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금자리에 대한 영화, < 리틀 포레스트 > [영화]

부모의 역할에 대하여
글 입력 2018.03.3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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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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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에서부터 스토리나 영상까지 영화 자체가 너무 일본풍인데? 하고 생각했지만 정말 일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다. 다들 '힐링영화', '배고플 때 보면 좋은 영화', '보고 나면 퇴사하고 싶어지는 영화', '귀농 생활을 너무 미화해 현실감 없는 영화'라고도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요리와 먹방이 지루하다고도 하고.

 분명 영상에 비해 줄거리가 빽빽한 느낌은 아니다. 그만큼 자극적이지도 않고, 생각을 많이 하면서 봐야한다는 관객으로서의 압박감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스타일이지만, 자극에 중독된 우리의 감각을 중화시켜주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 영화에도 나름대로의 교훈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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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합격한 남자친구도 축하해주지 못한 채 고향집으로 내려온 혜원의 행동은 도피였을까? 처음엔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큰고모도, 그녀의 고향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혜원은 걱정하는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지 않고 고라니 울음소리에 불안해하면서 잠을 설쳤다.

 영화는 혜원이 자신의 고향집에서 고향 친구들과 함께 사계절을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중간중간 혜원의 엄마와 친구들과 관련된 과거를 회상한다. 수능을 마치자 혜원의 엄마는 갑작스레 자신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며 편지만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혜원은 그런 엄마에 대한 원망과 걱정으로 뭉친 감정들을 꿋꿋이 참아내며 살아왔다. 극 중에서 혜원이 만들고 친구들과 먹는 모든 요리들은 어려서부터 엄마가 전수해준 레시피였다. 혜원은 요리를 할 때마다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의 행동에 대한 의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엄마에 대한 이해로 변모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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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원은 곧 남자친구에게도 연락을 하게 되고, 미루기만 하던 관계 정리를 제대로 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그의 임용고시 합격을 축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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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보금자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석하고 싶다. 주인공 혜원의 엄마는 부모로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해줘야 하는 역할이 자신의 딸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음에도 혜원이 다 자랄 때까지 요리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며 고향에서의 휴식을 만끽하는 법을 전수한 것이다.

 보금자리의 중요성에 대해 혜원의 엄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 혜원에게 이 곳은 오직 도피처였지만, 보금자리는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회복과 성장을 위한 장소이다. 힘들고 거친 일상으로부터 도망치듯 내려왔더라도 고향집에서 보내는 사계절은 그녀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생각을 할 시간과 여유를 주었고, 그 여유는 일상의 여독을 풀어 그녀를 성장시키는 거름이 되었다. 바쁜 도시생활은 우리에게 생각할 기회를 쉽게 빼앗는다. 보금자리의 존재로 혜원은 그 생활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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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혜원의 참된 보금자리는 사실 그녀의 집이라기보다는 엄마의 레시피, 그리고 그 요리를 하는 과정 자체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요리를 하고 먹는 그 과정이 그녀의 보금자리였던 것이다. 따라서 혜원의 주택과 그 텃밭은 단지 그 보금자리를 형상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혜원의 엄마는 자신이 언제까지고 혜원의 보금자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가 평생 의지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작업을 하고 갔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의무를 다한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을까? 영화는 엄마가 고향집에 돌아온 듯한 은유적인 장면으로 끝이 난다. 엄마가 돌아왔건, 그러지 않았건 혜원은 이미 엄마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을만큼 성장했기에 언제고 엄마를 반갑게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리틀 포레스트 >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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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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