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왜 ‘윤식당’을 보는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1.24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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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tvn의 ‘윤식당2’를 보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를 포함한 모든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할 만큼 인기가 좋다. 그 내용은 간단하다. 식당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배우들이 스페인 테네리페 섬까지 가서 한식당을 연다는 컨셉이다. 사실 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집 TV에는 케이블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원래대로라면 tvn에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볼 일이 전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컴퓨터로 찾아 보는 수고까지 해가며 ‘윤식당2’를 시청하게 되었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아니, 애초에 나는 왜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출연진이라던가 촬영 장소 같은 것들 보다 좀 더 깊이 인기 비결을 파고들자 흥미로운 것들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한국인들의 ‘인정 욕구’였다.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인정받는 것에 대해 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한식에 감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국’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이 솟아오르는 것을 경험한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윤식당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백인’이라는 것이다. 과연 유색인종의 반응에도 한국인들이 이렇게나 기뻐할까? 이는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외국인’들에게, 그것도 주로 백인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한국인들을 꽤나 기쁘게 한다. 이는 그 동안 외국인과 관련된 TV 프로그램이나 유명 유튜버인 ‘영국남자’를 본 사람들이라면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들이 ‘한식’을 향해 맛있다는 한 마디씩을 던질 때마다 화면 너머의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한식에 대한 칭찬은 한국에 대한 칭찬이요, 이는 곧 한국인인 나 자신에 대한 칭찬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만약 ‘윤식당’의 메뉴가 한식이 아닌 다른 나라 요리들이었다면 지금 정도의 인기는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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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윤식당’에서 그려지고 있는 삶에 대한 동경도 인기의 비결인 듯 하다. 대부분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은 한국이다. 아무리 한국 안에서 장소를 바꿔본들 우리의 일상과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윤식당’은 우리를 아주 멀리로 데려간다. 스페인 테네리페 섬, ‘윤식당’을 보기 전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곳이다. 한국에서 식당의 현실은 아름답지 않지만 이 섬에 존재하는 ‘윤식당’만큼은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느지막히 일어나 점심부터 문을 열고 손님이 얼마 없더라도 괜찮다.

 직원들은 웃는 얼굴로 모두 함께 협력한다. 퇴근하고 싶을 때는 빨리 문을 닫는다. 문 밖으로 나서면 섬의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 펼쳐져 있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 한국에서는 절대 상상도 못할 생활이기에 우리는 그저 ‘윤식당’을 보면서 그 곳에서의 삶을 상상해볼 뿐이다. 그래도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시청자들은 한국을 떠나 스페인의 작은 섬에 서 있는 것처럼 작은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박서준 때문에 ‘윤식당’을 시청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요리가 좋아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이유를 곰곰이, 그리고 솔직히 따져보자면 위에 적은 것들이 아닐까 싶다. 알량한 대리만족이든 소박한 해방감이든, 결국 나는 다음 주에도 ‘윤식당’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차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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