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eToo 그리고, #WithYou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2.28 00:1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metoo-2859980_960_720.jpg


*
굉장히 주관적인 오피니언입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생각을 하기엔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에겐 그 어느때보다도 긴 시간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 아마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일거라고 생각한다.


연극배우 이명행의 성추행 폭로가 이루어진지 채 3주가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까지 오기까지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3주도 안 되는 사이에 배우 이명행, 연희단 거리패의 이윤택, 극단 목화의 오태석, 뮤지컬 음악감독 변희석, 그리고 영화감독 조근현, 배우 조재현, 조민기, 오달수까지. 심지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배우 김태훈과 최용민의 성추행 폭로가 잇달았다. 그렇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처음 이명행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에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관객들 사이에서 연기도 잘할뿐더러 굉장히 젠틀하고 모범적인 이미지에 가까운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의 성추행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이미지로 먹고사는 배우들이 얼마나 자신을 꾸미고 살고 있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그 후에 밝혀진 조재현, 조민기, 오달수 등의 배우들 역시 대중들에게 이미지가 나빴던 배우는 아니었으니까.


지난 일요일에는 대학로에서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METOO 집회가 이루어졌다. 집회에 참여하진 못했으나 정말 공연계를 아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집회가 가능했을 것이고, 실제로 몇몇 연출가와 배우들도 집회에 참석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공감해주었다. 그날 이루어진 자유발언 텍스트를 몇 개 읽어보았는데, 같은 관객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꽤나 영향력 있던 인물들의 실체가 낱낱이, 끊임없이 폭로되고 있다. 당장 내일에는 또 어떤 사람의 성추행 건이 터질지 우린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다. 이 썩어빠진 예술계의 말도 안 되는 관습과 '문화'라는 이름으로 더럽게 포장된 성폭행 행위들이 뿌리 뽑혀야 할 것이다. 그들이 그만둔다고 해서 이 바닥이 망한다면, 빨리 망해버리는 것이 옳은 길일 테다.


공연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관객으로서, 내가 사랑했던 작품들에 대한 기억을 더 이상 행복하게 추억 할 수 없는 것이 분하고 마음 아프다. 분명 내 탓이 아님에도, 사건에 연루된 배우를 잠시나마 응원했다는 것에 대해 미안하고 화가 난다. 피해자들에게 명백히 사죄해야할 사람들은 범죄자들인데, 관객들이 마음고생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나 역시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MeToo 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고, 이 길고 긴 싸움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들을 위해 #WithYou를 외칠 것이다.


[박희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