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각적으로 감각을 말하다, 연극 < 처의 감각 >

숨 쉴 수 있는 어딘가를 향해
글 입력 2018.04.1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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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연극 <처의 감각>

작 고연옥
연출 김정



처의감각_연습사진 (4).jpg
 

“사람인 것 같기도, 짐승인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더 예쁜가 봐요.”

여자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갓난애를 안고,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말한다. 아무런 잣대도 들어서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생명이 더없이 반짝거리기라도 하듯이. 극의 마지막, 무대는 여자에 의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 찬다. 여자에게 아이는 어떤 존재였을까?

연극 <처의 감각>은 두 감각을 걷는 여자의 시간 및 그 참을 수 없는 괴리감을 다룬다. 여자는 곰의 세계에서 얻었던 자연의 감각과 현실로 돌아와 거듭 강요되는 인간의 그것 사이를 방황한다. 여자가 남편과 아이를 위해 힘껏 살아보려는 노력을 진정 변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응과 학습은 수많은 상처를 남길 뿐, 결코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같은 이유로, 설령 남자가 다정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들, 그녀가 다른 결정을 내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얻어진 행복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계속해서 눈속임할 뿐, 털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처의감각_컨셉사진 (4).jpg
  

작품은 ‘감각’을 ‘감각적으로’ 다룬다. 어떻게 보면 주제에 가장 적합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현대무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배우의 몸짓, 목소리 높낮이 및 빠르기를 비롯한 무대 위 모든 언어적 표현에 감각을 가미한다. 그뿐만 아니라, 반원형 돌출 무대를 활용한 객석의 이용과, 조명 및 무대에 연출의 반전을 일으키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장면의 삽입 등은 예의 의도를 다시 일으킨다. 한편으로는 작품이 전면에서 건드리는 것이 다름 아닌 ‘감각’이기에, 말로 풀어 설명하는 것보다 작품을 3분이라도 관람하는 것이 이해에 더 용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는 인간세계에 등을 돌리고 다시 곰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택한다. 인간의 지독한 잔인함이 그녀를 한없이 약자로 만들어 결국 쫓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몸에 새겨진 감각은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 경외를 느낀 순수한 상태의 아이를 직접 처리하는 것에서 학습된 감각이 낳은 잔인함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그녀가 과거의 감각을 더듬어 곰을 찾는다고 할지라도, 결코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하나의 괴물 같은 상황, 그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터질 것 같은 현실이 아닐까.

처의 감각_웹전단.jpg
 
전문필진_염승희.jpg


[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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