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문학]

글 입력 2018.02.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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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문학계를 뜨겁게 달군 책이 있었다. 바로 <82년생 김지영>이다.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책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져갔다. 그와 동시에 페미니즘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평범한 한국 여성의 삶을 그려낸 소설이 인기를 얻으면서 뒤따라 여러 페미니즘 소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책들은 빌리기조차 어려웠다. 여러 권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모두 대출 중이었다. 이 책을 빌리려면 몇 주를 더 기다려야 했다. 나로선 기뻤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접했으면 하는 책이니 말이다. 내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읽기 전에  겁이 났다. 그렇지만 모르고 행복한 것보다 알고 분노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책을 펼쳤다.

 무뚝뚝한 말투로 소설이 시작된다. 문장이 간결하고 이해가 쉬워 빠르게 읽어져 나갔다. 읽을수록 나의 마음은 암담했다. 82년생 김지영씨는 이름마저도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여성의 삶을 살아가면서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혐오와 차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태어나던 1982년도부터 현재 2016년도까지 그녀의 삶이 나열되어있다. 담담한 말투가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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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지영씨의 삶에 대해

 그녀는 학생 시절, 추운 겨울에는 교복 치마를 입어야 했고 더운 여름에는 몸에 붙는 라인이 들어간 셔츠를 입어야 했다. 그 셔츠를 입으면서도 남들이 볼 때 속옷이 보이면 안 되었다. 짧은 치마는 사람들의 비난을 샀다. 직장인이 되어서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기획 프로젝트에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외가 되었고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벌이가 좋지는 않더라도 그녀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일을 그만둬야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육아는 김지영씨 몫이 되었다. 이렇게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하는 압박은 엄청나다. 이 모든 것이 차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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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로 보여주는 현실


 또 결혼과 출산 동시에 직장을 잃게 되는 여성은 허다하다. 아무리 그 프레임이 적어졌다 하더라도 아직 육아에 대한 책임은 여성이 더 큰 것 같다. 김지영씨도 그랬고, 김지영씨의 어머니도 그랬고, 나의 어머니도 그랬다.

 그것들이 너무 뿌리 깊고, 당연하게 여겨져 그저 평범한 삶으로만 보인다.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도 아무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속상했다. 그냥 그대로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 아무도 소리내어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



2. 나의 삶의 대해

 나에겐 밤 12시만 넘어도 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다.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늦은 시간에 어디 혼자 돌아다니냐’라는 부모님의 목소리였다.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내가 남자였어도 똑같이 했을 거야?’라고 물었다. 부모님은 네가 남자였다면 새벽에 들어와도 터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얼마 전 커뮤니티에 ‘무슨 역 여자화장실’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나는 많은 충격을 받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화장실 한쪽 벽이 총을 맞은 것처럼 뚫려있었다. 소름이 확 돋았다. 몰래카메라 때문이었다. 댓글에는 ‘그런 화장실이 많다. 다른 곳은 구멍을 다 화장지로 막아놨더라’라고 했다.

 2년 전쯤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화장실에 수많은 남성들이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했다. 그런데 범인은 공격하지 않았다. 그 남성들이 다 나가고 여성이 들어오자 살해했다. 학교 남자 선배는 그저 묻지마 살인이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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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엔 성추행, 성폭행 기사가 등장한다. 한국 여성은 이런 사회에 살고 있다. 공중 화장실을 갈 때에도 누가 혹시 나를 찍고 있는 거 아닌가 하고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사회 말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란 말인가? 나는 전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이제까지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일들을 저자는 꼬집고 있었다. 여성으로서 책에서 나오는 내용이 더 이상 자신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잘 알기 때문에 이 책이 인기가 많아지는 것 같다. 더욱더 분노하고 공감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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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가장 참담했던 부분은 마지막 정신과 의사 부분이다. 그는 김지영씨의 담당 의사였다. 김지영씨가 육아에 치여 정신적 이상 증세를 보이자 자신은 모두 이해한다고 하였다. 그의 아내가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의사를 그만두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 여성으로 , 특히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 있다 하였다. 그랬으면서 정작 그는 아이를 한 번을 돌보지 않았고, 병원 직원이 임신을 하여 그만둔다하자 이래서 여직원은 곤란하다. 다음은 미혼으로 알아보겠다고 한다.

 그는 결국 아무것도 이해못한 것이다. 눈앞이 깜깜했고 가슴이 답답했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었다.

 주변 사람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더 널리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더 여성이 목소리를 내야하고 세상은 바꿔야만 한다. 여성은 더 이상 침묵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이 나라를 살아갈 어린 아이들은 82년생 김지영이 살았던 시대를 똑같이 겪어선 안될 것이다.


[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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