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굳은 살을 떼어버리는, 당연하지 않은 용기 - [영화] The help

용기는 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약함을 이기고 옳은 일을 할 때 그것이 진정한 용기이다.
글 입력 2018.05.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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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부가 되실 줄 알았나요?

어째서?
어머니도 가정부였고
할머니도 노예셨으니까요.

내 애는 남한테 맡기고
백인들 아이를 돌볼 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정해진 삶, 정해진 운명. 어쩌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을 여러 상황들 속에서 사람은 저항하는 것보다 굴복하는데 익숙해있다. 백인과 다른 화장실을 써야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 여겨지고, 그들은 아무 죄가 없음에도 길거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주인에게 천대받고 경시받아야한다. 단지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 청소나 하는 가정부의 탈을 쓴 노예나 다름없었다. 저 대사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자신의 아이는 4살 때 세상을 떠났다. 아이는 그 당연한 치료조차 받을 수 없었고 소파 위에서 죽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그 날 백인의 아이를 돌보아야했고, 백인들의 파티를 준비해야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았던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리뷰를 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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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떠한 백인 여성은 흑인남자가 있는 병동에서 근무할 수 없다. 백인학교와 유색인 학교간의 책 교환은 금지되며 처음 사용한 인종이 계속 사용해야한다. 유색인 남자 이발사는 백인 여성을 접대할 수 없다. 누구든지 문서의 인쇄 및 출판과 유통을 통해 백인과 흑인사이의 화해와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은 징역형에 처한다.

- 미미시피 행동강령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할까?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것일까? 가정부 에이블린이 흑인 전용화장실에서 땀을 흘리며 볼일을 보는 장면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그 화장실도 흑인과 함께 화장실을 쓰면 병이 옮는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들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힐리의 가정부 미나는 허리케인이 치는 날에도 바깥의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요구받았다. 화가 났다. 변기를 같이 쓴다고 병이 옮는다면, 그들은 흑인들이 만지는 음식들을 먹어서도 안 되며 청소조차 받아선 안 된다. 아무런 근거 없이 그저 백인우월주의에 빠져 자신들은 깨끗한 인간인 듯이 행동한다.

영화의 곳곳에는 차별을 상징하는 것들이 등장한다. 흑인 가정부들을 태우는 노란버스와 그 사이로 지나가는 백인의 빨간색 슈퍼카. 힐리의 어머니가 자선대회에 타고 온 택시는 ‘백인전용’택시였다. 또한 잭슨마을에서 일어난 KKK의 흑인총기살인사건 또한 당시 미국사회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흑인과 백인이 함께 음식을 먹는 것도 금기시되며 단지 그들은 백인의 노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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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는 겁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육신의 나약함을 이기고
옳은 일을 할 때
그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당신은 불합리함을 견디고 참는 사람인가? 아님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인가? 세상을 바꾸는 건 아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책을 쓰고 싶어 했던 스키타는 편집장과 통화 도중 우리가 남들은 넘어가지만 자신은 걸리는 문제를 소재로 하고 싶다고 한다. 바로 흑인 가정부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미시시피주는 흑인가정부를 두는 것 그리고 그들을 차별하는 것 또한 당연했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의 가정부인 에이블린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뱉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사회였던 만큼 그들은 차별을 당하는 것이 걸려서 죽는 것 보다 낫다고 하며 거절한다.

하지만 미나와 에이블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불합리함에 결국 스키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스키타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엮어 라는 제목의 원고를 써내려간다. 하지만 이런 용기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미나와 에이블린과는 달리 자신의 자식들을 위해, 그리고 혹시나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인터뷰를 피하는 가정부들도 많다.

영화 <1987>에서 연희 역의 김태리의 대사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가 떠올랐다. 세상에서 늘 그렇다고, 그것이 맞으니 굴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 그것을 깨는 행위는 누구라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영화 <1987>에서도 대학생을 고문하고, 그들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했던 환경. 영화 에서도 인종차별에 복종하는 환경이 너무나 당연하게 그들의 삶에 스며들어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반기를 드는 일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약함을 이기고 옳은 일을 할 때 그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목사의 말은 에이블린에게도 나에게도 큰 감명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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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착하고 똑똑하며 아름다워.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에이블린은 그녀가 돌보는 아기에게 이 말을 꼭 하곤 한다. 그녀가 돌보는 아이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엄마에게까지 차별을 당한다. 그녀를 돌보는 에이블린은 그럴 때 마다 아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준다. 그리고 스키타에게 말한다. 그 백인 엄마는 엄마의 자격조차 없다고. 과거에 스키타를 돌봐주었던 콘스탄틴 또한 그랬다. 스키타도 어렸을 적, 남학생들에게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상심하며 결국 파티에 가지 못한다. 이런 그녀를 위로한 건 바로 흑인 가정부였던 콘스탄틴. 그녀는 스키타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매일 죽는 날까지 아침에 눈을 뜨면 결심을 해야 한다우. 오늘 세상의 바보들이 나를 깎아내릴 때 그 말에 넘어갈래? 매일 그렇게 신경 쓸래?”라고. 어쩌면 이런 생각을 했다.

흑인 가정부인 에이블린과 콘스탄틴이 백인 아이들에게 해준 말은 결국 자신들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였을까? 스키타 그리고 에이블린이 돌보는 아이도 남자로부터의 차별, 부모로부터의 차별을 당했다. 그녀들을 위로하는 건 또 사회적인 차별을 당하고 있는 흑인가정부다. 아마 그녀들이 듣고 싶은 말도, 피부색은 백인들과 다르게 태어났지만 넌 착하고 똑똑하고 아름다워. 넌 소중한 사람이야. 세상의 바보들이 널 깎아내릴 때 그 말에 신경 쓰지마. 네가 결정하는 인생을 살아. 라는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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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꼭 지켜,
절대 말대꾸 하지마.
말대꾸해선 안돼.”

 
이 영화의 제목이 왜 The help 일까. 우선 ‘돕는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백인 가정을 돕는 ‘도우미’인 흑인들(=helper)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또 이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 중, help라는 단어의 쓰임을 찾아보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많은 흑인도우미들이 모여 스키타에게 자신도 ‘돕겠다’(=help)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행동들이 변화를 일으켰고, 결국 The help라는 책이 발간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차별이 영원히 사라질 것 같진 않다.

이 영화에서도 그 사실을 암시한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용기 낸 가정부 미나는 자신의 딸마저 학교를 중퇴시키고 어린 나이에 백인 집의 도우미로 보낸다. 그녀는 딸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절대 말 대꾸 해선 안돼. Yes,mamm이 습관화 된 그녀들은 아마 그렇게 되물림 받았을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도 힐러는 에이블린을 식기를 도둑질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그렇게 책을 내고, 그 책에서 비난 당하는 당사자가 힐러 자신임을 알면서도 다시 흑인 가정부를 도둑놈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 때 에이블린은 죄송하다는 말 대신, 그렇게 나쁘게 살지마. 그런 짓 지겹지도 않냐며 한 방을 날리며 집을 나온다.

그녀는 더 이상 가정부로 돈을 벌 수 없었지만 그 대사를 뱉는 순간, 흑인과 백인의 관계가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 같았다. 그럼에도 되풀이되는 것이 이 악습적인 차별이다. 2018년 4월 12일,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벅스에서 아무 이유 없이 흑인 2명을 체포한 사건의 기사를 접했을 때 이 영화의 배경이었던 1963년에서 약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계속해서 한 손으로 글을 쓰거나하면 자주 쓰는 손가락은 자극에 무뎌져 굳은살이 생기곤 한다. 그 굳은 살은 샤프로 찔러도, 펜으로 찔러도 아무런 감각이 들지 않는다. 차별 또한 마찬가지다. 차별이 익숙해지고 무뎌져서 굳은살처럼 삶에 박혀버리면 우리는 다시 그 자극을 받았을 때, 그보다 더 한 자극을 줬을 때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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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흑인 가정부를 박해하고 괴롭히는 인물들만 있냐? 그건 아니다. 미나의 새 주인 실리아 풋과 흑인 가정부 콘스탄틴 아래에 자라 친구들과 달리 흑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스키타, 미나의 오랜 주인이었던 힐러의 엄마가 있다. 이들을 통해 흑인 가정부, 그녀들이 기댈 곳이 아예 없진 않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준다. 이 관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의 작가 스키타가 아닌 미나의 새 주인 실리아 풋이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잭슨으로 이사 와서 동네 상류층 여자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그들의 흑인 차별조차 실리아에겐 닿지 못한다.

새 가정부 미나와 함께 같은 탁자에서 치킨을 먹는가 하면, 선뜻 콜라를 먼저 내어준다. 미나가 남편에게 맞은 날에는 상처를 직접 치료해주기도 한다. 미나 또한 실리아에게 힘이 되어준다. 실리아가 유산한 후 미나는 괜찮다며,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해준다. 그렇게 서로는 단순 고용관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한다. 마지막에 그녀의 남편 또한 그녀에게 마지막 만찬을 선물하고, 미나는 용기를 내 남편을 떠나 새 삶을 찾는다. 마지막에는 미나, 스키타, 에이블린 셋이 서로의 삶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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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얼마 전, 역 근처에서 버스를 탈 일이 있었다. 얼굴이 까만 동남아 남성이 들어왔는데 버스 기사 아저씨의 투덜거림부터 그의 옆에 앉게 된 사람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자리를 비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편견을 갖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또한 그러한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사람 대 사람일 때, 우리는 계산할 수 없는 많은 차별을 만난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당신의 직업 때문에 다른 공간에서 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 일그러지며 자리를 비키는 여자는 회사에서 성차별을 당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영화에서 다루는 것은 인종차별처럼 보이지만 우리 삶의 모든 차별을까지 생각하게 하며 우리가 그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김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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