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적 세계를 상실당한 연예인에 대하여 [문화 전반]

연예人은 공공재가 아니다
글 입력 2018.05.3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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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소비'하지 않겠다"는 말이 협박으로 사용되는 슬픈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때때로 보이는 연예인들의 부도덕한 윤리의식에 대해 눈감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범죄의 경우 절대 용서되어서는 안되며, 대중의 눈 앞에서 결코 당당할 수 없다. 다만, 그런 경우가 아닌 연예인의 사적 세계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그것을 통해 "널 소비하지 않겠다"는 등의 여론을 형성하는 행위는 매우 폭력적이다.

당신의 퇴근 후 일상에 대해 직장 상사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면, 그가 당신의 모든 sns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며 당신에게서 기대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곤 당장 해고하겠다고 하면 당신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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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이니, 그러니까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직업이니 개인적 생활에 대해 마땅히 평가될 수 있으며, 그들이 공적으로 하는 일 외의 부분에 대해 실망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을 어쩌겠냐고 말할 수 있겠다. 맞는 말이다. 연예인은 말 그대로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이니 대중이 그에게 높은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며, 그의 본 모습에 비해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부도덕해보이는 행동을 할 때, 혹은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가 자신과 다를 때 그의 작품을 '소비'하지 않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소비자 개인의 권리이다.

하지만 최근의 몇몇 현상을 보면 특정 연예인에 대한 선호를 결정하는 것이 개인의 자율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때가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특정 연예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어도, 여론이 '마치 그를 좋아하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로 상황을 몰고 가 버리면 개인 역시 분명한 이유 없이 해당 연예인을 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굉장히 많은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 역시 그를 선호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어떤 부도덕한 것, 혹은 비윤리적이고 극단적인 사상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게 된다. 이는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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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도 사람이다. 서비스업 종사자가 근무지 바깥에서도 만인에게 서비스를 할 필요가 없듯, 연예인도 업무와는 구분된 공간에서 자신의 사적 세계를 누릴 권리가 있다. 연예인이란 원래 그런 것을 감내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실은 우리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역시 인기로, 대중에게 비춰지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우리의 은밀한 사적 세계를, 대중의 견해와 상반되는 의견을 친한 사람에게조차 잘 말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 역시 타인의 시선과 낙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적인 세계에서조차 스스로를 검열해야만 하는 그들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감수성이 풍부해진 이 시대는 개인의 아픔에 더 공감하고 정서적으로 더 평화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을 큰 가치로 삼는다. 그러나 윤리의식이 성장한 만큼 대중은 작은 결함도 크게 키워 프레임을 씌우는 결벽증세 또한 보이게 되었다. 인간의 상품화를 반대하면서 한편으로는 개인의 생활을 통제하고, 집단적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개인을 큰 아픔으로 처벌하는 모순적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 현상은 특히 인터넷 세상에서 극단적인 입장만이 지배적이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중간자적인 견해는 어느 한 극단적 진영에 설 것을 요구받게 되고, 각 진영에서는 그들의 대표되는 주장과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의견이 기술되어야만 한다. 특정 안건에 대해서도 중간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나 이와 관련한 의견 자체가 없는 사람들조차 어느 한 진영을 택할 것을 요구받게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진영은 그들의 편이라고 생각되는 자들의 생각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검열한다. 사람들이 몰리니 장사꾼들도 몰리고 그 곳의 모든 의견은 그 지지자 수 자체만으로 정당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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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공감의 결여나 범죄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범죄와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게 아닌 이상 그 누구도 그 생각 자체만으로 "욕 먹어도 싼"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존중되어야 한다. 여성이 그렇듯이, 남성이 그렇듯이, 장애인이 그렇듯이, 비장애인이 그렇듯이, 나이 많은 노인도, 문화적 문맹도, '무식한' 사람도, 세대가 다른 사람도, 비주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그리고 연예인도, 모두 그 생각만으로 '널 사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 어떤 생각도, 행동도, 그 자체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각자의 수많은 구성 요소들이 무시된 채 하나의 상표만으로 대표되는 마트의 물건이 아니다. 다양한 장점과 극복해야 할 단점을 지닌 우리는 모두 존엄하다.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과연 의식 수준이 낮거나 특이한 사람의 목을 내려치는 단두대 뿐일까? 사람의 창작물이 아닌, '사람 자체'를 당당하게 '소비'한다고 말하며 인간의 물질화를 당연시하게 된 세상에서 외치는 결벽적 평화가 또 다른 수많은 상처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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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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