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라리 둘이서 죽여버릴까, 네 남편, 나오미와 가나코 [도서]

평범한 두여자의 살인 계획
글 입력 2018.05.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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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 나오미와 가나코는 친한 친구 사이이다. 나오미는 아오이백화점 외판부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그의 친구 가나코는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둘은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가나코는 온갖 핑계를 대며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는다. 걱정이 되던 나오미는 무작정 친구의 집을 찾아간다. 집 앞에 친구가 찾아왔어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나코는 문을 열어준다. 둘이 마주했을 때 나오미는 충격에 빠진다.

그토록 얼굴을 숨기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가나코는 나오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터진 입술과 피멍이든 두 눈,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불과 며칠 전에 그랬던 것이다. 가나코의 얼굴은 엉망이었지만 차분하기만 했다. 자신의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해왔던 것이다. 놀랍도록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간다. 남편은 술을 먹고 오면 폭력을 휘둘렀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를 하곤 했다.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라는 남편의 말을 믿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신고할 용기가 없었다. 그렇지만 남편의 다짐은 지켜질리 없었다.

그렇다. 그녀는 신고할 용기가 없었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건 피해를 신고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경찰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 등을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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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역시 어릴 때 가정폭력을 겪었던 사람이었다. 둘은 가정폭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나오미의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나오미가 가나코를 이토록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 것은 자신도 그 일들을 겪어봤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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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즈덤하우스)


둘은 남편의 폭력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신고를 한 후에 이혼을 하게 된다 하더라고 가나코는 항상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남편인 다쓰로가 복수심을 품고 공격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둘은 남편을 없애버리기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세운 살인 계획은 전혀 끔찍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쩌면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생을 불안에 떨며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말이다. 내가 가나코였다면? 언제 맞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사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가나코에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남편이 제거됨으로써만 해결이 된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남편이 회식 후 밤늦게 들어왔을 때 목을 졸라 살해한 다음 멀리 떨어진 산에 묻기로 한다. 살해한 것이지만 외국으로 도주한 것처럼 일을 꾸민다. 그러나 완벽하게만 보이던 그들의 계획은 조금씩 틀어진다. 계획이 틀어지면 틀어질수록 독자인 나의 마음은 초조했다.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고자 살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점은 조금씩 드러나고 두 여자는 도망쳐야만 살 수 있었다. 서둘러 짐을 싸고 도망칠 준비를 한다. 잡히지 않아야만 했다.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유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 결말을 모르기 때문에 정말 숨죽이면서 읽었던 것 같다. 오로지 무사히 도망치기를 바라며 말이다. 이렇게 긴장감을 가지고 빠르게 읽어나가는 소설을 읽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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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가정폭력의 현실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남편‘인데 피해자들은 신고조차 못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나코처럼 말이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는 듯하고 신고를 해도 제대로 된 처벌을 해주지 않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또한 피해자가 신고를 하면서도 나중에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너무나 슬펐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마냥 통쾌하지 못했다. 2015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상담한 2586건 중 37%는 가정폭력 관련 상담이었다고 한다. 아마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을 것이다.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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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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