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NYC ➀ 미술 초보자의 아트페어 적응기 [시각 예술]

The Armory Show 2018
글 입력 2018.03.11 11:1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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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 환영해주는 POMERRY CHAMPAGNE BAR


 얼마 살지 않은 인생에서 너무나도 좋은 기회로 1년 동안 뉴욕에 살게 되었다. 1년은 너무나 짧게 느껴져 모든 행사들을 최대한 다 다닐 예정이다. 그중 가장 처음으로 간 행사는 ‘아모리 쇼’이다. 한국에서 어포더블 아트페어에 간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그 당시엔 좋았던 기억이 아니라 내가 아트페어랑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르 코르뷔지에전을 보고 전시와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걸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나의 이런 기억들은 온 데 간 데 없어졌고 마지막엔 시간이 부족해 달리듯 보면서도 입가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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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페어란 화상(아트 딜러)들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자신의 갤러리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와 함께 판매하는 행사를 일컫는 말이다. 아모리쇼는 원래 1913년 유럽의 근대 미술을 뉴욕에서 소개한 미술박람회에서 시작됐다. 렉싱턴 애비뉴 25가 69연대 병기창고(69th Regiment Armory)에서 열면서 아모리쇼로 이름이 붙여졌다. 20세기 들어 첫 선을 보인 아모리쇼는 현재는 뉴욕 최대의 규모로 자리 잡았다. 개최 당시의 모토는 “기성 화단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혁신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ude Descending a Staircase, 1912)’를 비롯하여,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1882-1963),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작품등이 포함되었다. 현재 아모리쇼는 컬렉터들이 현대 미술의 흐름과 다양한 추세를 한 눈에 알기 쉬운 곳이며 여러 위성 아트페어도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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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moto Gendai Gallery


 아모리쇼가 현대미술로 유명하다는 것도 모른 채 갔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딱 맞았다. 별로 아는 작가가 없지만 잭슨 폴록이나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을 좋아한다. 이런 나에게 아모리쇼는 마치 천국 같았다. 발목에 문제가 생겨 절뚝거리면서도 아픈 줄 모르고 시간을 꽉꽉 다 채워서 봤다. 내가 작품을 감상하는 속도가 좀 느리기도 하지만 6시간 만에 다 보기엔 너무 많고 그만큼 좋은 작품과 훌륭한 갤러리가 너무 많았다. 너무나도 심심한 형태라고만 생각했던 부스마저도 하나의 작품같이 꾸며놓은 갤러리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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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드는 작가의 이름을 메모했다. 그리고 겹치는 작가들은 체크해놓고 집에 도착해서 찾아보고 따로 정리했다. 갤러리들도 마찬가지이다. 이틀에 걸쳐서 갔는데 동그라미와 별표로 구분 지었다. 부스를 봤을 때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많았을 땐 동그라미, 유독 그날 마음에 들면 별 하나, 다음날에 갔을 때도 마음에 들면 별 하나를 추가하는 식으로. 아직은 안목이나 취향이 확고하지 않아 그저 보기 좋은 것들만 체크했다.  미리 적당한 공부를 하고 노트 같은 걸 잘 챙겨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에 대해 관계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더 알찬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진심을 다해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첫 느낌이 중요하단 생각에 노트들만 잘 챙겨 갈 거 같다. 이렇게 코끼리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으로 미술애호가의 길로 자연스레 들어서게 되니 더없이 기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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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안 갤러리의 백남준 특별전 안내문


 정말 내가 현장에 있으면서도 그 현장에 있는지, 이 작품을 그린 사람이 아직 살아 있는 건지, 내가 지금 어떤 곳에 발을 들여놓은 건지, 작가 이름이 너무 많아서 이 사람이 그 사람인지 혼란이 왔다. 정말 시대가 살아 숨쉬는 현장에 와있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렇게 미술 교과서가 한 페이지씩 늘어나 온 거겠지.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가까이서, 옆에서 어떻게 그려진 것인지 실제로 볼 수 있었다. 갤러리 현대 부스에서는 한국 특유의 정갈한 느낌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도 재밌는 작품들도 많았다. 1층 메인 입구에서 들어오자마자 평소 좋아하는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부스의 거의 모든 면을 할애해서 특별전을 하는 걸 보고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캔버스를 이용해서 색다르게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캔버스를 휘어서 그 안에 센트럴파크의 사계를 파노라마처럼 표현한 ‘The Oakes Twin’), 캔버스를 땋은 듯한 신성히 작가의 ‘Tremblement de surface’, 캔버스를 태워 만든 Ariel Schlesinger의 작품, 캔버스의 프레임을 휜 작품도 매우 흥미로웠다. 케이프 타운 등 아프리카 갤러리는 전혀 가볼 일이 없었는데, 이런 자리를 통해 접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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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손 갤러리의 이우환 작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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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al Rosenfeld Gallery의 전시,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만 모아놔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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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Reihsen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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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영향을 받았지만 다르게 표현해 낸 비디오 아티스트 박현기의 작품. 갤러리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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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층을 연상케하는 Zhu JinShi의 작품. 물감냄새가 아직도 나는 듯 하다. Pearl Lam Galleries


 세계적인 아트페어라 그런지 사람이 엄청 많았다. 모델 뺨치는 일반인, 지팡이를 짚고 손을 꼭 잡으신 백발의 어르신들, 유명인도 몇 명 보였다. 오며가며 한국말이 너무 많이 들렸어서 이 글을 쓰기 조심스러워지긴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작가의 작품을 지나가는 누군가가 ‘오 마이 갓! (물론 영어로) 이 작가의 작품이구나!!!’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미술이론에 의한 해석을 기반하지 않고도 '눈에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다 좋은 것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독학으로 인터넷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공부를 해나가니 좌충우돌이다. 사전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고 가서 마지막에야 급하게 이런 저런 팜플릿들을 다 가져와서 보는데, '아 이게 이렇게도 유명한 거였구나.', '아, 이게 요즘 각광받는 작품이었구나.'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난 뭐 그런가보다하고 넘긴다. 비전공자의 편리함이랄까. 취향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고, 그렇기에 작가들이 수없이 많고 다양한 작품들을 내는 것이다. 중세시대를 제외하고. 저명한 잡지 등 매체에서 '이번 쇼에서 주목해야할 작품!' 또는 '이 작품에서 선이 어떻고 색채의 조화가 무슨 무슨 풍이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일단 접어두고,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다. 그렇게 하나 둘씩 쌓인 후에 매체에 귀기울여도 늦지 않는다. 그 때도 안 들어온다면 뭐 그런거고. 나처럼 눈이 말똥말똥 신나서 절뚝거리며 뛰어다닌 사람도 있는 거고, 지루하고 모르겠다며 허허 웃거나 찡그리며 나가는 사람도 있는거고. 옳고 그른 건 없으니까.


*


 이번 아모리쇼를 발판 삼아 5월에 열리는 뉴욕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더 계획적으로 감상할 것이다. 프리즈 뉴욕에서 제일 주된 감상 포인트는 이 때의 작가들이 얼마나 다시 등장하는지 일것이다. 페어는 가봤으니 지하철 역사에 앉아서 갓 그린 따끈따끈한 그림들을 파는 사람들, 작은 갤러리들, 박물관과 미술관들, 그렇게 정보가 쌓이면 전일권을 사게 될 것이고, 그 다음엔 작품 구입도 해낼 것이며 아모리쇼에 참가한 유수의 갤러리들처럼 나의 갤러리를 열겠지. 까짓것 100년 안엔 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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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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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소정
    • 홍콩 아트바젤이 곧 열리는데, 흥미로운 기사네요~
      아트페어에 대한 글 잘 읽고갑니다^^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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