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OP, POP, POP! < Hi, POP:하이 팝-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 >

익숙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너, 팝 아트(Pop Art)를 만나다
글 입력 2018.02.0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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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Hi, POP:하이 팝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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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쯤, 아빠가 새로운 취미에 재미를 붙이셨던 적이 있다. 30여 년 전 아빠가 따라 그린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키스Ⅱ>는 우연한 기회로 우리 집의 한쪽 벽을 장식했다. 당시 신문의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인쇄된 작품을 널찍한 종이 위에 눈금을 그려가며 옮겼다고 하셨다. 옛 재미가 기억이 나셨는지 아빠는 다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왜 리히텐슈타인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그의 팝 아트적 요소가 마음에 들으셨던 것이 아닐까. 내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이때다.

아빠는 <헤어 밴드를 한 소녀>의 채색 마무리에서 내 손에 붓을 건네 주시며 머리카락 끝부분을 칠해보라고 하셨다. 괜히 실수라도 할까 처음엔 거절했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며 권유하시기에, 긴장하며 여자의 샛노란 머리카락을 완성했던 기억이 난다. 내겐 남다른 추억이다. 이번 M컨템포러리의 기획 전시, < Hi, POP:하이 팝- 거리로 나온 미술, 팝 아트展 >의 표지에서 내가 몽글몽글한 끌림을 느끼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

감회가 새로웠던 <헤어 밴드를 한 소녀> 및 그 구상 스케치 과정을 감상하고, 달리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양한 리히텐슈타인의 오마주 작품이었다. 피카소, 몬드리안, 고흐와 같은 유명 화가의 작품을 간결하고 두꺼운 윤곽선과 망점 등 자신만의 특징을 살려 개성 있게 표현한 그의 센스가 인상적이었다. 잭슨 폴락과 같은 추상표현주의 작가가 즐겨 사용한 액션 페인팅의 흩뿌리기 기법을 묘사하되, 역시 대상을 단순화시키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는 등 관람자가 그 전환(轉換)을 인식하게끔 만든다. 만화적 기법을 자신의 전매특허로 남긴 그의 다양한 시도는, 비단 미술계 안에서의 해석 이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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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생동감 넘치는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작품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다. 아기자기하고 장난스러운 그의 그림체는 대중의 호감을 어렵지 않게 자아낸다. 그의 시작이 뉴욕 지하철 벽면 낙서였다는 점과 그가 작품에서 다룬 다양한 실생활 상품을 고려했을 때, 그야말로 팝 아트가 흔히 ‘Popular Art’로 설명되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나 그의 간결하고 굵은 선은 그 표현방식이 주는 단순함과는 사뭇 다른 작가의 고뇌를 반영한다. 친근한 표현법과 작품이 숨 쉬는 공간은 그런 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어디까지나 선택한 방법인 것이다. 그는 예술을 시작한 순간부터 예술가로서 세상에 짊어지는 책임 등 고민과 고뇌를 멈추지 않았지만, 이를 복잡한 그대로 내보내는 것이 아닌 대중적인 방식으로 끌어내 표현했다. 그렇기에 그가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인해 죽음을 앞두고 제작한 <종말> 시리즈는 유독 그의 내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듯하다.

그 자신도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렸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니 이렇게 그려져 있더라”라고 말한 것처럼, 해당 시리즈는 기존의 귀여운 그림체와는 달리 찬찬히 그 심란(心亂)을 지켜보며 그의 말년을 상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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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 POP:하이 팝- 거리로 나온 미술, 팝 아트展 >은 다섯 작가의 특징과 개성을 고려한 공간구성만큼이나 각 작가의 세계를 집중해 들여다보기 좋은 전시이다. 팝(pop)적인 강렬하고 단순한 표현에 익숙해 평상시 그저 가볍게 생각되기도 하는 미술이지만, 이처럼 그 특색을 낱낱이 나눠 전격적으로 펼쳐 보임으로써, 전시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해당 장르에서의 빠르기를 느끼도록 도와준다.

친근함과 새로움이 적절히 어우러져 기분 좋은 감상의 환기(換氣)를 일으키는 이번 전시는 가까운 듯 멀게 느껴졌던 팝 아트의 매력을 마주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Hi, POP:하이팝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

일자 : 2017.12.15(금) ~ 2018.04.15(일)

*휴관일
매월 둘째주, 넷째주 월요일

시간
평일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 오후 7시)
주말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 오후 6시)

장소
M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티켓가격
성인 16,000원
학생 12,000원
어린이 8,000원

주최/주관
M 컨템포러리

관람연령
48개월이상 관람가능

문의
M 컨템포러리
02-3451-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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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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