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무지개처럼 잠깐이길, 무지개처럼 찬란하길 [영화]

짚고 넘어가야 할 큰 산을 외면하지 마세요
글 입력 2018.04.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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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 영화의 마케팅 방식은 달콤한 형형색색의 베스킨라벤스31같은 이미지였다. 그리고, 그 방면만을 홍보했다. 예고편도 주인공 무니의 캐릭터 예고편을 만들어 보여주며, 마냥 사랑스럽고 개구쟁이인 측면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과연 이 마케팅이 옳았던 것일까? 우리는 이 영화를 더 주의 깊게, 그리고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이유가 있기에 살필 필요가 있다. 무거운 주제, 심오한 이야기를 피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 이유로는 가장 크게, ‘지금 내 인생과 현실만으로도 버겁고 힘들기 때문에 돈을 내고 보는데 내가 왜 그런 것들을 짐처럼 져야 하냐?’라는 점이다. 부정할 수 없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의 사람들이 현실에 힘들어하고 있고 판타지의 부재에 메말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보다 더욱 갈증 나고 삶의 의미가 희미한 사람들의 현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영화를 단순히 <부다페스트 호텔>과 같이 대칭미와, 영상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간간이 들어가있는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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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이하 ‘플프’) 는 38살의 감독치고는(?) 젊은 나이의 남성이 만든 영화이다. 전작으로는 <탠저린>이 있다. <탠저린>을 보지는 못했지만,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오렌지빛 영상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감독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이유로는 첫째는 영상미일 것이다. 영화를 고를 때 영상미를 우선으로 두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션 베이커 감독은 이 영화로 ‘뉴욕 비평가 협회상’ , ‘런던 비평가 협회상’을 거머쥐었다. 감독상을 받았다는 것은 물론 작품이 좋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감독상’이라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면, 그의 의도에 관심을 두게 된 것 아닐까? 홈리스라는 주제를 이렇게 찬란한 아픔으로 표현한 감독들이 과연 많았을까 의문심이 든다. 사실 홈리스는 전 세계에 만연하며 예전부터 계속되던 진풍경 중 하나이다. 따라서 영화로 이러한 주제를 다루려면 꽤 무겁고, 어둡고 진중해야 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이 주제에 집중하고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션 베이커는 해냈다. 완전히 100% 해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주의 환기만큼은 확실히 시킨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무니 역할을 맡은 브루클린 프린스의 경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이 작품이 데뷔작이란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크리스틱 초이스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역대 최연소 수상이다. 그녀는 관객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잘도 움직였다. 처음엔 미운 네살로 보이다가도 어떨 때는 사랑스럽고 또 마지막엔 안타깝고 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많은 사람이 아역 배우들의 정변/역변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왜 아역 배우의 외면성에 정변/역변 타이틀을 붙이는지 참 한심하다. 그들은 배우이다. 연기하는 주체인데, 그 주체성을 가지고 타이틀을 매겨야 맞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적 성장이 아니란 말이다. 브루클린 프린스의 차기작이 뭐가 될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계속해서 다양한 캐릭터들을 체험하는 배우로 커갔으면 좋겠다.

사실, 무니만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건 브리아 비나이타, 무니의 엄마 핼리역을 맡은 배우이다. 그녀는 26살이다. 물론, 자신의 나이와 얼추 맞는 캐릭터를 맡긴 하였지만, 그녀는 대단했다. 욕 하나하나, 거친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마냥 거칠게만 느껴지지 않고 애환이 느껴졌다. 영화를 보면서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만들었느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녀도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다. 두 주연 배우가 모두 데뷔작으로 만났는데, 그런 케미를 탄생시켰다니 대단하다. 세 번째로 주목한 배우는 이 영화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아이콘어워드까지 거머쥔 윌렘 대포이다. 사실 그저 그런 모텔 매니저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섬세한 표정과 감정 연기는 캐릭터 특징이 강한 무니와 핼리를 품어 아우를 수 있을 만큼의 카리스마가 내재하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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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배경은 제목처럼 플로리다이다. 포스터만 보면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랜드 속 공주님 이야기 같지만,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1박에 38달러 하는 매직캐슬이라는 모텔에 사는 무니와 무니의 엄마 이야기다. 무니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한다. 어린이라면 당연한 행위의 요소인 자유를 맘껏 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조금 도를 넘기도 한다. 한국에서 이런 어린이를 본다면 “너희 엄마는 어디 있니?”라고 언성을 높일 것이다. 그리고, 플로리다도 마찬가지이다. 무니의 장난에 화가 난 이웃집 아줌마는 무니의 엄마를 부른다.

하지만 핼리는 꽤 젊은 여자이다. 무니의 행동을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며, 무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준다. 둘은 계속 매직캐슬을 집처럼 생각하며 매일 그렇게 산다. 이 말은 그들의 행동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건너편에는 디즈니랜드가 있다. 하지만, 정말 성벽에 둘러싸여 공주같이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무니와 핼리이다. 그들은 밖으로 나갈 차비도, 근처 리조트 식당에서 아침을 먹을 돈도, 심지어 현재 살고 있는 매직캐슬에 모텔비를 낼 돈도 마땅치 않다. 핼리도 계속해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자신을 고용하는 곳이 없다. 지원센터에 가서 하소연을 해봐도, 그들은 매뉴얼대로 이론적인 말들만 내뱉을 뿐이다.

그들의 삶을 구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핼리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친구인 애슐리의 도움으로 공짜 음식을 받아 먹기 바쁘다. 무니와 핼리는 어찌 보면 허물 없이 지내는 친구와 같다. 한창 귀여운 동요를 귀에 못박히게 들으며 자랄 나이에, 핼리의 취향인 힙합을 들으며 자란다. 그 멜로디 속에 녹아 있는 각종 선정적, 폭력적인 단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으며 지낸다. 또한 무니와 함께 있음에도 핼리는 담배를 끄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니는 자기 나름대로 씩씩한 여장부처럼 자란다. 친구들을 이끌며 그 날의 활동을 주도한다. 처음 본 친구와도 허물없이 지내며 기꺼이 멀리 사는 친구에게 달려가 함께 놀자고 손을 건네기도 하는 성격을 지녔다.

무니의 새로운 친구인 젠시와 함께 나무에서 놀다 무니의 한 마디에 마음이 아팠다. “내가 왜 이 나무를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라기 때문이야” 라는 말이다. 지금 무니와 핼리의 상황이 그렇다. 쓰러질대로 쓰러진 둘이다. 게다가 핼리는 더 이상 돈을 벌 수단이 없기에 남은 것이라곤 자신의 성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시간만 되면 무니는 목욕을 해야 한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그렇게 엄마는 몸이 더럽혀지고, 딸의 몸은 깨끗해져만 간다. 핼리의 몸을 보면 온통 문신으로 범벅이다. 그녀의 차림새, 행동, 성격을 보면 과연 그녀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녀는 자기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의 주체는 모두 무니이기 때문이다. 모든 목적의 근원은 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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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리는 남편이 필요하다. 가정에 여자들만 있다고 집안이 무너지진 않는다. 단, 그들에게 집이 있으며 가장인 여자에게 직장이 있으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둘의 상황엔 모두 부재이다. 핼리는 직업도 없으며, 그들의 집은 모텔이다. 핼리는 놀기 좋아하는 나이이며, 파티에 가서 남자를 만날 때도 그를 만나고 말고의 기준은 무니이다. 핼리에게 호감을 표했던 남자에 대해 애슐리가 핼리에게 물었을 때, 핼리의 대답은 ‘애들을 싫어하나 봐, 별로야.’였다. 핼리는 핼리대로, 무니는 무니대로 나름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위해 애쓴다. 무니의 나잇대의 여자아이가 눈치를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른들이 울기 전의 표정을 안다는 것은, 그녀의 엄마인 핼리가 울기 직전의 표정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 대사 한 마디로 얼마나 무니와 핼리가 힘든 여정을 함께 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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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소재를 고르자면 무지개이다. 무니와 핼리 둘 다 굉장히 알록달록한 옷을 입을 자주 입는다. 무니의 신발은 항상 분홍색이며, 핼리도 밝은 색상의 옷을 즐겨 입고 그녀의 트레이드 백팩도 하늘색이다. 무지개는 비 온 뒤 개는 찬란한 일곱 가지 색깔의 타원이다. 그리고 무니가 말했듯이, 무지개 끝에는 황금이 있다고 그녀는 믿는다. 황금이란 흔히 생각하는 부와 명예가 이 둘에게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 둘은 단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안락한 안식처와 안정적인 직장일 뿐이다.

이 영화를 볼 때 무니의 불평을 절대 들을 수 없다. 옷을 사달라, 용돈을 달라, 사탕을 사달라 하는 무니의 떼쓰는 모습은 눈 씻고 볼 수 없고 그냥 거울을 보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무니의 체념적인 형상도 보이지 않는다. 무니는 체념 대신 그 상황을 맘껏 즐긴다. 무지개 끝에 있는 황금을 저 둘이 잡을 수 있을지는 미제이다. 무지개는 공짜로 볼 수는 있지만, 잡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의 정착에 대해서는 감독 또한 우리에게 마음 불편하게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마음 편하게 보여준다. 핼리의 성매매 현장을 고발한 애슐리 덕에 아동국 복지원에서 무니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무니를 위탁가정에 위탁하기로 한다. 하지만 현재 무니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그늘을 찾아 매일 달리는 것도, 아이스크림 집 앞에서 손님들의 돈을 귀엽게 갈취하는 것도 그녀에겐 매일의 일과이며 자신의 놀이이다. 자신이 다른 가정에 맡겨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자 영화에서 처음 무니가 운다. 정말 서럽고 억울하게 자신의 슬픔을 최대한으로 뿜어내며 운다.

그리고 달린다. 핼리와 비 오는 날 맘껏 비를 마시며 달렸을 때처럼 앞만 보고 달린다. 그리고 젠시에게 간다. 그리고 자신이 우는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 여기서 안도했다. 만약, 복지국에서 날 데리고 위탁가정에 맡길 거야! 라고 소리 지르며 말했더라면 무니는 무니였을 것이다. 하지만 무니는 그저 어린애였다. 자신의 감정을 아직 그대로 말로 치환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인 것이다. 그저 자신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벅찬 감정을 그대로 눈물로 쏟아낸다. 그리고 젠시는, 무니가 자기를 데리고 이리저리 데리고 가줬던 것처럼 무니의 손을 꼭 잡고 뛴다. 그리고 계속 뛴다. 더 뛴다. 더 힘차게 뛴다. 그리고 저기 진짜 성인 디즈니캐슬이 보인다. 정말 마법이 일어날 것만 같은 환상의 나라가 보인다. 그리고 둘은 마지막 힘을 내 그 성이 그들을 잡아먹어도 좋다고 할 정도로 흠뻑 빠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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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소재는 무지개. 주제는 ‘’홈리스’ , ‘미혼모’이다. 매직 캐슬에 사는 어린이들의 보호자는 모두 여자이다. 젠시도, 스쿠티도, 무니도. 그리고 아주 어리다. 젠시는 심지어 엄마가 아닌 할머니의 손에 자란다. 하지만 할머니라 하지만 엄마이기에도 충분한 것을 보아 젠시의 엄마도 꽤 젊은 것이다. 15살에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1) 홈리스

-사실, 이 영화의 주된 주제라고 알려주는 홈리스는 맨 처음에 대놓고 감독이 말해주고 있다. 스쿠티와 무니가 벽에 기대어 앉아 있을 때, ‘Get some home’이라는 글자가 벽에 쓰여 있다. 집을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 문구는 참 잔인한 문구이다. 홈리스는 외국에서도 꽤 심각한 문제이다. 홈리스의 뜻에는 돈이 있음에도 집을 사지 않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집이 없는. 집을 갖지 못해서 매일 길거리를, 여기저기를 전전하는 사람들을 칭한다. 화려한 뉴욕만 해도 홈리스들로 북적이고, 멀리 가지 않고 서울역에만 가도 홈리스가 매우 많다. 과연 우리는 이들에게 관심이나 두고 있었나. 그저 냄새나고 우리에게 구걸하여 우리를 난처하게 만드는 존재로 여기지는 않았나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며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방안에 관심이 없으며 그들의 처우 개선보다 현재 내 삶이 나은 상태에서 더 최상의 상태가 되고 싶은 욕망의 존재로 계속해서 살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심어준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우리 일이 아니다. 우리의 과제가 아닌 그들의 과제이다. 하지만, 내가 5를 살고 있음에도 7을 살기 위해 욕심을 부리기보다 0에서 3만큼이라도 살고 싶은 그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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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혼모

-난 이 주제가 더 와닿았고,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아이를 낳는 것은 여자이다. 명백히 여자이다. 그리고 여자는 항상 무서운 가능성을 지닌 채 관계를 맺고, 남자는 그 가능성에 일말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미혼모와 어린아이가 갈 곳 없는 떠돌이로 전락하는 결과를 나타낸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외면했을 때 생긴 최악의 상황이다. 그리고, 난 손 떼면 그만이다. 그는 쾌락을 위해 관계를 맺었을 뿐이지, 절대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한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에 대한 책임은 공통분모이다. 하지만 그 피해는 여자가 감당해야 할 숙명이 되었고, 남자는 그저 자신과는 별개의 일이라 생각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꼴이 된다.

물론 이 영화에서 아이들의 아버지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다. 농부처럼 씨만 뿌리고 도망간 것이다. 아니, 농부를 비하하면 안 된다. 농부는 씨를 뿌리고, 땅을 갈고, 수확하고, 다시 가꾼다. 그들은 농사법도 모르는 주제에 여기저기 씨를 뿌리고 그 결과에 대해 눈을 가리고 귀를 닫는다. 미혼모는 그 근원적 뿌리를 자를 수 없는 현실이다. 상당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성교육이 필요하지만, 결국 콩 심은 데 콩 나는 꼴이다. 자신의 고유한 신체와 정신을 앗아가는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의 과제로 미루는 무책임한 행동은 최악의 상황만 일으킬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미혼모 복지에도 우리는 무지하다. 미혼모라 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사람을 바라보게 되며, 손가락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왜 미혼모는 그 수치를 혼자서 감당해야 하며, 나눌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미혼모에 대해서는 양극단의 문제점의 동시다발적 해결이 시급하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남자와 미혼모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혼모에 대한 구체적인 처우 개선방안을 세우지 않는 정부.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미혼모와 홈리스라는 무겁지만 필요한 두 주제를 보라색 페인트로 애써 칠해보았지만, 두 주제의 존재감은 컸다. 하지만 그 비율에 대한 선호도는 각자 다를 것이라 본다. 너무 보랏빛이 강하여, 주제의식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데 반해 너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주제로 달콤함이 떨어졌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케팅의 부작용이 클 것이다. 사실 111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긴 했지만, 더욱 주제에 대한 다양한 방향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라면에서 면발을 먹으려고 높이 들었다가 먹지 않고 담그는 행위를 반복한 영화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 같은 경우에는 색깔이 다채롭다. 따라서 OS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더라면 더욱 그 색을 선명하게 칠할 수 있지 않았냐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색이 파스텔색이라도 말이다. 소재는 정말 좋았다. 어찌 보면 뻔한 무지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모두에게 순간의 환상을 선사하는 일상적 소재 중 무지개만 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단지 무니와 핼리가 무지개 같았으면 좋겠다. 비 온 뒤 잠깐 생기는 무지개처럼 지금 이 고통과 아픈 현실이 잠깐이길 바람과 동시에 무지개와 같이 찬란하고 빛나는 미래가 그들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둘만의 황금을 찾을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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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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