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한민국오페라 70주년 기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길을 잘못 든 여자, 비올레타
글 입력 2018.06.2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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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너무 흔하다.
사랑이 존재하고는 있는 걸까."


2.포스터-라트라비아타-10.jpg

 
"사랑만 생각하자.
당신만 생각하자, 알프레도."



대한민국오페라 70주년 기념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2018년 6월 23(토) 오후 7시 30분
강동아트센터 대강당 한강

총예술감독 신선섭
지휘 장윤성
연출 김숙영
출연진 김동원, 이명주, 최병혁, 김순희, 민경환,
이준석, 김인휘, 서동희, 김현정
음악코치 홍진선
오케스트라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
무용단 프로젝트K




▶라 트라비아타 줄거리


[제1막]
비올레타의 살롱에 사교계 사람들이 모여 화려한 무도회가 열린다. 새로운 손님 알프레도 제르몽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새 손님을 환영하고 알프레도는 술과 사랑을 찬미하는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이 춤을 추러 옆방으로 건너가는데 비올레타는 현기증을 일으켜 혼자 방에 남는다. 비올레타를 염려한 알프레도는 방으로 다시 들어오고,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연정을 고백한다.

[제2막 1장]
알프레도와 비올레타는 파리 교외의 작은 별장에 숨어 산다. 비올레타가 가진 것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을 알게 된 알프레도는 파리로 떠나고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비올레타를 찾아온다. 딸의 혼담을 위해 비올레타에게 아들과 헤어져 달라고 부탁한다.

[제2막 2장]
비올레타는 친구 플로라의 저택에서 열린 가면 무도회에 친구 두폴 남작과 함께 온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에게 제발 돌아가라고 애원하며 알프레도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한다. 이에 알프레도는 도박에서 딴 돈을 비올레타에게 던지고 비올레타는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제3막]
밖은 사육제로 시끌벅적하지만 비올레타의 병실에는 죽음의 장막이 드리워있다. 비올레타는 제르몽의 편지로 알프레도가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걸 알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비올레타는 모든 것이 허망하기만 하다. 알프레도가 비올레타를 찾아와 새로운 행복을 꿈꿔보자고 다짐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라 트라비아타: 길을 잘못 든 여자


라 트라비아타는 사회적 약자와 위선적인 상류사회를 담은 이야기라고 한다. 그 이야기는 신분 차별로 인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인습에 대한 저항을 보여준다. 나는 베르디의 주관이 들어간 참신한 시도가 담긴 라 트라비아타의 전체적인 흐름에 집중하여 주제의식을 파악하는 대신 비올레타의 감정선에 집중하여 관람했다. 비올레타는 만남, 긍정, 희생, 연민, 비소유, 재회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누군가는 라 트라비아타를 매춘부와 부르주아 청년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라고 요약하는데, 그렇게 말하기엔 이 극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비올레타가 처음 길을 잘못 들기 시작한 건 언제일까, 어느 길이 그녀를 슬픈 결말로 이끌었을까. 알프레도에게 동백꽃을 건넨 순간? 제르몽의 권유를 거절할지 못했을 때?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에게 사랑을 알려줬지만 사랑의 행복을 주지 못했다. 그런 사랑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 사랑을 하지 않았더라면 비올레타의 마지막은 새드 엔딩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알프레도 누이의 혼담의 영향을 미칠 정도로 안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는 매춘부 비올레타. 남자의 돈으로 호의호식할 것 같은 오해를 사지만 그녀는 마차를 팔고 돈이 될 것들을 팔아가며 생활을 유지했다. 사랑 하나만 보고 파리의 많은 것을 뒤로했다. 사랑은 많은 것을 긍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 마음은 취소 불가능이라서.

제르몽의 말을 듣고 사랑을 희생하기로 한 비올레타의 마음은 순정적이었다. 비올레타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앞두고 '뭐라고 쓸까' 고민했다. 알프레도의 평탄한 미래를 위해 거짓을 적어야 했다. 알프레도 몰래 적어야 하는 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연서도 아니고, 소통을 위한 수단도 아닌 이별을 위한 거짓말을 담은 매개체였다. 비올레타는 자신의 비련으로 끝날 사랑을 억울해하기 보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알프레도를 걱정했다. 그녀에게 알프레도는 사랑이었고, 또 연민이었다.

희생의 대가는 오해였다. 간절한 애원도 통하지 않았다. 돌아온 건은 모욕적인 처사였다. 마음이 하는 일에 이성은 뒤늦게 개입한다. 알프레도는 타오르는 배신감에 감정적으로 대응했고, 뒤늦게 후회했으나 되돌릴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밖은 사육제로 시끄러웠고, 안에는 사랑을 잃은 쇠약한 비올레타가 있었다. 제르몽에게서 알프레도의 오해를 풀었다는 편지가 도착했으나 이미 비올레타에겐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죽음보다 조금 빨리 알프레도가 도착했다. 의사가 말하는 회복이 악의없는 거짓말이란 걸 알았던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와 재회하고 더 살길 원하였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비올레타는 누군가를 원망하지도, 본인의 처지를 억울해하지도 않았다. 처음 순정 그대로 알프레도에게 '순결한 처녀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을 하게 되거든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천사들 중 누군가가 당신과 그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순결하지 않아 사랑을 포기해야 했던 비올레타에게 사랑은 약이 되지 못했다. 비올레타와 그녀의 사랑은 그렇게 스러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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