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영화]

글 입력 2018.03.0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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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able to perceive the shape of you
당신의 모양을 알 수 없어요
I find you all around me
어디서나 날 감싸 흐르는 당신
Your presence fills my eyes with your love
당신의 존재가 내 눈을 사랑으로 채워요
It humbles my heart, For you are everywhere
어디에나 있는 당신만이 내 심장을 겸허하게 하네요

-영화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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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새 영화가 나왔다. 기이한 생명체, 괴물이 다수 등장하는 그의 영화답게 이번에도 인어이면서 신이기도 한 ‘자산(asset, 극중 주인공들은 이 괴생명체를 자산이라고 부른다)’이 등장한다. 어렸을 적 ‘판의 미로’를 동생과 함께 보다가 손에 눈 달린 괴물을 보고 식겁하며 중간에 보기를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홀로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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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에 등장한 이 괴물 때문에 이어서 보지 못했다
(이 역할을 맡은 '더그 존스'가 이번 영화에서 물고기 인간을 연기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사이언스 픽션(SF)물인가 로맨스물인가?


 이 영화를 봤다면 알 수 있겠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The Shape of Water)’는 사이언스 픽션도 로맨스에 한정되는 장르물도 아니다. 시대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기가 진행되던 60년대이고 아마도 남미 아마존에서 잡힌 물고기 인간인 ‘자산’이 비밀 실험실에 오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설정이다. 사이언스 픽션이라면 ‘자산’을 실험해서 무엇인가를 얻는다거나 과학적인 발견 혹은 수많은 외계인들이 등장해야겠지만 ‘자산’은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로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인물로 나온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괴생명체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인가를 물어본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고 답할 수 있다. 비밀 실험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는 ‘자산’이 묶여있는 실험실에 들어가 그와 유대감을 쌓고 사랑을 느끼게 된다. 엘라이자는 고아에다가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라는 이유로 항상 외톨이였다. ‘자산’ 또한 엘라이자와 같은 위치에 있었기에 그녀가 말을 하지 못해도 그녀의 수화에, 몸짓에 반응하고 점점 가까워진다. 엘라이자는 나중에 그녀의 이웃에게 이렇게 말했다.

When he looks at me,
he does not know how I am incomplete.
He sees me as I am.

그가 나를 볼 때,
그는 내가 불완전한 존재란 걸 모르는 눈빛이에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니까요.

 이는 모습만 다를 뿐 사랑하는 감정은 같다, 차별과 혐오 없는 본질이 같다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엘라이저 주변에는 그 당시 차별을 많이 받았던 흑인 청소부 ‘젤다’와 성소수자 이웃인 화가 ‘자일스’가 맴돈다. 사회에 소외된 자들은 서로를 보듬어주며 그들의 어려움이나 비극을 절대로 지나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세력이 뒤쫓을수록 이들은 더더욱 뭉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렇게 주인공 대다수가 사회의 주류가 아닌 마이너리티였기 때문에 더 묵직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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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인 화가 자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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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실험실 동료 젤다


 이 영화에는 서스펜스도 등장하는데 바로 스트릭랜드가 악역 아닌 악역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트릭랜드는 비밀 실험실의 보안 책임자로 물고기 인간을 고문하고 나중에는 그를 죽이려한다. 그는 엘라이자, 젤다와 긴장되는 순간들을 자주 만들어내고 심지어 자신을 성경의 신처럼 비유하며 권력을 행사하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다 스스로를 혐오의 틀에 갇힌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스트릭랜드는 또한 미국인으로서 소련과 경쟁하고 간첩을 추격하기도 하는데 그의 잘린 두 손가락이 영원히 그의 손에 붙지 못하고 섞어나가듯이 그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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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


 ‘셰이프 오프 워터’는 기존의 괴물과 사랑에 빠지는 미녀의 이야기와 다르다. 이 영화는 ‘미녀아 야수’, ‘인어공주’, ‘킹콩’ 등의 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소외된 자들의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란 큰 주제 아래 사회의 비주류이지만 사랑을 아는 사람들과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지만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로 나누기도 한다. 결국 이 영화는 서로 외로움을 느끼며 공감하고 애정을 나누는 것, 타인을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는 것 그리고 물처럼 흐르듯 인식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해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미장센과 빠질 수 없는 영화 음악


 이 영화의 핵심은 미장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도 매력적인 미장센이 많이 등장한다. 영화 포스터에 담긴 장면은 마지막 키스 장면으로 이외에도 눈여겨 볼 곳이 많다.


1. 엘라이자가 비밀 실험실에서 청소하다 처음으로 ‘자산’과 대면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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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엘라이자가 ‘자산’이 갇힌 수조에 계란을 올려놓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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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엘라이자의 화장실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 ‘자산’에 안겨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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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뽑은 미장센은 모두 다 엘라이자가 있는 장면들이다. 그만큼 엘라이자를 연기한 셀리 호킨스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와 마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청불영화로 노출 장면도 종종 등장하기도 해서 연기가 꽤 어려웠을 법도 한데 말없이 보여주는 그녀의 눈빛, 수화하는 손짓, 춤추는 장면 등을 보며 그녀를 대체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게다가 ‘자산(더그 존스)’을 CG가 아닌 실제 특수분장을 한 배우가 연기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사랑이 허구가 아닌 실제로 느껴져서 더 아름다운 장면이 탄생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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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음악 오스카상을 받았던 알렉상드로 데스쁠라(Alexandre Desplat)가 이번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이번에도 역시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이 영화 총 OST 곡은 총 26곡으로 그중 삽입곡은 5곡으로 60년대의 미국 분위기를 물씬 풍겨주었다. 메인 테마곡은 신비롭고 동화 같은 느낌이 나는가 하면 엘라이자의 테마곡은 인어공주 같은 사랑스러운 선율이 맴돈다.

 OST 중 가장 여운이 오래 남는 곡은 삽입곡인 ‘You’ll never know’이다. 엘라이자가 ‘자산’을 물에 보내주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나온 곡으로 그녀의 상상 속에서 ‘자산’과 그녀는 함께 춤을 추고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러준다. 수화로 다 전달되지 않는 그녀의 마음과 말로 전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이제는 보내주어야 하는 그녀의 슬픈 눈빛이 함께 어울러져 나오는 이 곡은 엘라이자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서로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차별하고, 혐오하고, 관심조차 주지 않는 상황이 요즘에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산’과 엘라이자는 그런 차이를 견디고 서로를 애틋하게 사랑한다. 주변인물 또한 그들의 사랑을 보며 변화한다. 특히 ‘자일스’는 영화 초반에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흑인들의 시위를 보고 큰 변화가 있으면 안 된다며 바로 채널을 돌렸고 엘라이자가 ‘자산’을 구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그를 인간취급하지 않고 ‘그것(thing)’이라고 얘기하며 거듭 거절했다. 그러나 그는 이야기가 끝나갈 때 엘라이자를 제일 많이 도와주며 그 차이를 극복한다.

 이번 영화를 보며 감독이 왜 하필 물고기 인간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봤다. 물은 어떤 용기에 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뀐다. 그러나 물의 모양이 바뀔 뿐이지 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변화를 처음 마주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면 겉모습은 달라도 그 내면은 언젠가 서로 통할 것이라 믿는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많은 함의가 담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며 본의 아니게 자신이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혐오하지는 않았는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해본 적은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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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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