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의 증명, 꿈의 망각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글 입력 2018.06.0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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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증명, 꿈의 망각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포스터.jpg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우선 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전시회 중에서 실망했던 적이 거의 없어 더 기대하며 방문했다. 또한 전시의 주제 <결혼’에 대한 낭만, 가부장적인 제도 뒤에 숨겨진 여성들의 상처와 억압된 삶, 더 나아가 현대인들이 잊고 지냈던 ‘꿈’에 대한 가치 재발견>이라는 것을 관람 전에 알았기에 더 기대감에 차 있었다.



12명의 인물찾기


첫번째 신부.jpg
 

본 전시는 크게 2가지 part로 나누는데 그 중 크게 차지하는 것은 part1. 12명의 신부 이야기이다. 27명의 작가가 참여한 공간은 소설, 영화, 대중가요 등에서 차용된 가상의 12명의 신부들을 중심으로 나눠서 진행된다. 사실 문화생활을 즐겨 하는 사람이라면 12명의 인물을 어떤 컨텐츠에서 가져왔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2명의 인물을 맞추는 것이 꽤나 재미있는데 도통 모르겠는 것은 검색을 이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첫 번째 신부, 주연(47)의 이야기가 어디서 차용되었는지 전혀 찾을 수 없었지만 우연히 마주친 큐레이터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신부들이랑 다르게 본 컨텐츠를 여성의 관점으로 각색시킨 이것의 원래 이야기는 바로 ‘윤종신의 너의 결혼식’이라는 노래였다. 하지만 글만 읽는다면 안타깝지만 행복한 사랑이야기다 싶었고, 더불어 이사림 작가의 [Happily ever after]가 그 공간을 채우며 원래 곡과는 다른 방향으로 결혼이라는 것이 주는 행복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첫 번째 신부의 이야기였다.



낯선 세계


송영욱, Stranger, 2017, 한지, mellow paper, 접착제, 그물, 낚싯줄, 가변설치.jpg
 

국내외 작가 27명이 참여한 거대한 전시회 속에서 가장 이목을 잡았던 작품은 송영욱 작가의 설치 미술 [Stranger]였다. 전시회의 설명에 의하면 이 작품은 낯선 세계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어느 날 우연히 작업실 앞에서 마주한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풍경은 작가에게 환상적인 기억으로 남았지만 실제 그 나비들의 정체는 사람의 피부에 달라붙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황다리 독나방’이라는 나방의 일종이었다고 한다. 거기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으로 작가는 아름답게 축적된 기억들도 어쩌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왜곡된 것이며 때로는 추악하고 두려운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낯선 세계와 만나게 된다. 유치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이사. 동아리 가입. 입사. 새로운 누군가와의 만남. 사랑. 이별. 그리고 결혼. 낯선 세계를 경험하기 전 우리는 언제나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것이 경험 이전의 감정이라면 낯선 세계가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닌 기억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추억으로 부르고 애틋하게 느끼곤 한다. 우리는 분명히 과거 낯선 세계 속에서 수많은 긴장과 두려움을 겪었고 때론 두려움이 행복감보다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때 그 세계가 더 이상 낯설지 않기에, 익숙하다고 느끼기에 좋게 기억되는 것일까? 만약 작가의 메시지처럼 아름답게 축적된 기억이 때로는 추악하고 두려운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다면 우리는 이것을 깨닫는 것이 이득일까 모르는 것이 이득일까?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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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는 ‘Show Must Go On’이라는 제목으로 앙드레 김 선생님의 추모 전시가 진행됐다.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 작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앙드레 김 선생님이 남긴 웨딩드레스들이 내뿜는 아름다움은 기대했던 만큼 멋졌다. 앙드레 김 선생님은 지구상 모든 사람들의 삶과 생활에 대한 아름답고 생동감 있는 순간들을 표출하기를 희망했다. 특히 라스트 신에 로맨틱한 웨딩을 표출함으로 결혼이라는 영원하고 성스러운 맺음의 행복함을 꼭 각오하고 싶었다고. 21세기에 오기까지, 물론 지금 또한 결혼은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이 전시가 보여주듯 여성들의 꿈을 잊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했다.

앙드레 김 선생님의 말처럼 결혼이 영원하고 성스러운 맺음의 행복함만으로 남기 위해서 우리의 사회는 변화해야한다. 결혼이 여성이 꿈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과 같이 남아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육아와 집안일을 여성의 일로 남겨선 안 된다. 더 이상 결혼이란 제도가 남성과 여성 커플의 전유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사랑은 그자체로 배척받지 아니하여야 한다.


“많은 여성들은 결혼 이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길을 걷는다. 대부분의 여성이 꿈꾸거나 기대했던 낭만과 달리 ‘현실’ 속에서 처음 마주하는 새로운 인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웨딩드레스는 욕망이자 출발이며, 이전까지 자신이 가졌던 꿈을 망각하게 하는 관문의 역할을 한다.”


나의 웨딩드레스에게.
사랑을 증명하는 그 존재로만 남아주기를 바란다.




김정수.jpg
 

[김정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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