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That is America [음악]

글 입력 2018.05.3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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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은 Donald Mckinley Glover로 각종 미드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마션>, <스파이더맨>, <라이온 킹>에 등장하며 개성 있는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있다. 2016년에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2017년에는 에미시상식에서 최우수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가수, 래퍼, 작곡가, 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첫걸음은 배우도, 가수도 아니었다. 방송작가로 시작해 배우가 된 뒤 래퍼, 뮤지션, DJ 등 다방면으로 그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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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ish Gambino는 의미 있는 이름이기보다 인터넷에 있는 랜덤 이름 생성기를 돌려나온 이름이다. 지금까지 정규 앨범 6장, 비정규 앨범 3장을 내며 감비노스러운 색으로 차트를 물들이고 있다. 어쩌면, 이번 ‘This is America’로 더욱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모두가 인식해야 할 문제의 깊은 뜻까지 대중들에게 심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This is America’는 트렌디함은 물론이고 세련되고 그루비한 멜로디로 시작된다. 뮤직비디오 초반에 감비노는 선율에 몸을 맡긴 채 음악에 심취해 자신만의 춤사위를 뽐내지만, 곡의 장르를 넘나드는 멜로디의 반전을 통해 숨겨진 의미를 전달하려 한다. 지금부터 그의 신곡 ‘This is America’를 통해 숨겨진 미국의 민낯을 숨겨둔 미쟝센으로부터 알아보자.


 
1) 역사는 흐르지만, 고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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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의 촬영장은 제대로 된 공간이 아닌, 철제 구조물 세트장이다. 코러스의 흥얼거림과 함께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멜로디와 함께 흥에 겨워 찡그리는 듯한 표정을 한 채 몸을 흔드는 감비노가 등장한다. 감비노의 찡그리는 표정은 단순히 신난 감정을 표현한다고 하기엔 이상한 점들이 많다. 작가 블루텔루스마가 지적한 바와같이, 이것은 그저 무심코 바보같은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음유시인들이 시대의 인종 차별주의에 고개를 끄덕이는것으로볼 수 있다. 또한,그녀는 흑인들이 백인관객들에게 묘사되던 비인간적이고 기괴하며 만화같은 방식에 대해 예리하게 인식하고있음을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등장할때부터감비노가 입고 있던 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61년, 노예 제도에 대한 의견 차이로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북쪽은 노예 해방을 원했고, 남쪽은 원치 않았다. 이때, 남쪽 군인들이 입었던 바지가 바로 감비노가 입은 바지이다. confederate army pants, 남군 바지이다. 노예 해방을 원치 않았던 남군들이 입던 바지를 감비노가 착장함으로써 뮤직비디오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 암시한다. 바지를 착용한 채 추는 춤을 보면, 아무리 춤을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감비노의 춤이 평범한 춤은 아니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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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불편해 보이고 기이해 보이는 자세로 추는 이 춤은 백인이 흑인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인 짐 크로우의 자세와 유사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짐 크로우는 흑인들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은어로 쓰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타리스트에게 총을 겨누는 자세는 짐 크로우의 모습과 상당 부분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후에 흥겹던 멜로디가 둔탁하고 무거운 멜로디로 변하는 부분은 감비노가 기타리스트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사살하는 장면이다. 총을 쏘기가 무섭게 왼쪽에서 등장한 사람이 감비노의 총을 신주 모시듯 받는다.그에 반해 죽은 기타리스트는 짐짝처럼 질질 끌려 프레임 밖으로 나간다. 인간보다 총이라는 도구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비윤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장면이다. 또한, 총을 감싼 수건을 자세히 보면 빨간색인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빨간색은 공화당을, 파란색은 민주당을 상징한다. 현 대통령인 트럼프는 공화당으로서, 현재의 정권이 공화당이며 총기 소지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들과 함께 감비노는 말한다. “This is America”


 
2) 차별의 지저분한 위력과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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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문을 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 감비노를 카메라가 비추며 다시 평화로운 멜로디로 돌아오게 된다.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이번엔 기관총으로 흥겹게 뒤에서 흥얼거리던 성가대원들을 모두 죽인다. 아마 이 장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Charleston Church 사건을 떠올릴 것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 있는 교회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바이블 스터디 중에 남자가 교회에 들어가 9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검거된 용의자 딜런 루프는 나중에 인종 전쟁을 시작할 목적으로 총을 쏘았다고 시인했다.

실제 뮤직비디오 속에서도 성가대원들은 실제로 9명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금방 제자리에서 신나게 뛰며 아무런 일도 나지 않은 것처럼 다시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춤을 춘다. 뮤직비디오의 초반부터 계속해서 학생들과 추던 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행하는 춤으로 남아공에서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과 제도를 뮤직비디오 속에 녹이며 미국의 인종차별과 의미를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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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까지 9명이나 되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사람으로 표현된 감비노이지만 금방 잊고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신명 난 춤사위를 벌인다. 춤을 추는 사람들 위로 하얀 마스크를 쓰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핸드폰으로 상황을 찍고만 있다. 이는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백인들에게 억압받고 말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것은 심각한 사태가 아닌 그저 춤추고 신난 모습뿐이란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같은 공간 속 춤추는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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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춤추며 난장판이 된 상황 속에서 카메라와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서 백마가 유유히 소리 없이 지나간다. 이는 묵시록의 네 기사가 타고 다니는 말 중에 백마를 차용한 것이다. 여기서 백마는 죽음을 의미한다. 인종 차별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앞으로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마가 카메라에 근접한 상황이 아니다. 뒤로 빠르게 지나가 쉽게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또한 미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면에서는 죽음이 진행되고 있지만, 앞에서는 신나게 떠들고 춤추며 오락적인 내용으로 가리는 것이다.

또한, 뒤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앞에서 요란스럽게 춤추는 사람들로 인해 눈치채지 못하게 된다. 이도 앞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신없이 춤추며 난장판이 된 상황이 지나고, 2:44에 17초간 정적이 흐른다.이는 올해 2월에 있었던 플로리다 파크랜드 고등학생 총기사건의 추모로 볼 수 있다.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학교 퇴학생인 니콜라스 크루스 군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과 선생님 17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사건을 다룬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감비노의 17초간 정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 흐릿한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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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향해 치닫는 뮤직비디오에서 많은 차가 등장하는데, 흔히 미국 가수의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외제 차들이 아닌 오래되고 비어 있는 차들이 화면을 채운다. 이는 해석에 따라 다른데, 경제적으로는 부유한 선진국일 수 있지만, 아직 총기규제도 채 되지 않은 성숙하지 못한 미국임을 보여주는 부분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교통 체증으로 경찰에 의해 살해된 흑인 남성들의 뉴스를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가수 SZA가 앞차에 기대고 있는데,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과 함께 liberty라는 글을 볼 수 있다. 이는 흑인의 모습을 한 자유의 여신상으로 흑인들의 진정한 자유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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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비노가 철제 세트장에서 낯선 무리에게 쫓기며 죽을 힘을 다해 뛰며 빛이 있는 출구를 찾아 뛰어간다. 영화 <겟아웃>의 한장면과 유사한 모습의 감비노를 볼 수 있는데, <겟아웃>에서 묘사된 "아무리 우리가 비명을 질러도, 시스템은 우리를 침묵 시킵니다,"라고 쓴 감독peele의 트위터 문구로 감비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알 수 있다.








this is america 뮤직 비디오


인간은 시각적인 동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시각을 잣대로 남을 폄하하며 비난하는 것은 그저 동물, 아니 짐승에 불과하다. 미국은 모두가 인정하는 선진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뮤직비디오의 세트장인 철제 구조물처럼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지닌다. 그들이 갉아낸 구멍 위로 오락을 칠하고 엔터테인먼트로 위장하려 해도 결국엔 구멍이 곪아 전체를 잠식시킬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인종차별은 여전히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노래의 제목이다. “Change America”가 아닌, “This is America”라고 자조 섞인 말투로 되뇌기 때문이다. 이것이 본래 미국의 모습이고, 악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뮤직비디오에서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어떠한 발버둥에도 그들을 침묵시키는 곳. 우리는 말할 수 있다. That is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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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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