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진인 듯 사진 아닌 사진 같은 '포토리얼리즘' 세계 [시각예술]

포토리얼리즘 작품을 만나보자
글 입력 2018.06.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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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얼리즘은 어떤 사물이나 풍경을 마치 사진처럼 상세하게 묘사한 것을 의미한다. 이 사조는 6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 7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팝 아트에 영향을 받아 사진을 회화로 재생한 당대 작가들의 그림은 굉장한 정교함 때문에 한 비평가로부터 ‘라이카 사진기주의’라고도 불렸다. 그림인지, 사진인지 자꾸만 보고 싶은 포토리얼리즘의 세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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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브러쉬 기법 (출처)


포토리얼리즘의 작품은 에어브러쉬 기법을 이용하여 제작되었다. 에어브러쉬는 작품의 표면을 도색하기 위한 기계적 분사 도구로, 정밀하면서도 입체적인 이미지를 구사할 때 유용하다. 도료를 공기의 압력으로 뿜어주는 장치로 스프레이식으로 분사되어 붓으로 칠하는 것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고, 색을 혼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작가들은 캔버스 위에 환등을 비추며 이를 이용해 묘사하였다.

포토리얼리즘 화가들의 그림은 표면의 사실적 묘사에서 동일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리차드 에스티즈(Richard Estes)는 도시 진열장의 반사적 영상을 그렸고 오드리 플랙(Audrey Flack)은 상징적인 정물을 그렸으며, 척 클로즈(Chuck Close)는 거대한 크기의 얼굴 사진을 즐겨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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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거리 Richard Estes, 1972


리차드 에스티즈의 그림은 카메라보다 더 정교하다. 그의 선명한 거리의 영상은 카메라가 잡아낼 수 있는 영상보다 먼 거리에 있는 대상도 정확하고 선명하게 그리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실제의 세상을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보고 그림으로 다시 한 번 사진 찍기를 한다. 그림의 어떤 요소에도 화가의 정서 개입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그의 그림을 보면, 인간이 철저하게 제외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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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넬 Audrey Flack, 1974


오드리 플랙은 17세기의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정물화에 그려진 꽃과 과일 그리고 양초, 여성 용품 등의 배열은 여성 이상의 고정관념을 다루고 있다. 미를 추구하는 겉모습 그리고 허무함이 담긴 내면을 대조시켜 슬프게 풍자했다. 기존의 정물화와 다른 그녀만의 독특한 각도와 공간적 관계는 의미에 특별함을 더한다. 포토리얼리즘이라는 극 사실주의 기법을 통해 냉정함과 피하고 싶은 문제를 직면하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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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화상 Chuck Close, 2011


또 다른 포토리얼리즘 작가로는 척 클로즈를 찾을 수 있다. 그는 1967년부터 친구의 얼굴을 거대한 크기의 여권 사진으로 그렸다. 이것을 멀리서 보면 거대하게 확대된 사진 같이 놀라운 테크닉으로 정교하게 세부 묘사된 초상화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바라보면, 영상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잉크를 묻힌 자신의 지문을 찍어 작품을 만들어냈음을 알 수 있다. 쇠라의 점묘 기법 같이 무수한 작은 점들이 영상을 형성하면서 보는 이의 마음속에서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며 진동하는 듯한 효과를 내고 있다. 멀리서 보면 사람의 초상이지만 가까이 보면 활기 넘치는 점들의 무늬이다.

이와 같이, 사진인 듯 사진 아닌 사진 같은 포토리얼리즘의 작품들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감상자들에게 혼란스러움과 함께 재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새로운 세상은 또 다른 의미를 곱씹을 수 있게끔 작용한다. 그들이 담아낸 현실 이상의 세상을 찬찬히 살펴보자. 안보이던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보이던 무언가가 더 깊게 다가올 수 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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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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