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왜 브이로그를 보는가 [문화 전반]

Youtube Vlog에 대하여
글 입력 2018.06.2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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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압도적인 매체로 자리했던 TV의 영향력이 감소함과 동시에, 오늘날 주목을 받는 플랫폼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의 텍스트는 기존 TV와 달리 저자의 의도가 순수하게 나타남에 그치지 않는다. 독자는 수동적인 위치에서 매체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갈등 없이 받아들이는 양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저자와의 소통이 가능할 뿐 아니라 독자가 쉽게 저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것이다. 이는 바르트가 말하는, ‘읽는 행위 중에 일어나는 능동적인 과정들과 분리될 수 없는 작업’에 해당한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양식의 매체 내에서도 호평을 받는 콘텐츠 장르는 시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요리, 메이크업, ‘먹방’ (먹는 방송), 게임 등의 전문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와중, 최근 들어 급격히 성장한 인기 콘텐츠가 있다. 일상을 찍어 올리는 브이로그 (vlog)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를 일컫는 신조어다. 대체로 일반인의 일상을 의미하며, 특별한 주제 혹은 의도 없이 일과를 몽타주로 이어붙이는 형식의 단순한 영상이다. 셀러브리티 혹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제작 가능한 텍스트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며, 단순한 형태의 몽타주는 고도의 편집 능력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의 진입장벽이 낮다. 이에 많은 이들이 본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브이로그를 활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단순히 정체성 확립의 용이성, 제작의 간편성 등이 브이로그의 의미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브이로그라는 새로운 텍스트는, 텍스트 자체의 분석 혹은 저자에 대한 연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브이로그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플랫폼 자체가 후기 구조주의가 말하는 the readerly text가 아닌 the writerly text로서 ‘능동적 독자’라는 의의를 지니기 때문이다. 앞서 살핀 것처럼 저자의 쓰기 행위가 어떤 의미를 담았는가에 대한 연구도 의미가 있겠으나, 해당 장르와 매체의 특성상 독자의 역할과 읽기 행위가 내포하는 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브이로그의 읽기 행위에는 수용자(독자)의 욕망, 기대와 이에 대한 좌절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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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로그는 보편의 영역에 해당하는 일상이라는 콘텐츠를 소재로 다룬다는 점에서 수용자로 하여금 쉽게 공감하게 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브이로그 유튜버 각각의 생활에 특화된 ‘personalized' 콘텐츠에 해당한다. 같은 일상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세부 행위의 갈래가 나뉘는 것이다. 이는 보편적 주제 하에서도 호기심 유발, 생소함을 보장하게 한다. 즉 ’나와 같지만 나와 다르다‘는 이중적인 메시지는 독자로 하여금 영상을 꾸준히 시청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관찰 예능과 흡사한 형태로, 독자의 호기심은 관음 욕구로 연결된다.

유튜버 본인이 구독자들에게 응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시증에 가까운 양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으나, 이는 여전히 관음의 영역에 남는다. 브이로그의 카메라 구도 상당 부분이 ’엿보기‘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형태로 기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관음증‘의 개념에 있어 주체로서의 남성, 대상으로서의 여성이라는 프레임이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관음 욕망과 실현의 주체는 모든 현대인으로 확장된 것이다.

브이로거(vloger)들의 경험은 수용자 입장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환상에 가깝다. 읽기 행위 또한 실제 경험이 아니지만, 독자는 관음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읽기 행위를 지속한다. 동시에 본인의 관음 욕구가 충족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 관음욕구는 사실 자본주의 사회라는 대타자가 바라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대타자에게 있어, 소타자의 브이로그 읽기 행위는 자연스러운 광고 노출 욕망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소타자로서의 수용자는, 브이로그가 제시하는 허구적인 만족에 대한 약속 이행을 기대하며 읽기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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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플랫폼의 수용자들은 브이로그라는 장르에서 ‘내추럴한 관음’을 기대한다. 최근 해당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유튜브 영상 사례가 등장했다. ‘봇노잼’이라는 이름의 유튜버로, 공부 영상을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활용해 생중계하는 채널을 운영한다.

해당 유튜버는 카메라를 단 한 번도 응시하지 않은 채 7시간동안 본인의 일상인 공부에만 집중한다. 공부는 주 4일 동안 동일한 장소에서 반복되며, 대사도 연출도 없다. 봇노잼의 계정에서 일반적으로 예상 가능한, 편집 행위가 포함되는 일상 영상은 3개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우연한 기회로 독자들에게 주목받았으며 단시간에 구독자 32만, 조회수는 55만회에 달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유튜버 봇노잼이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히 출중한 외모 혹은 특이한 컨셉 때문만은 아니다. 브이로그 읽기 행위의 주체들이 갈망했던 ‘내추럴한 관음’을 충족하는 쓰기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는 탈 아우라의 기능을 잘 활용하였다. 아우라의 해체로 새롭게 등장한 인간의 욕망에 잘 부합하는 콘텐츠를 텍스트화 한 것이다. 3개뿐인 공부 이외의 콘텐츠에서도 그는 카메라를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브이로그 독자들이 바랐던 것은 연출된 내추럴이 아니라, 서투른 내추럴이었을지 모른다.


[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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