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 속 사물들의 재해석, 만물상-사물에서 존재로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 2014.06.10 - 08.10

글 입력 2014.07.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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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 속 사물들의 재해석, 만물상-사물에서 존재로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 2014.06.10 - 08.10
 
 
 
 
 
지난 6월부터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전시된 "만물상-사물에서존재로" 는 우리 일상 속의 사물들을
17명의 현대미술가들이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저마다 느낀 사회의 모순이나 지향점을 일상 속 다양한 오브제에 아티스트만의 상상력을 부여하여
그들만의 해답을 제공한 전시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커피 한잔,전시 한모금]에서 추천한 바와 같이 가족과 함께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이므로,
적극 추천해드린다.
 
 
 
 
 
 
조롱거리가 된 철물점, 이근세 (LEE GEUN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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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눈앞에 보이는건 요상한 철골더미들이다.
그리고 그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면 '풉'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대단해보이지 않았던
그 묵직한 철골들은 그의 상상력이라는 바다에 빠지게 되는 그 순간에 
대단한 사회적 논의가 담긴 사설보다 우리에게 강하게 와닿는다.
 
이근세는 동시대의 이슈에 그만의 철 작업으로 풀어갈 줄 아는 예술가이다.
폐기물이 될 뻔도 혹은 어떠한 철골 구조 속에 작은 부품이기도 했던
단단하고 묵직한 철덩어리들을 사회현실을 조롱하는 조롱거리로 만든다.
작품 <오리발>, <국회오함마>, <고탄소강 녹색바가지>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의식과 은폐된 모순들을 시각적으로 희화화한다.
 
 
낯선 우리동네, 이득영 (LEE DEUG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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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에버랜드에 들어온 최고 입장객 수는 120,443명이다.(1994년 6월 5일)
12만 명은 강원도 동해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수치다."
"The largest number of visitors per day to Everland is recorded as 120,443.
The figure is larger than the entire population of Donghae-si,Gangwon-do."
 
하루 동안 밤에 켜진 한강변 불빛의 최고 수치를 조사한 기록은 없다.
천국에 오면 사람들은 웃고 밤의 불빛들은 천국을 만든다.
 
-이득영,작가노트-
 
 
이득영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낯선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순간 내가 상공에 떠있는 느낌이 들기도하고
문득 세상을 만든 창조주 옆에 있는 것 같은 환상에도 빠지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위에서 바라보았을 때
우리의 행동이 얼마나 사소하고 무의미한지를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론 오늘 심각하게 나누었던 분쟁들이 사실 그저 작은개체들의 조그마한 움직임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므로 우리의 욕심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느끼게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사소한 개체들이 함께 모여 세상을 구성해 나아간다면 
더 높은 상공에서도 느낄 수 있을 만큼 큰 변화를 일으키는 거대한 힘을 지닌 것도
알 수 있게 하는 힘을 지닌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버려지는 것들의 생명력, 신양호 (SHIN RYANG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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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쌓인 오래된 물건들을 둘러보면 저건 여기에 끼워 넣으면 좋겠다는 감이 온다.
그럴 때마다 하나씩 집어 적용해본다. 갈치를 소재로 한 오브제 작업은 늘 그렇게 이어진다.
누가봐도 알기쉬운 모양이어서 작업 자체도 재미있고 감상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느낄 수 있다."
"When I look around the workshop, I get an idea for each thing to put where it is appropriate.
Then I apply one by one. The object work using Galchi is always done in this way.
It has a shape that anyone can recognize so the precess itself is fun and people are comfortable."
 
-신양호-
 
신양호는 일종의 정크아트를 하는 예술가라고 볼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다다이즘에서 비롯된 스크랩 아트에서 한단계 나아가 폐기물을 창조적으로
재생산하는 형식을 바로 정크아트라고 불리우는데,
그는 남이 쓰다버린 그리고 낡고 오래된 폐기물들을 가지고 재밌는 색깔을 입힌다.
 
갈치처럼 보이는 작품들을 유심히 보면 나무쪼가리,콘크리트파편, CD,컴퓨터 부품 등
우리가 에잇하고 버려버렸던 것들의 향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리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당연시되어가는 현대사회에 버려진 것을
주어담는 행위 역시 소중하며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듯 하다.
그는 버림의 미덕에 주어담기라는 행위를 통해 유페된 사물의 존재성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유폐된 것에 대한 가치를 알려주는,
우리의 상념에 뒷통수를 딱 때려주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라고 느껴진다.
 
 
 
사물의 가치는 그대의 손에, 정재철 (JEONG JAE CH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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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은 실크로드 프로젝트라는 대중이 예술의 전개의 중심이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과거 상업적 번영을 누리던 실크로드 시절과 달리 전반적으로 경제적으로 낙후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실크로드 지역에서 한국에서 사용된 광고용 현수막을 주고
그들의 삶에서 약 3개월 후 이 현수막이 어떠한 용도로 변화하였냐를
관찰하여 전시하는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시선에서 사용된 현수막들은 차마 쓰지도 못할 폐기물에 가까운 촌스러운 것들이지만,
이 현수막이 다른 이들의 손에 닿는 순간 그들의 일상 속 의복이 되기도하고
더운 여름날 햇빛을 가릴수 있는 가리개로도 역할하기 시작한다.
 
그의 창의적이면서 논쟁적인 의미가 다분한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버려지는 것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미'의 가치를 새롭게 제시하려는 듯한 시도로도 느껴진다.
사물이란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천차만별로 측정되는 것이 아닐까?
 
즉, 사물의 가치는 우리의 시선과 같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녀의 '1년' , 허수영 (HEO SU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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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그녀가 3년동안 작업실을 저렴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을 찾아
곳곳에 돌아다닌 기록물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새로운 작업실에 대한 낯설음을 관찰하여
그리는 행위를 통해 익숙함으로 바꾸려는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녀 생활 속 공간의 변화에서 오는 쓸쓸함이 물씬 풍기는 듯한 이 사계절의 작품은 평면이지만
그녀의 손길에 따라 입체로도 느껴진다.
 
이 사계절의 그림 앞에서는 그녀도 나도 시간이 멈춘듯한 쓸쓸함에 빠지게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지도, 조미영 (CHO MI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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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둥둥 떠있는 인공구조물들은 보이지 않는 선을 가운데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대칭된 인공구조물 아래 반사되는 그림자에서는 알 수없는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도 이렇게 허공속에 떠도는 작은 그림자의 형상과도 같지 않은가.
 
 
기억의 잔상을 끄집어내는, 황연주 (HWANG YUN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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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은 마치 어떤 한 사람의 뇌구조를 반영하는 듯 하다.
어떠한 공통점 없이 듬성듬성 매달려있는 사물들은 한 사람의 기억의 기록물과 같이
느껴진다. 아마 발레를 추는 발레리나의 인터뷰 소리와 발레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어쩜 이 발레리나의 뇌구조를 시각화해놓은 것은 아닐까하고 추측해본다.
 
과하게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사물들을 지탱하고 있는 이 얇은 선에서는 소실될지도 모르는 불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순간에는 당연했던 존재들에 대한,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우리의 과거 일상의 잔상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그녀의 작품은
'모두의 삶은 기록되어야 한다.'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매콤한 지대, 방명주 (BANG MYUNG 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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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엇일까.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오리 두마리가 있는 듯해 보이는 이 작품은 우스꽝스럽게도 고춧가루더미이다.
일상의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 작품은 의외성이라는 색다른 재미를 가져다 준다.
 
 
영원한 우리들의 핫 아이템 , 이원호 (LEE WON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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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빼바지 총 200여벌이 수많은 층으로 겹쳐져 화려한 everblossom 이라는 나무가 되어간다.
 
일부 학자들에 의하면, 몸빼바지는 바지입기가 수치심을 가져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녀자들을 강제노동에 효율적으로 동원하기 위해서
일제시대에 '신여성'이라는 구호아래 정치적목적으로 강요당한 것이 시작이었다고도 한다.
 
 
깊이에의 강요, 홍승희 (HONG SEU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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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에서 깊이는 여러가지 개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공간개념의 깊이, 심리적 혹은 내적개념의 깊이, 의미로서의 깊이, 시각적 깊이 등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다.
나에게 있어 깊이란,선택된 오브제들에 감정과 기억을 투사하여 연출 되어진 어떤 공간 속에서
강제적이고 강요된 깊이이다"
 
-홍승희/작가노트-
 
우리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이 되기를 갈망하고
그에 따른 지식을 사회로부터 요구당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홍승희 작품은 나에게 그러한 모든 것이 모두 백지에 불과하다고 일깨워주는 듯 느껴졌다.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단편소설 '깊이에의 강요'라는 제목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소설 속 "깊이"가 무엇인지 구현하려다 좌절하여 자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깊이에의 강요' 이 얼마나 우리 현대사회가 추구하려는 끝없는 지점을 정확히 설명해놓은 말인가.
순간적인 움직임과 흐름 역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백지와 같이 지식이라고 보기도 힘들고 철학이라고 보기는
또 부족한 알수없는 어떤 지점의  무의미한 깊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 그 무의미한 지점의 깊이만이 옳다고 배워왔기에
그 것을 따를 수 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가는 것이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여성에 위한,  이매리 (LEE MA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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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미니멀리스트이다. 그리고 개념주의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변형될 수 있는 공간들이 존재하지만,
그녀가 전달하고자하는 궁극적인 개념의 속성만큼은 변화하지 않는다.
 
하이힐이 엉켜있어보이는 이 높은 하이힐 기둥은 유럽의 로톤다 건축양식을 차용해 만든
일종의 성소와 같은 느낌의 공간이다.
사회적으로 불합리,부조리 불평등에 희생당한 영혼을 여성의 상징물인 하이힐을 통해 표현하였다.
그녀는 단순히 여성의 권위만을 다루지 않는다.
 
하이힐은 어떤 상징적인 의미일 뿐,
그녀는 사회의 모순 속의 소외받는 모든 영혼을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한다.
 
 
 
 
SUMMARY:
 
 
 
본 전시가 우리에게 의미를 지니는 가장 큰 영역은
미술과 일상사이 경계의 모호함을 지적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이상 우리는 뒤샹의 <샘>을 보고 놀라지 않게 되었지만,
시간이 흘러 과분할 정도로? 다원화되고 있는 현대미술의 경향 속에서
이제 우리와 같은 대중들은 도대체 무엇을 관전하고 느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예술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나의 경우에는 예술이 그저 말장난으로 느껴질 정도로 예술에 대한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
도대체 현대미술의 아우라(aura)는 존재하는 것인가.
 
미술은 더이상 아름다움의 영역이 아닌 듯하다.
저마다의 철학을 가진 아이덴티티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이제는 유일무이의 아우라가 아닌 아이덴티티라는 아우라가 예술의 미적가치를 평가하게 만든다.
 
본 전시는 다원화된 아이덴티티의 미학 가운데 대중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요소들 속의 철학을 담은,
아리송한 현대미술의 감상 가운데 '어쩌면 이런 느낌일수도...?'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접근성이 높은 전시라고 볼 수있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을 굳이 알아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보다보면 느껴지는, 작가의 느낌과 나의 느낌이 공유되는
그 선을 감상하는 것이 현대미술의 감상법이 아닐까 하고 감히 생각하는데,
이번 전시는 그 둘사이의 선을 스스로 정립해나아가기 좋은
그리고 쉬운 전시로 대중들에게 다가오는 전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
 
 
관람정보
 
관림시간 화요일~금요일 10:00 - 20:00
주말,공휴일 10:00 - 18:00
관람료 무료
찾아가는 길 사당역 6번출구 (주차공간이 없음)
 
 
 
 
글 / 이예지 (http://persona0111.blog.me)
참조 /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사진 / 이예지
[이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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