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결혼, 그 상징성. '디어마이웨딩드레스' 展

결혼의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
글 입력 2018.05.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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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그 상징성.
'디어 마이 웨딩드레스' 展


열번째 신부.jpg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에 가까웠다. 이 시각은 기성세대를 주축으로 여전히 건재하고 있지만, 조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연애는 해도 결혼은 생각해볼 문제'라는 입장들이 늘어나고,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설령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아이를 낳는 것'은 한 번 더 고려해야 하는 입장들이 늘어나는 시대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결혼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상징하는 '웨딩드레스'를 주제로 한 전시라니... . 이왕 결혼을 중심 주제로 내세울 거면, 조금은 현대의 시각을 반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를 안고, 전시장을 찾았다.

*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결혼식, 일반적인 웨딩드레스 만큼이나, 전시는 입구에서부터 화려했다.

핑크색으로 곱게 칠한 벽, 꽃을 형상화한 입구의 영상, 아기자기하거나, 아름다운 작품들은 이번 전시가 보여주고자 한 '결혼'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퍼트리기에 딱 좋은 곳곳의 포토 스팟들과 대놓고 SNS 업로드를 겨냥한 포토존까지... . 20대들이 열광하는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풍경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엇갈리는 견해가 있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손상이 될 염려가 적거나, 복제가 쉬운 디지털 인화 작품, 영상 작품 등에 한해서라면 미술관에서 활발히 사진 촬영을 허가해주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분위기는 납득할 수 있었으나, 이야기와 글귀들이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파트로 구분되었는데, 파트 1의 경우 12명의 가상의 여성의 이야기와 웨딩드레스를 보여줌과 함께 국내외 작가들의 현대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쉬움이 들었다는 부분이 바로 이 '이야기' 부분이다. 가상의 12명의 여성들의 이야기.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여성이 낭만적 사랑을 꿈꾸다가 좌절하거나, 진부해지는 장기간의 연애에 시련을 겪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으로 표현이 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혼이 여성의 삶을 많은 부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여전한 사실이지만,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고, 시대가 변화면서 여성들 스스로 좀 더 능동적으로 변화를 가져가는 형태들도 생겨나고 있다.

적어도 현대미술작품과 함께하는 2018년의 전시회라면, 'SNS에서의 활발한 교류를 도모하는 개방성 만큼이나 좀 더 시대를 잘 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혼에 출산 육아까지 쓰리 콤보로 끼어들고 보면, 여성에게 결혼이란 것이 '인생의 고달픔을 점점 더 알아가는 그 어떤 것' 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겠으나, 그런 가운데 씩씩하고, 당차게 '기성세대들'과는 또 다르게, 다른 모습의 결혼을 완성시켜가는 이들도 분명 있음을, 그러하니 화려함 뒤에 찾아오는 '기나긴 일상'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조금은 넌지시 알려 주었더라면.... . 그게 아니면, 보다 중립적인 시선에서 '결혼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요즘의 입장까지도 함께 실어주었더라면... . 하는 여러 각도의 아쉬움들이 번지는 전시였다.

주제와 공간 구성, 수록 작품들은 분명 '화려한 이미지', '남들에게 자랑하고픈 이미지'를 쫓는 요즘의 세대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서울미술관이 이제껏 기획했던 다른 전시들 만큼이나 이번 전시 역시 흥행하리라 예상한다. 그러나 그 흥행의 가운데, '오랜 시간 생각할 점을 남기는 강력한 전시'와 같은 면면을 좀 더 고려했더라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전시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밀어 본다.

   
[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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