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는 지금 포크 음악이 듣고 싶다 : < 2018 자라섬 포크 페스티벌 >

글 입력 2018.05.10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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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

휴대폰 메모리가 날아갔다. 확실히 말하자면, 날아간 건 지난 주고 오늘은 선고받았다. 포크에 대한 글을 어떻게 써볼까 고민하다가 하루키와 소확행을 키워드로 잡고 초고를 썼다. 그러다 퇴고하려고 컴퓨터를 켜는 순간, 메모리 복구 기사님께 연락이 왔다. “메모리 싹 날아갔어요.” 예상했던 결과인데도 머리가 멍해지고 가슴께가 답답해지는 것이 꽤 큰 충격이었지 싶다. 그래서 다시 쓴다. 다시 쓰는 이 글은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니, 취향이니 하는 것 말고 내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동시에 포크에 관한 이야기도 될 거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에 코웃음을 친 적이 있었는데. 간사한 나란 인간은 이제야 이해한다. 통감한다. 기껏 해봐야 몇 기가 안 되는 사진과 몇 메가도 안 될 메시지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라지니 지난 2년간의 시간이 깜깜하고 아득하게 느껴지더라. 꿈을 꾼 것만 같다.

메모리 하나에 힘들 때마다 꺼내보던 친구의 위로와
메모리 하나에 글이 안 써질 때마다 꺼내보던 교수님의 격려와
메모리 하나에 한 달간 아이들과 생활했던 교생 시절과
메모리 하나에 추억 추억

열거하자면 끝도 없는 2년의 일상이 한순간에 유리된다. 진짜 그런 문자를 받았나, 그런 장소에 갔었나, 그런 음식을 먹었나, 그런 사람을 만났나. 내 머릿속 메모리에는 문제가 없지만, 증거가 실재하지 않으니 내 메모리는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래, 내 메모리가 작은 기계에 끌려다니는 걸지도 모른다. 누가 말했듯, 인간이 기계에 지배당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게 다 무슨 상관인가. 어쨌거나 나는 메모리를 잃었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내 메모리만 붙들고 있고 기분은 울적하다.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

메모리가 지워졌다는 말을 듣고 왜 포크가 가장 먼저 떠올랐을까. 난 포크 매니아도 아닌데?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광석, 양희은, 송창식의 노래를 종종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곽진언, 강아솔의 음악을 즐겨 듣는 건 다 메모리 때문이구나. 강렬한 비트나 화려한 사운드 없이 진솔한 사람의 목소리와 단정한 악기의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것. 그 비워진 곳에 담긴 삶의 이야기가 내 문을 두드리는 구나. 서른 즈음을 저장하고, 행복의 나라로 가고 싶은 마음을 저장하고, 그 옛날의 아침이슬을 저장하고. 짓눌린 하루에 위로를 주기도 하고,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도 해준다. 그래서 내게 포크 음악은 지나온 내 기억이고 내 주변 사람들의 기억이며, 차마 닿지 못한 누군가의 추억이다.
 
메모리를 잃어버린 날, 다시 정확히 말하자면 잃어버렸다 선고받은 날. 또다시 포크 음악을 튼다. 마음을 정돈시키기엔 이만한 음악이 없다. 노래 하나로 상실의 괴로움을 치유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이런 날엔 허다한 마음에 조심스레 노크하는 태도가 참 기껍다. 기운 빠지는 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기분 좋은 날, 하루를 정갈하게 시작하고 싶은 날. 그냥 나를 북돋아 줄, 행복하게 해줄 기억이 필요한 날. 어김없이 포크 플레이리스트를 누른다.
 
날 좋은 날, 바람이 선선한 날. 가만히 앉아 기억을 듣고 싶다. 일상의 빠름이 버거울 때 주변의 소음이 시끄러울 때, 악기 하나와 목소리 하나만 있으면 우리네 마음도 천천히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떠올리고 현재를 감각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 포크 음악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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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 UP

*

5월 19일 토요일

요술당나귀(오프닝) 14:00
장덕철 15:00
동물원 16:10
이승열 17:20
유리상자 18:40
한대수, 장필순, 조동희 19:50

5월 20일 일요일

요술당나귀(오프닝) 14:00
자그마치 15:10
삼김시대 16:10
자전거탄풍경 17:30
신현희와 김루트 18:40
송창식, 함춘호, 불독맨션 19:40

* 공연순서 및 출연진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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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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