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돈보다는 사람에 가치를 두는 서점의 미래 [도서]

글 입력 2018.07.1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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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출판저널>의 ‘책문화 생태계 모색과 대안’ 그 여섯 번째 특집 좌담 주제는 ‘서점의 현재와 미래’다. 특히 서점인, 출판인, 독자의 입장에서 각각의 서점의 현재와 미래의 역할에 대해 논했고, 서점을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사라진 동네 서점


20년 넘게 살고 있는 나의 동네에도 생각해보니 어릴 적 자주 가던 작은 서점이 있었다. 그 곳에서 주로 문제집을 사곤 했다. 한 쪽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있어, 한동안 앉아 소설책을 읽다 가기도 했다. 지금 활발히 생기고 있는, 독특한 큐레이션으로 인기를 끄는 소위 ‘핫 플레이스’ 같은 독립 서점처럼 외관이나 느낌이 아주 멋진 곳은 아니었지만, 마음 편히 시간을 보냈던 곳이었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서점 하나만 생각했을 뿐인데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난다. 지금은 ‘그런’ 서점은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25년째 <책방 풀무질>을 운영해온 은종복님의 경험이 인상 깊었다. 처음 문을 연 때부터 계산하면 33년, 내 나이보다 더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킨 서점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쳐갔을까. 책 <시간을 파는 서점> 저자 신경미의 말처럼 오랜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서점은 책만 파는 게 아닌, 문화와 시간이 공존하는 장소다. 만약 그 시절 내가 가던 동네 서점이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책장을 조용히 넘기며 별 생각 없이, 때론 무용하게 보낸 시간까지 물리적으로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었겠다. 아쉽고, 아련해졌다. 남아있는 서점은 그래서 더욱더 그 시간을 연장해가기를, 나도 모르게 비는 마음이 생겼다.



서점과 도서관의 관계


서점과 도서관은 어떻게 다를까. 사실 <출판저널> 이번 특집호를 읽기 전까지는, 도서관에 책이 있으면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을 것이라 어렴풋이 짐작했다. 그게 순리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서관이 많으면 서점도 더 잘 된다”는 은종복님의 말이 새로웠다. 이유는 경제적 구조 때문이 아니라, ‘책 읽는 문화의 정착’ 때문이라는 점도.
 
언젠가부터 책을 사서 본다. 학교에 다닐 땐 주로 학교 도서관에 가면 됐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 자연스레 더 이상 학교 도서관을 찾지 않게 되었다. 동네 도서관 역시 퇴근한 시간까지 문을 열지 않아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나의 사례는 표면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어 책을 사게 된 것이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은종복님의 말에 따르면 이미 나에게 ‘책을 읽는 문화’가 정착되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을 통해 경험한 ‘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았다면 책을 사지 않았을 테니.

   

돈이라는 눈으로 본다면 어둡고, 사람의 눈으로 보면 밝다


서점의 미래는 어떨까. 부길만님은 ‘지역의 출판사-지역의 도서관-지역의 서점’을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지역성’과 ‘시스템’이다. 사실 읽으면서 지역의 수많은 작은 서점들이 생겼다 사라지곤 하는 이 시점에서 물리적인 장소성, 즉 ‘지역성’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는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대신 ‘시스템’에 관해서는, 요새 독특한 주인장의 취향 및 콘셉트로 인기를 끄는 독립 서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서점에서 진행하는 도서 연계 강연, 북클럽과 같은 네트워킹과 양질의 굿즈는 젊은 층의 관심을 서점으로 유인한다. 이는 분명 서점의 역할을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활동이다.

동시에 신경미님의 말처럼 ‘아무 때나 드나들 수 있고 수다를 떨 수 있고 머리를 식히러 가는, 그러면서도 대단한 것이 아닌 소소한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서점의 지역성이 회복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어렸을 때 내가 그랬듯, 특별한 계획 없이 편한 옷으로, 편한 마음으로 드나들었던 그 곳처럼 남아있는 동네서점의 미래도 그러하기를 바라 본다. 동시에 더불어 ‘베스트셀러를 바라는 한탕주의’보다 내실 있는 경영을 이어가는 서점이 더욱 많아지기를, 그래서 돈보다 사람에 가치를 두고 함께 만드는 문화를 공유하는 서점의 미래를 그릴 수 있기를.


[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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