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터슨 >, 영화같은 삶의 프레임을 바꾸어 보면

글 입력 2018.02.2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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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영화같은 삶이다!’ 이 말을 듣고 당신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는가?

< 제임스 본 > 시리즈처럼 다이나믹한 액션같은 삶, 혹은 < 신데렐라 >와 같은 로맨틱한 사랑이 있는 삶? 장르가 어찌되었든, ‘영화같은 삶’이라는 단어 속에는 굴곡진 곡선이 존재한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평평한 수평이 아닌 정점과 저점을 계속해서 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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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영화 <패터슨>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패터슨은 패터슨 마을에서 아내와 살고있는 버스운전사이다. 그리고 그는 시인이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패터슨의 일주일을 함께하게 된다. 패터슨의 아침은 그가 시계를 보며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된다. 간혹 늦잠을 잘 때도 있지만 그의 아침은 3분 정도의 오차범위 내에서 정확하게 시작된다. 자고있는 아내에게 모닝 키스를 하며 시리얼을 먹고 출근을 하는 패터슨의 모습은 여느 직장인이 출근을 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버스 운행을 시작하기 전, 시를 끄적이는 패터슨. 버스 정류장 순서대로 마을을 순회하며 맨날 보는 풍경, 사람. 점심시간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식사를 하며 아침에 못다한 시를 마저 쓴다. 퇴근 후에는 아내와 서로의 하루가 어땠는지 대화를 나눈 뒤, 강아지 마빈과 산책을 한다. 마빈을 잠시 밖에 묶어두고 펍으로 들어가 술 한 잔을 하는 것이 패터슨의 하루 일과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그리고 다시 월요일 비슷한 카메라 앵글 속에 비슷해 보이는 패터슨의 하루가 반복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일주일은 모두 다르다. 일어나는 시간도 미세하게 다르고 일어날 때 아내 로라와 누워있는 자세도 매일 다르다. 시를 쓸 때의 선택하는 단어와 운율, 버스에 타는 승객도 모두 다르다. 매일 매일 바람의 방향이 다르듯 버스정류장의 풍경도 다 다르다. 버스에 타는 승객들의 나이, 인종도 모두 다르고, 승객들 마다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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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반복을 거듭한다. 

패터슨의 일주일을 보여주면서 비슷한 프레임의 비슷한 카메라 구도를 설정한다. 패터슨의 일상은 약간은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만큼 단선적이다. 그의 일주일 중 가장 극적인 일은 강아지 마빈이 그가 아내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러 외출한 사이 그가 시를 쓰던 노트를 갈갈이 찢어놓은 정도의 일이다. 사실 영화 속 극적인 장면 치고는 정말 소박하다.

그러나 < 패터슨 >을 보며, 패터슨과 일주일을 함께 한 관객들은 그 장면에서 진심으로 마빈이 미워진다. 액션 영화의 악당 조직을 볼 때 만큼이나 미워진다. 고작 강아지일 뿐인데, 집에 혼자 남겨진 강아지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인데도 말이다.

패터슨과 일주일을 함께하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변화하는 부분’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는게 지루하고 매일 똑같은 것처럼 보여도 진짜로 똑같지는 않다. 매일 매일의 날씨가 다르고, 바람의 방향이 다르며, 나의 기분, 마주치는 사람도 다르다. 이런 일상을 느껴가면서 내 주변의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들에 충실하게 살면 그것도 충분히 영화같은, 흥미롭고 반짝거리는 삶이 아닐까?

최근의 나는 스스로 남들보다 특출난 것도 없고 어떤 것에 열정적으로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며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울함을 느꼈었다. 그때 < 패터슨 >을 보았고, 누군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해주며 다독여주는 듯한 위로를 받았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처럼 빛나는 삶만 멋진 게 아니다. 맡은 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동시에 좋아하는 일,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는 우리의 삶도 충분히 빛나고 예쁘다.


[이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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