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글 입력 2018.05.1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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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 WORD BY WORD -


평면 표지.jpg



20년째 언어와 연애중

선천적 유머 본능과
지적인 필력으로 써내려간
한 사전 편집자의 유쾌한 직업 일기






<기획 노트>


주차장에선 이따금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고, 건물 뒤편 유리에 총알 자국이 남아 있는 매사추세츠 주의 변화 중인 동네. 벽돌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면, 사람들은 있지만 소리가 없는 기묘한 사무실이 나온다. 그 안에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칸막이 책상에 앉아 종이 판지 맛이 나는 커피를 들이부으며 오직 단어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전의 작가이자 편집자인 그들은 침묵 속에서 세상의 모든 언어를 신중히 채집해 체에 거르고, 분류하며, 정의 내린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20년째 사전을 써온 사람, 코리 스탬퍼도 그중 한 명이다.

'읽기'가 생활이고 '쓰기'가 직업인 그녀의 삶은 가장 느릴 듯 보이나 스펙터클하고 역동적이다. 종잡을 수 없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제멋대로인 언어를 한 권의 책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은 사전에 오른 단어 수만큼이나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다.

이 책은 "근사하고 음탕한 언어를 다루는 회사에서 일하는 건 끝내주는 경험"이라고 말하는 사전 편집자의 모험기로, 시종일관 유쾌하고 지적이며 경이롭기까지 하다. 선천적 유머 본능의 소유자인 그녀가 안내하는 현장으로 가보자. 작가, 기자, 편집자, 카피라이터를 포함해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씨름하며 매일을 보내는 세상의 모든 언어 노동자들이라면 그녀의 통찰과 필력에 곧바로 반해버릴 것이다.


lexicographer
(사전 편집자)






<출판사 서평>


느리지만 바쁘게
세상의 언어를 담아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사전에 대해 별생각이 없거나, 오류 없이 그냥 존재하는 것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사전은 사람이 만든다. 어떤 단어를 새로 넣을지부터 단어의 품사를 결정하고, 인용문을 찾고, 정의 내리고, 순서에 맞춰 배열하는 일까지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사전 제작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사전 편집자가 되기 위한 공식 요건은 두 가지뿐이다. 전공을 불문하고 공인 4년제 칼리지나 대학 학위가 있어야 하며, 영어 원어민 화자여야 한다. 여기에 비공식 요건이 추가된다. 하루에 8시간씩 거의 완벽한 침묵 속에서 전적으로 혼자서 일하는 것이 기질에 맞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측정할 수 없고 명시되지 않는 요건이 있다. '슈프라흐게퓔(sprachgefühl)'이라는 것에 사로잡혀 있어야 한다. 영어 화자들이 독일어에서 훔쳐온 이 단어는 '언어에 대한 감각'을 뜻하는데 쉽게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용법 차이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머릿속 기묘한 윙윙거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에게 슈프라흐게퓔이 있는 것은 아니며 언어에 무릎까지 담그고 그 진흙탕 속을 헤쳐나가려고 애써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다.

사전 편찬 일은 고체로 분류될 만큼 느리게 움직이지만,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사전은 완성된 바로 그 순간 낡기 시작하기 때문에 사전이 출시되는 즉시 다음 개정판을 준비해야 한다. 『메리엄 웹스터 대학 사전』의 경우 신판 수정에 2~3년이 걸리는데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새 단어를 몇 개 추가하는 것으로 신판 작업이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항목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것이 오히려 사전 편찬 업무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 단어는 종이나 웹페이지에 찍혀 나올 때까지 일반적으로 최소 10명의 편집자를 거쳐간다. 그 일은 이렇게 진행된다.


정의 담당자가 일을 시작하고 → 교열 담당자가 일을 물려받아 뒷정리를 한 다음 → 여러 전문 편집자에게 넘겨준다 → 상호참조 편집자는 정의 담당자가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 어원학자들은 단어의 역사를 검토하거나 집필하고 → 연도 편집자들은 단어가 처음 글에서 사용된 날짜를 조사하고 사전에 추가한다 → 발음 편집자들은 사전 속 모든 발음을 다룬다 →다시 (안전을 기하기 위해 처음과는 다른) 교열 담당자가 항목을 받아서 상호참조 결과 수정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수정하고 → 최종 독자(편집부에서 마지막으로 항목을 수정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긴다 → 마지막으로 (정의 담당자와 앞선 두 교열 담당자와는 다른) 교정자가 4포인트 활자로 빼곡한 2천 페이지를 꾸역꾸역 검토하고 나면 → 제작 편집자가 이를 인쇄소나 자료준비 담당자에게 보낸다 → 그러면 ‘페이지 조판 교정쇄’라고 부르는 교정을 볼 수 있는 또 한 묶음의 종이들이 주어진다.


1755년 『영어 사전(A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을 혼자 힘으로 8년 만에 완성하며 사전의 체계를 정립한 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은 이 사전에서 사전 편찬자들을 "사전을 쓰는 사람, 무해한 노역자"라고 정의했다. 또 서문에서 사전 편찬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세상의 낮은 업에서 노역하는 이들은 숙명적으로 선의 가능성에 끌리기보다는 악에 대한 공포에 쫓기고, 칭찬받을 가망 없이 비판에 노출되고, 착오에 의해 망신을 사거나 태만에 의해 벌을 받고, 성공해봤자 박수갈채는 받지 못하고, 성실함에 보답받지 못한다. 그 불행한 필멸자들 가운데 사전 편찬자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20년차 메리엄 웹스터 사전 편집자인 코리 스탬퍼 역시 한 단어의 의미를 확장하는 바람에 독자들로부터 수천 통의 항의 메일을 받기도 하고 인터넷 사전의 성장으로 속도와 좋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해한 노역자, 불행한 필멸자들은 사전에 올바르게 기술할 적확한 단어를 찾느라 매일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흠뻑 젖은 뇌를 쥐어짜며 숙명적으로 천천히 눈이 멀어간다. 그들이 바로 사전 편집자다.


모든 단어는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새로운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
둘째, 특정 기간 (일반적으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사용될 것.
셋째,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


매일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는 누군가의 입에서 세상에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용되었다가, 사전 편집자에 의해 정의내려지면서, 사전에 등재된 것이다. 또 사전에 담겼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와 문법, 쓰임이 변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더 이상 사용되지 않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즉, 단어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단어는 점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950년에 한 단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사용되는 데 20년쯤 걸렸다면, 지금은 1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사전에 단어를 담아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take'처럼 아무도 찾아보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단어도 정의와 인용문을 손보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더 어려운 것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이 바뀐다는 것이다. 원래 'bitch'는 단순히 '암캐'를 의미했는데 점차 의미가 변화되어 '음란하거나 부도덕한 여자', '심술궂고, 못되고, 군림하려 드는 여자'를 의미하게 됐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런가 하면, 단어의 정의 하나가 세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marriage'라는 단어에 단지 '전통 결혼과 유사한 관계로 동성인 사람과 맺어진 상태'라는 작은 하위 의미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재판에 인용되어 동성 결혼의 합법성에 영향을 미치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단어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그대로 사전에 실린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는 자꾸 쓰여서 사전에 올라간,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다. 또 사전 편집자들은 그 단어들 모두에 경의를 표하며 의미를 담아낸다. 간혹 표준어가 아니라고 비난받을지라도 한 단어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기에 사전 편집자는 개인의 언어적 편견을 제쳐두고 모든 단어를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전 편집자 코리 스탬퍼는 하루 종일 칸막이 사무실에서 언어 속에 팔꿈치까지 푹 빠져 하루를 보내고 난 뒤, 회사 건물을 나서면서도 몸에 묻은 것들을 말끔히 씻어낼 수 없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간판을 읽어 내려가거나, 자신이 찾은 것보다 더 좋은 인용문을 발견할 수 있지는 않을지 계속 두리번거린다.

퇴근 후 시간까지 일을 내려놓을 수 없는 사람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과 삶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직업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바로 언어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혹시 당신도 엉덩이가 평평해질 때까지 책상에 앉아 틀린 표현을 쓰지는 않았는지, 조금 더 문장을 다듬을 수는 없을지 모니터를 눈이 빠져라 들여다보지 않는가? 지금 쓰인 것보다 더 적확한 단어는 없을까 고민하며 강박적으로 동의어 사전과 유의어 사전을 뒤져보지 않는가?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는 사전 편집자로서 살아온 저자의 오랜 경험과 속사정을 가로줄로,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언어의 이야기를 세로줄로 엮은 책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일 언어를 어루만지며 살아가는 언어 노동자의 직업 분투기로 언어에 얽힌 저자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눈에서 공감의 하트가 나오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매일 좋은 단어를 찾아 헤매본 사람이라면, 그 단어를 만드는 사람의 땀을 떠올려보시길.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 WORD BY WORD -


원제 : WORD BY WORD

지은이 : 코리 스탬퍼

옮긴이 : 박다솜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에세이, 인문학, 책읽기/글쓰기

규격
142 * 211 * 21 mm

쪽 수 : 388쪽

발행일
2018년 5월 20일

정가 : 16,500원

ISBN
979-11-5581-153-5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저역자 소개


코리 스탬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제작사 메리엄 웹스터에서 20여 년 넘게 일해온 사전의 작가이자 편집자다. 문자 중독 사춘기를 보내고 스미스 칼리지 의대에 입학했으나 자신의 길은 인문학에 있음을 깨닫고 중세 아이슬란드 계도 소설 강의를 들으며 라틴어, 그리스어, 고대 노르웨이어, 중세 영어 등을 공부했다. 메리엄 웹스터 유튜브 채널 [Ask the Editor]에서 논쟁적 단어들과 그 용법을 정확히 풀어내며 인기를 모았고,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뉴욕 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등에 언어와 사전의 역할에 대해 글을 쓰기도 한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전적으로 언어에 헌신하면서 서서히 눈이 멀어가는 단어광이자 언어 애호가이며 어휘 수집가다. 세상의 모든 것을 정의 내려야 한다는 직업적 강박에 사로잡힌 채, 오늘도 좀 더 적확한 표현을 찾아 머릿속을 헤집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운영하는 블로그 주소는 korystamper.wordpress.com/, 번역하면 '무해한 노역'.


옮긴이 - 박다솜

사전 속 발음기호에 매료되어 수집하듯 여러 외국어를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에 진학해서 문장을 도해하고 단어의 품사를 정확히 판정하는 기술을 배웠다. 번역을 시작한 이래 매일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스릴을 즐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관찰의 인문학』, 『죽은 숙녀들의 사회』, 『여자다운 게 어딨어』, 『원더우먼 허스토리』, 『독립 수업』, 『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암호클럽』 시리즈 등이 있다.


*


서문
1장. Hranfkell – 언어와 사랑에 빠지는 것에 관하여
2장. But – 문법에 관하여
3장. It's – '문법'에 관하여
4장. Irregardless – 틀린 단어에 관하여
5장. Corpus – 뼈대를 수집하는 일에 관하여
6장. Surfboard – 정의에 관하여
7장. Pragmatic – 예문에 관하여
8장. Take – 작은 단어에 관하여
9장. Bitch – 나쁜 단어에 관하여
10장. Posh – 어원과 언어적 기원주의에 관하여
11장. American Dream – 연도에 관하여
12장. Nuclear – 발음에 관하여
13장. Nude – 독자 편지에 관하여
14장. Marriage – 권위와 사전에 관하여
Epilogue – 끝내주는 일
감사의 말


[ARTINSIGHT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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