던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되었다. 이 미국 드라마는 해나라는 학생이 자살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담은 테이프 13면을 공개하면서 시작된다. 그녀를 자살로 이르게 한 13명과, 그들과 있었던 일이 담겨있는 것이다.

첫 번째 면, 저스틴과의 있었던 일이 그 시작이 된다. 저스틴과 첫 키스 뿐이었던 공원에서, 저스틴이 찍은 사진이 교내에 퍼지자 헤나는 단숨에 ‘걸레’취급을 받게 된다. 첫 번째 루머. 그 루머가 퍼지고 퍼졌고, 해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덮어씌워도 될 존재’로 여겨지게 된다. 알렉스는 교내 여자들의 명단을 만들어 그녀를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괴롭혔고, 또 이것이 루머가 되어 제시카라는 친구를 잃게 했다.

그렇게 누구라도 옆에 있어줬으면 하면서, 끝까지 내민 손을 아무도 잡아주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표현했다. 시 낭송에서, 수업시간에서, 자신이 힘들고 외로움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매번 표현했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아니, 알아챘으면서 괴롭히기 바빴고, 악화시키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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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학생들이 나온다. 해나를 자살로까지 이끌게 된. 드라마 리뷰를 읽어보니, 아이들의 잘못에 대한 경중을 다루고 있었다. 브라이스가 가장 나쁜 놈이고, 그나마 누군 낫고. 드라마를 끝까지 보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게 얼마나 의미없는 일인지, 그리고 그 잘못의 경중을 따지는게 얼마나 의미없는 일인지를 알게되었다. 모두가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것은 같다. 그들 모두가 이유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부모님, 선생님들까지 잘못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팩트, 즉 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것조차.


내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어떤 이야기가 제일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뭐가 제일 인기 없는지는 알아.

진실.

진실이 늘 최고나 최악은 아니거든.
바로 그 중간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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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루머의 생성과정,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 자신의 고통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왜 우리는 사실보다 루머, 안고 있는 것보다 퍼트리는 것을 좋아할까? 생각해보니, 나만해도 누군가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만든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 보자. 초등학교 때의 일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한 아이에 대한 소문을 알려줬다. 뒷담화도 잘하고, 물건을 훔친 적도 있다 등등. 난 나와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믿고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주었고 그것이 소문처럼 퍼져 그 아이는 반에서 외톨이가 되었다. 내가 직접 폭력을 행한 건 아니지만, 맞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아이의 테이프에 들어가있을 사람 중 한 명일지도 모르겠다. 내 입장에선, 모두가 사실처럼 믿었기에, 내가 반박을 하거나 믿지 않는다면 내 친한 친구들과의 거리가 멀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루머가 진실이든 아니든 믿어줘야 했고, 혼자 있는 친구들을 외면해야 했다. 그 습성은 고등학교까지 이어져왔고,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렇게 쉽게 바뀌진 않았다. 절대다수가 옳은 것이며, 어떠한 증거를 찾지 못한 이상 진실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아마도 난, 24년간 해나가 아닌 해나를 죽음으로 몬 학교 친구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 한 번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앞으로라도 사소한 소문이라도 조심해야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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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는 결국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굴복하고 만다. 자신이 진짜 그런 사람이라고,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니야, 제발 너의 탓이 아니야. 드라마를 보면서 해나를 안아주고,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자책하지마, 네가 못나서 그런 게 아니라고. 그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지,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하지만 해나에게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 포터 선생에게 찾아갈 때 조차.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잊어버려, 지워버려” 그 끔찍한 기억을 그냥 지워버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견뎌내라고 얘기한다. 누군가 나에게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해 오면, 나 역시 그렇게 대답할 지도 모르겠다. 극복해봐, 아니 우울증을 해소할 다른 것들을 찾아봐. 우울증을 겪어본 나 조차도 그렇게 밖에 대답하지 못한다. 왜? 난 그 사람을 완벽히 알지 못해, 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해나의 시선으로 봤을 땐, 이 대답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또 얼마나 무책임하고, 아픈 말인지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나 참 사람 잘 본다, 걔 그럴 줄 알았어. 걔 좀 별로던데? 저번에 무슨 짓 했다더라. 생긴 것부터 싸가지 없게 생기지 않았냐? 선배들이 쟤 그다지 안 좋아한대. 너무 나댄대. 너무 익숙한 말들이지 않은가? 언제부턴가 이런 말들이 듣기 싫어졌다. 20살 초만 해도, 난 이런 말을 자주하기도 했고 듣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런 '걔'를 피해다녔고 프레임을 씌웠다. 내가 그 사람을 겪어본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우리는 늘 사람을 참 쉽게 판단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일을 그만둬야 한다. 누군가의 테이프에 당신이 담기기 싫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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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metimes you judge people..
I mean, we all do.

Sometimes you just,
live to regre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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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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