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다지도 사랑스럽던 시절의 노래들, 8090 [음악]

글 입력 2018.03.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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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그리워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누군가로부터 듣게 된다면, 나는 곧바로 '그렇다' 고 대답할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의 우리, 그러니까 2018년의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옛것'이 되어버린 것들로에 대한 무의식적인 그리움이 남아있다. 그리고 요즘, 문화의 곳곳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본다. 1세대 아이돌들의 컴백, LP 음반시장의 활성화, 그리고 필름카메라의 화려한 부활까지. 0과 1이 주는 디지털 무드에 어느새 지쳐버린 현대인들은 어쩌면 0과 1의 세계가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과거의 것, 즉 아날로그의 빛바랜 감성을 통해 그 지쳐버린 마음을 치유받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한편 그 수많은 과거의 것들 가운데에 너무 오래지 않은 과거가 있다. 바로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까지다. 나와 같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이지만, 그 때의 영화나 음악들을 보면 80년대 후반~ 90년대야말로 지금의 청춘들에게 결여된 감성을 가장 많이 자극하는 성격의 문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시대에서는 상대적으로 보기 힘들어진 날 것 그대로의 '순수', '인간다움'의 정서가 문화 곳곳에 녹아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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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인지 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나 역시도 80, 90년대의 문화에 흠뻑 빠져들어 있다. 특히 이 때의 음악은 더욱 '8090' 스러운데, 그 독특한 정서는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다. 한국 가요만 따로 떼어놓고 보더라도 이 때의 음악들은 서정적이지만 극도로 우울에 빠지는 감상적인 느낌을 띄지는 않고, 이전 세대보다 자유롭다.

 이는 사실 사회적인 배경이 문화 전반에 끼친 영향이 대중음악에도 반영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독재, 그리고 거기에 대항하는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저항적인 성격의 내용을 가진 대중가요들이 많이 양산되었다. 한편 검열 또한 강력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장르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다양성을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1992년, 넥스트의 '도시인'


 그리고 시대가 80년대로 넘어갔다. 계속된 민주화 항쟁이 마침내 끝났고, 대한민국에 불어온 진정한 자유의 바람은 빠르게 대중문화 곳곳으로 번져나갔다. 그 중에서도 음악은 가장 큰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포크와 트로트 장르에 한정되었던 이전과 달리 록, 발라드 그리고 90년대에 와서는 힙합, 댄스 등의 장르가 복합적으로 공존하며 장르의 다양화가 이루어졌다. 또한 각 음악에 담긴 정서 또한 개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노래한 것들이 많아졌다. 이전 세대의 노래에 고향, 사회적 은유 등이 비교적 꽤 있었던 것에 비해 이 시기에 접어들면 남녀 간 사랑에 대한 내용이 음악의 거의 대부분을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시대의 음악만이 특유의 감성으로 다른 시대의 그것보다 잘 표현해낸 정서가 있다면, 아마도 그건 '그리움'일 것이다. 사실 사람에게 있어서 그리운 것들은 수없이 많다. 그 대상은 어떤 이일수도 있고, 동물일 수도 있고, 잃어버린 물건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한 사람에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없이 많은 그리운 것들이 쌓여가는 셈이다.



1989년, 김현철 '춘천가는 기차'


 그리고 8090의 음악들은 그야말로 그 모든 것들을 '실컷' 그리워하게 해준다. 문득 그리운 것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아서, 그래서 그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리운 날이 왔을 때조차 이 때의 노래들은 무명의 '그것'을 최선을 다해 그리워하도록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미 이 노래들이 '옛날의 것'으로 우리에게 불리워지고 있음에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특히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노래가 영원히 남아 오랫동안 재생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의 노래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예견하건대, 이 시절의 노래들이 먼 훗날, 또 다시 몇몇의 세대를 거친 먼 미래에도 지금처럼 많은 이들에 의해 사랑받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다지도 사랑스럽던 시절의, 이토록 멋지게 그리움을 노래한 음악들은 또 다시 만들어지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2018년의 우리, 문득 무언가가 그리워지는 날에는 마음껏 그리워 하자. 그리고 그 때 한 번쯤은 이 시절의 노래를 들어보자. 어렴풋한 그리움이 계속될 테니 말이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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