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의 첫 음악공연이 될, 프레디 캠프 연주회 [공연]

글 입력 2018.07.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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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일요일 오후 5시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레디 켐프의 피아노 리사이틀 연주회가 열린다.

`기교와 정서가 하나로 조화를 이룰 때 완벽한 예술이 된다"는 쇼팽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쇼팽의 연습곡, `화려한 기교를 위한 연습곡`이면서 독주를 위한 레퍼토리로 많은 연주자들에게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 그리고 현존하는 작곡가 카푸스틴의 `재즈적 색채가 엿보이는 연습곡`까지 만나볼 수 있다.

*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피아노에 대해서도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여자아이’라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모님들이 피아노학원이나 음악학원을 보내곤 해서 곧잘 체르니를 치고는 했는데 우리 엄마는 달랐다. 여유가 별로 없는 집안이기 때문에 공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학원은 보내지 않으셨고, 공부도 직접 가르치셨다. 그래서 우리 자매 셋은 어릴 때부터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결국, 언니는 시각디자인을, 나는 건축을, 동생은 영상애니메이션을 전공하게 된다.

서울로 대학을 와서 늘 음악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해서 거의 문외한인 나에게 거의 5만원이나 하는 공연티켓 한 장은, 그 돈이라면 할 수 있는 다른 수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했다. 매일 교복처럼 입고 다닐 레깅스를 한 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고, 남자친구와 최고로 비싼 밥을 한번 먹을 수도 있을 거고 일주일 치 식비가 될 수도 있고, 미술전시회를 세 번이나 보러 갈 수도 있는 엄청난 기회비용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서울에 지낸 지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음악공연을 관람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돈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음악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엄마의 가르침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런 평범한 기회비용을 한 번만 포기하면 얻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선택이 나에겐 쉽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했다. 절대 가능하지 않은 영역이었다.

이번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14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첫 opinion을 기고했고 처음으로 문화초대에 참여했는데 그게 프레디 캠프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정말 솔직하게, 나는 프레디 캠프라는 연주자의 이름도 처음 들었고, 피아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서 에뛰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가 천재적이고 아주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피아니스트라는데 나는 연주를 들어도 아마 아무것도 못 느낄지도 모르고 어떤 게 다른지도 모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들의 문화초대 기회를 뺏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하기로 시작한 이상, 나는 다른 분야의 예술세계도 알고 싶다. 전시회가 나에게 있어 세상을 비춰주는 거울이었던 것처럼 어쩌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음악의 세계에서도 나는 새로운 내 모습을 알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문화초대로 기회를 받아서 내 속에 있는 숨겨진 두려움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를 좀 더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신청했다. 남자친구에게 함께 가자고 했더니 평소에 전시를 싫어하는 남자친구는 클래식은 좋아한다면서 흔쾌히 가자고 했다. 아마 나보다 남자친구에게 더 도움이 되는 문화초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프레디 켐프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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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런던에서 태어나 8살 때, 영국 로열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데뷔했다고 한다.

나는 8살 때 무엇을 했지? 보통 천재들의 삶을 보면서 늘 드는 생각이다. 내가 그 나이 때는 뭘 하고 있었더라? 그 사람은 이미 그 나이 때 성공을 거두었는데 나는 아주 평범하게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받아쓰기를 100점 맞았다는 사실에 행복했을 나이. 그들은 이미 세상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중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신의 삶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긴 하지만 요새는 나이를 먹었는지, 그건 그들의 삶이고 이건 나의 삶이라고 다르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92년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로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15살의 나이다. 그러고 98년 21살에, 차이코프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 입상과 만장일치로 청중상을 수상하고, 호평을 받았다.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며, 2011년에는 지휘자로 데뷔하였고, 연주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 상을 휩쓸면서 완벽하게 악보를 연주하다가 결국 부모님의 압박이 부담되어서 피아노를 더는 연주하지 못하게 된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이라는 애니메이션인데, 나는 피아노 천재들 생각만 하면 이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프레디 켐프는 자기가 좋아서 피아노를 치는 걸까 아니면 그도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강요로 피아노를 치게 되었던 걸까. 이 사람이 피아노를 치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가 사는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렇게 물어봤을 때 프레디 켐프는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 자신도 그가 피아노를 왜 치는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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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터뷰를 준비하려고 여러 정보를 찾아봤는데, 정말 잘 없다. 사진도 잘 없고, 그 흔한 SNS도 잘 없더라.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건가, 쉬는 날에는 보통 무엇을 하나
 
A. 저는 요즘 개인적이거나 공개된 무언가로 누군가를 이해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몇 년 전 소셜 미디어가 처음 생겨났을 때 그걸 사용했는데, 전문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피아니스트로서 게시되는 모든 것들은 기뻐요. 제가 생각하기에 주된 취미는 스포츠와 언어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스키를 즐겨 타요. 아마 피아니스트로서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스키를 잘 타게 되고 나서 제가 산을 정말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이번 겨울에는 24일동안 스키를 탔어요. 저는 언어도 좋아해요 다른 문화와 소통하기 위한 개념이죠. 이번에는 한국어를 실력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겠네요!


Q. 최근 관심사가 있는가?

A. 저는 피아노 연습만큼 중요한게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충분한 런닝 또는 수영, 스키, 사이클이 정말 필요해요. 그런 다음 연습을 시작하죠. 저는 매우 게을러서 필요한 만큼만 연습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휴식시간에 뭔가를 연습하는 게 그리워서 최근에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타를 배울 충분한 시간을 항상 기다리죠.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써요. 저는 가장 어린 3살된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려고 하고 있고, 5살짜리 아이에게 스키 타는 법을 가르쳤어요. 그는 이번 겨울에 처음으로 중급자에서 스키를 탔어요. 저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할 요리를 하는 것에 항상 도전하죠.

*

인터뷰에서는 그가 한국에서 이번에 연주할 리사이틀에 대한 설명도 있었지만 내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그의 인간적인 관심사였다.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도 취미가 스포츠라는 것도 놀랐고, 아침식사시간에 다른 나라의 언어를 잘하고자 연습한다는 것도 놀랐다.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고 이번에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늘리고 싶다고 말하는 점도 조금 놀라웠다. 이미 한 분야에 정점에 있는 사람인데 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는 일이 신기하다. 그 자리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구나, 알 수 있었다.

그처럼 한 분야에 천재인 사람이 다른 분야에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놀라운 일이다. 보통은 이미 성공한 분야가 있으니 다른 것은 대충 생각하지 않을까?

나는 특히나 어떤 것을 전문적으로 할 줄 안다고 생각하면 자만심을 갖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격증을 목표로 하는 순간까지는 최선을 다해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자격을 취득하지만, 그 뒤에는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다. 조주기능사가 대표적인 예다. 한때 술에 큰 관심을 가져 술에 관한 유일한 국가 자격증인 `조주기능사`자격증을 취득했다. 1차로 필기 과목을 보고, 2차로는 실기를 통과해야 했다. 실기는 40개의 칵테일 중에 3개의 칵테일을 그 자리에서 7분 만에 만드는 시험이다. 레시피는 모두 암기해야 하고, 병에는 술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다. 가니쉬로 올라가는 과일들도 직접 손질해야 하며, 설거지까지 끝내는 게 좋다. 나는 학원의 도움 없이 혼자서 칵테일들을 만들었고, 놀랍게도 조주기능사 자격증이 내 손에 주어지자 술에 대한 모든 관심이 사라졌다.

그때는 맥주 한 캔 없이는 잠을 못 자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3개월에 한 번 정도 술을 즐기는 정도로 관심을 잃었다. 자격증이 있다고 내가 술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알고 있다고 할 최소한의 증명서 같은 거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이게 관심사가 쉽게 바뀌는 거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만심이 너무 심한 것 아닐까 싶다. 늘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무언가 더 배우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프레디 켐프의 연주를 들으면 그의 삶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 여러모로 그의 연주가 기대된다.





프레디 켐프 피아노 리사이틀
- Freddy Kempf Piano recital 'The Etudes' -


일자 : 2018.07.22(일)

시간
오후 5시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켓가격
R석 80,000원
S석 60,000원
A석 40,000원

주최
봄아트프로젝트

관람연령
8세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90분
(인터미션 : 15분)




문의
봄아트프로젝트
02-737-0708





[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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