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신만의 그림, 그리고 의지 :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글 입력 2018.05.2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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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꽤 오랜 시간동안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지만 나는 도저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하고 어떻게 그려봐도 내 그림은 인정받기 어려운 작품이었기에 나는 아직까지 화가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갖고있다. 그래서인지 전시회에 가면 한참을 들여보고 신기해 하며 감상하는 바람에 일행이 지칠 정도로 시간이 지체될 때가 많다.

함부로 “이 정도면 나도 그리겠다”라는 말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무례하다고 느낄 뿐 화가의 생각이 뭍어 있는 그 그림은 분명 인정받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취향이 맞든 아니든 그만큼 많은 화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알렉스 카츠 '아름다운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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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의 그림 또한 개성이 뚜렷했다. 그가 사용한 단색의 대형 화면에 크롭된 인물을 배치하는 ‘크롭-클로즈업’ 방식은 내 취향을 저격하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심플하고 미니멀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욱 그랬다. 단색이라고 표현할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아는 초상화와는 조금 달랐던 그의 그림은 신기한 느낌을 자아내었다. 복잡한 붓칠을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가 그린 사람의 표정은 이상하게 매력적이었다.

특히 그의 아내이자 뮤즈, 아다를 그린 작품에서는 아다의 성품이 모두 보일 듯하여 그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았는지 알 수 있었다. 따뜻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랄까. 낭만적이어서 조금 부러워질 뻔한 경험이었다.

코카콜라를 들고 빨간 스포츠카에 오른 금발 미녀. 이러한 아메리칸 판타지가 생겨났을 때의 시대적 배경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느낌을 말하는지 그의 그림을 통해 단번히 알 수 있었다. 이번 작품들이 좋았던 점은 그 시대에 금발 미녀를 표현할 때는 매우 선정적으로 묘사하는게 대부분이지만 그의 작품들에서는 그런 면들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빨간 단색 배경이었지만 여성의 관능적임을 극대화 하기 보다는 사람의 인체, 팔과 다리의 움직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 것이 보여 결코 야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아, 코카콜라와 협업한 작품이지만 해당 브랜드 이름이 개별적으로 드러난 적 없음에 신기하기도 했다. 그만큼 코카콜라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매우 뚜렷하고 그것을 알렉스 카츠가 적절히 표현해낸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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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와 작업한 그림 또한 속옷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검정 단색 배경과 그에 맞는 검정 가벽 색은 선정적인 느낌이 아닌 오히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또한 다양한 패턴이 없고 간결한 디자인의 CK 로고는 그런 그의 작품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카츠는 마치 정적인 브랜드 광고를 캡처해서 그려낸 듯한 느낌 또한 주었으며 흰색 몸과 검정색 속옷을 대비하여 색다른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만들었다. 가벽도 온통 검정색으로 배치해서 모델의 흰 몸은 검정색들 사이에서 더욱 돋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코카콜라도 그렇고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라던데, 과연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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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초상화를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만화, 카툰 같은 느낌 때문이다. 위 직접 찍은 작품 사진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만화와 비슷한 것이 유쾌해서 촬영했다. 요즘 ‘짤’이라고 불리는 것과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카툰에 관련된 화가라는 점을 이 그림으로부터 단번히 느낀 나는 알렉스 카츠가 그려낸 사람의 얼굴로부터 카툰에 등장할 만한 캐릭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그만의 기법은 흥미로움을 불러일으키고 작품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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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은 화가들은 나의 구상회화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색채는 프랑스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사실 나는 내 직업이 대중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할 뿐이다" - 알렉스 카츠


전시장 사이사이에는 알렉스 카츠의 명언이랄까, 그가 예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난 글귀들이 자주 적혀 있었다. 자신의 그림 기법을 하나의 용어로 정의하지 않았으며 시대에 맞는 그림, 어떤 스타일이라는 것에 딱히 구속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배웠던 예술가의 정의에 매우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감상하는데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고자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닌 자기가 좋아하고 자신의 본능을 믿어 탄생한 작품들이었기에 정말 내가 꿈꾸던 예술가 같았다. 아마 이제 코카콜라와 CK를 본다면 그가 떠오를 것이고 그와 비슷한 카툰 캐릭터를 볼 때도 알렉스 카츠의 이번 전시를 떠올리게 될 것만 같다. 벌써 10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가 언제까지 예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날이 나에게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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