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깊은 긴 터널을 헤매는 것과 같다. 연주회의 장소가 어두컴컴해서라기보다는, 그 공간을 온통 청각이라는 직관적인 감각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사실 연주자를 바라보는 청중이 의지하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음악 뿐이다. 향기도 퍼포먼스도 없는 연주회는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 실존적이다. 긴 시간 속에서 음악에만 귀를 기울이는 모든 관람객은 모호한 청각의 자극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마주한다. 청중들은 모두 가장 아름다운 땅을 더듬거리는 눈먼 장인이 된다.

 우리가 왜 클래식을 듣는가 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클래식을 구성하는 것은 음악이 흐르는 시간 뿐인데, 그 시간은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시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음악가는 자신의 음악에 취해, 청중들은 음악가 자체의 힘과 흘러들어오는 가락의 실존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 음악이 어쩌고, 변주가 어쩌고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음악이 가져다 주는 그 느낌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연주회 <금호 아트홀,라이징 스타 시리즈- 김계희>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뽑은 세 명의 새로운 라이징 스타, 첼리스트 제임스 김, 피아니스트 신창용, 바오리니스트 김계희의 독주무대를 즐길 수 있는 기회다. 2004년에 시작된 라이징 스타 시리즈는 악기 구분 없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이르기 까지 클래식 음악계의 차세대 유망주를 엄선하여 선보인다.

 22일 김계희는 동유럽권 제일의 페스티벌 중 하나인 제오르제 에네스쿠 패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한국인 최초로 1위 및 두 개의 특별상을 거머쥔 수재다. 그녀는 만 7세부터 한예종 음악원 예비학교에서 전문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하여 만 9세에는 서울바로크합주단 전국 음악 콩쿠르 최연소 참가자로 바이올린 부문 전체 1위를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 김계희는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했던 힌데미트의 바이오린 소나타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이 연주된다. 김계희는 베토벤을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꼽은 만큼 특별한 애정이 돋보이는 연주가 기대된다. 2부에서는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널리 알려진 바 있는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가 이어진다. 이날 연주될 곡들이 모두 바이올린 연주자의 높은 기량을 요구하는 만큼, 이번 기회로 바이올린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음악에 깊은 조예가 없어도, 문득 떠오른 선율에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