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를 노래하다 : 가사가 아름다운 음악들 [음악]

글 입력 2018.05.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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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연애편지 속에 있을 수도 있고,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 속에 있을 수도 있다.

2016년, 밥 딜런이라는 가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문학인이 아닌 가수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노벨 문학상이 생긴 이래 최초였다.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문학과 노랫말 사이에 구분선을 긋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렇다. 아름답고 독창적인 표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를 노래하는 가사라면 그 자체로 한 편의 시가 아닐까.

이 글을 통해 소개할 세 곡 또한 참신하고 아름다운 표현이 가득하다. 시를 읽는다고 생각하면서, 이 곡들의 가사를 찬찬히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당신의 마음을 오래도록 울릴 한 구절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에픽하이 당신의 조각들
(작사 타블로, 미쓰라진)


당신의 눈동자, 내 생의 첫 거울
그 속에 맑았던 내 모습 다시 닮아주고파
거대한 은하수조차 무색하게 만들던 당신의 쌍둥이별
내 슬픔조차 대신 흘려줬던 여울
그 속에 많았던 그 눈물 다시 담아주고파
그 두 눈 속에 숨고자 했어. 당신이 세상이던 작은 시절
당신의 두 손, 내 생의 첫 저울
세상이 준 거짓과 진실의 무게를 재 주곤 했던 내 삶의 지구본
그 가르침은 뼈더미 날개에 다는 깃털
기억해. 두 손과 시간도 얼었던 겨울. 당신과 만든 눈사람
찬 바람 속에 그 종소리가 다시 듣고파


곡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빠 사랑해’라는 아이의 목소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가사는 아버지와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이 가사 속에서 아버지의 눈은 ‘내 생의 첫 거울’이자 거대한 은하수보다 아름다운 ‘쌍둥이별’, 자식의 슬픔을 대신 흘리던 ‘여울’, 세상의 거짓과 진실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자 ‘지구본’이 된다. 여러 비유를 통해 아버지와의 추억을 감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이 가사를 들으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눈동자에 자식의 웃음과 슬픔을 담아내는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그를 보며 해맑게 웃는 아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패닉 왼손잡이
(작사 이적)


나를 봐 내 작은 모습을
너는 언제든지 웃을 수 있니
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척해 줄 순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패닉의 '왼손잡이'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똑같은 손을 들 때 왼손을 들 수 있는 자유를 노래한다. 획일화된 세상 속에서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인이라는 취급을 받는 존재가 ‘왼손잡이’라는 비유로 묘사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이 ‘왼손잡이’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나 또한 어느 부분에서는 왼손잡이다. 아마 국어국문학과나 문예창작학과를 지망했던 사람들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학창 시절,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누군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다른 과를 생각해 보는 건 어때?”라고 묻곤 했다. 취업이 1순위인 집단 속에서, 나는 왼손잡이였던 것이다.

여러분도 왼손잡이였던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이 노래를 들어보자. 세상을 향해 '나는 왼손잡이야'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패닉의 목소리가 통쾌하게 느껴질 것이다.







엑소 thunder
(작사 전간디)


반짝 짧게 빛났었던
행복 속에 취해 저 기억의 빛에
잠깐 눈이 멀었나봐
닿을 수 없는 그곳에 너는 이미 가있어
넌 번개처럼 잠깐 빛났다
잠시 세상을 밝혔다
온 세상을 마치 내 것처럼
나에게 보여주곤 떠났다
천둥처럼 늦었다 나는
이제야 널 찾는다
Boom Boom Boom Boom Boom
뒤늦게야 소리내 널 부른다
(오오오오오) 나는 이제야 알아
(오오오오오) 이제야 너를 앓아
Thunder Thunder Thunder 너를 잡고 싶어
Thunder Thunder Thunder
너무 멀리 가버렸나 봐
시간이 갈수록 너와 난 멀어져
이미 넌 저 멀리서
또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 있겠지


엑소의 'Thunder'는 떠나간 사람과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사람을 번개와 천둥에 비유한다. 하늘에 번개가 번쩍 나타났다 사라진 뒤에 천둥이 울리는 모습에서 어긋난 사랑을 찾아낸 것이다. ‘천둥처럼 늦은 나’는 ‘번개처럼 잠깐 빛났다가 사라진 너’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뒤늦게 ‘너’를 부른다. ‘나는 이제야 알아/이제야 너를 앓아’에서 ‘알아’와 ‘앓아’라는 동음이의어를 사용하여 가사의 리듬(운율)을 살린 부분 또한 인상적이다.

이 곡을 쓴 전간디는 독특한 발상과 참신한 표현을 담은 가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작사가이다. 외에도 참 재미있는 곡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첫사랑을 사랑니에 비유한 ‘f(x) 첫사랑니’, 사랑하는 사람의 주변을 맴도는 모습을 달과 지구로 표현한 ‘러블리즈 destiny’가 있다. 이 곡들도 전간디 특유의 재미있고 참신한 비유를 해석하며 듣는 재미가 있으니 한번 들어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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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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